서울시, 대형마트 품목제한 서둘러 발 뺀 이유는?
서울시, 대형마트 품목제한 서둘러 발 뺀 이유는?
  • 남라다
  • 승인 2013.04.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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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 한해 적용키로, 기존 분쟁지역도 제외시켜 '논란'


[이지경제=남라다 기자] 서울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하기 위해 도입하려 했던 대형마트 품목제한 계획이 사실상 불발됐다. 서울시가 대형마트 업계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 납품업체가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데다 소주, 콩나물 등 서민품목이 대거 포함돼 여론마저 등을 돌리자 서울시가 무릎을 꿇은 양상이다.

    

서울시는 지난 8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신규 출점과 사업확장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만 판매제한 품목으로 선정된 51개 품목을 팔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발표 한 달 전인 지난달 8일 선정된 품목으로는 담배와 소주 등 기호식품 4종을 비롯해 두부와 계란 등 신선 조리식품 9종, 콩나물과 배추 등 야채 17종, 고등어와 조개 등 수산물 7종, 사골과 우족 등 정육 5종, 생김과 미역 등 건어물 8종 등 판매제한 품목 51종이다.

 

최동윤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품목제한과 관련해 “지난 3월 발표한 ‘대형마트ㆍ기업형슈퍼마켓(SSM) 판매조정 가능 품목’은 연구용역 결과로 확정된 게 아닌데 그렇게 비춰져 시민에게 혼란을 초래해 유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품목제한 권고 정책을 분쟁이 발생할 경우로 한정해 적용할 것"이라며 "기존에 물품을 납품하던 농어민과 업체들의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판매제한 품목도 51개 품목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된 품목 중에서 분쟁이 발생한 지역적 여건을 감안해 선택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시의 개선책에 대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기존 분쟁 지역은 제외됐으며, 앞으로 지역상인들과 마찰을 빚어 사업조정신청이 접수되는 경우에 한해 품목제한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당사자가 합의하면 이 정책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시의 개선책은 국회 법제화를 하지 않아 권고안에 불과해 대형마트에 품목 제한을 하더라도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 어설픈 정책 입안에 논란 커지자 '사실상 후퇴'

 

이번 서울시의 대형마트 품목제한 논란은 시의 어설픈 정책 입안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51개 품목제한 선정과 관련한 명확한 취지를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모든 대형마트에서 실시되는 것 마냥 일제히 국민들에게 알려졌지만, 해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확산됐다.

 

품목 선정 과정에서도 대형마트의 의견 등을 청취하지 않는 등 졸속 행정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납품업체와 정부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마트에 이들 품목을 납품하는 농어민과 협력업체들은 판로가 막혀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며 성토했다.

 

대형마트와 소비자들도 반발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신선식품이 판매제한 품목에 포함돼 매출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장을 보는 것이 편리하지만 이 품목을 팔지 않게 되면서 소주, 콩나물, 계란 등을 사려면 전통시장에 가는 불편함이 초래된다는 불만이 속출하는 등 여론도 악화됐다.

      

◆공청회 통해 방향 정한다더니 서둘어 봉합 나선 이유?

 

서울시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해 관계자들과 함께 공청회를 열어 방향과 시기, 품목 등에 대해 논의해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지난달 8일 발표한 이후 한달 동안 대형마트 이해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이해 당사자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공청회를 열지 않고 전문가의 자문과 이해관계자 면담, 언론 보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체적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는 공청회를 열면서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조용히 이 사태를 서둘러 역풍을 막고자 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시의 어설픈 봉합이 화만 자초했다. 시의 품목제한에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던 소상공인과 시민단체들이 정책 축소에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참여연대 등 소상공인 및 시민단체는 논평을 내고 정책 후퇴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오전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긴급 논평을 내고 "서울시는 흔들림없이 풀뿌리 경제 활성화와 중소상공인 생존권 보장 대책에 나서야 한다"며 "신규 출점 시 분쟁이 발생할 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기존 상권에 진출한 대형마트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는 대형유통기업과 상인단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협의해 상생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남라다 nr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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