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용인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용인 재정을 파산 지경으로 끌고 간 기존 사업자와의 추가 운행 계약이 불가피하게 됐다.
용인경전철(주)의 대주주인 봄바디어가 용인시와의 청산 과정에서 증액을 요구, 오는 26일 개통 전까지 새 사업자 선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새판짜기를 하고 있는 용인시가 지나치게 사업자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용인경전철은 개통 전 연간 500억~600억원씩 30년간 최소 3조 4,000억원을 사업시행자에게 지급해야 되는 것으로 밝혀져 용인시는 사업을 중단하고 소송전에 나섰다. 국제중재법원까지 가는 소송전 끝에 용인시는 용인경전철(주) 대주주인 봄바디어 측에 7,787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시는 이를 계기로 사업시행자부터 운영방식 등을 전면 바꾸는 재구조화 작업에 들어갔다. 운영 정상화를 위한 새판짜기인 셈이다.
재구조화는 전체 배상금액 중 5,159억원을 지방채를 발행해 갚고 나머지 3,000억원은 새로운 출자자인 칸서스자산운용㈜로부터 출자 받아 모두 탕감하는 방식이다. 또 수입을 보장해 주는 최소수입보장(MRG) 방식에서 비용보전(SCS) 방식으로 전환됐다. 다만 경전철 운영은 기술력을 보유한 봄바디어에 그대로 맡겼다.
시는 26일 개통을 앞두고 칸서스자산운용, 봄바디어와 경전철 운행에 따른 관리·운영비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시와 봄바디어간 이해 관계가 달라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시는 실시협약 당시 운영비의 90% 수준을 제시했으나, 봄바디어는 사업시행자 업무 및 리스크 부담, 운영기간 단축 등을 이유로 실시협약안 이상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운영비 협상이 지연되면서 개통 이전 신규투자자가 약정한 3,000억원의 자금조달도 장기간 미뤄졌다. 이에 따라 예정대로 개통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시행자인 용인경전철㈜과 추가적인 운행 계약이 불가피하게 됐다.
용인경전철㈜는 신규 사업시행자에게 관리운영권을 넘길 때까지 운행비와 유지보수비 등을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약정서’ 체결을 시에 요구한 상태다. 약정서에는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할 3,000억원을 6월 30일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의 지급보증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시가 기존사업자와 사업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통을 서두르다 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의회 한 의원은 “시 재정 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존사업자와 또 계약을 맺는 것은 지금까지 비난을 감수하며 애써 추진했던 새판짜기에 짠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개통 시점 이전에 신규투자자가 관리운영권을 넘겨받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개통이 지연되면 미개시에 따른 유지관리비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까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전철 운임 수익이 표준운영비에 못미칠 경우, 부족분을 시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기에 협상도 쉽지 않다”며 “시에 유리한 쪽으로 결론나도록 협상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하 소송단)’은 용인 시민들이 선심성 예산낭비 사례로 꼽히는 용인경전철 사업 추진으로 1조원대 피해를 입었다며, 전·현직 시장 등을 상대로 주민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소송단은 “경전철 사업에 1조원의 예산이 낭비됐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주민감사를 청구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이정문, 서정석 전 시장과 당시 예산담당 및 경전철 담당 공무원 5명, 김학규 현 시장과 시장의 측근인 박순옥 전 경전철 T/F팀장을 지목했다. 또 애초에 수요예측을 잘못한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를 맡았던 소속 연구원 3명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소송단은 ▲우선협상대상자 1개 업체 선정 의혹 ▲잘못된 수요예측 및 이를 근거로 맺은 실시협약 ▲시의회 동의절차 미이행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비리 ▲국제중재 재판 패소 ▲에버랜드에 특혜를 제공한 점 등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