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재개발 비리 ‘일파만파’···정치권까지 ‘긴장’
노량진 재개발 비리 ‘일파만파’···정치권까지 ‘긴장’
  • 서영욱
  • 승인 2013.04.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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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비서관까지 뇌물, 시공사도 수백억 피해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노량진 재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조합비를 횡령한 전 조합장의 혐의가 하나 둘 들춰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관할 구역의 경찰과 담당 공무원까지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져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급기야 검찰은 뇌물이 정치권까지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합장의 사기행각으로 4,000억원을 날리게 된 조합원들은 건설사 측에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건설사는 사업 포기 과정에서 6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면 본인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 부동산 ‘거품’이 만들어 낸 또 다른 희생양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2007년 7월 대우건설과 공사도급협약을 맺고,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육신공원 맞은편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2만 600㎡을 매입했다.

 

당시 부동산경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데다 한강 조망권이 가능하고 교통도 편리해 사업 진척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부동산경기 침체와 구 조합의 불투명한 운영이 문제가 됐다.

 

구 조합은 PF대출금 2,700억원 외에 조합원분담금 1,400억원 등 모두 4,100억원을 모았지만 이 중 1,000억원의 행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동대책위원회(현 신 조합)가 나섰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사업도 지연됐다. 3년이 훌쩍 지나도록 사업승인은 커녕 시공사와 정식 도급계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결국 조합이 지난달 26일이었던 2,700억원의 PF 대출금 만기일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서 총 투자금 4,100억원은 허공에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급보증을 선 대우건설이 2,700억원을 대신 갚긴 했지만 조합원의 지분 권리관계가 소멸되면서 새로운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 전 조합장 뇌물, 어디까지 뻗쳤나?

 

지속적인 검찰의 수사망에 올라 있던 전 조합장인 최모씨는 작년 11월 결국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최씨로 부터 정ㆍ관계 로비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07년 대우건설과 공사도급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하다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 1,400억원 중 18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분담금 중 600억원을 조합 명의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아 150억원을 횡령하고 이와 별도로 30억원을 빼돌려 개인 채무변제나 부동산 구입,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합원 40여명에게 “땅값이 오를 테니 수천만원씩 프리미엄을 내야 한다”고 부추겨 정식 분담금 외에 웃돈 2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상 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최씨가 횡령한 돈으로 해당 공무원과 경찰서 등에 뇌물을 준 혐의도 속속 포착됐다. 최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파면된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최모 경위는 최씨의 수배 여부를 전산 조회하고 최씨로 부터 1억 5,000만원 상당의 분양권과 7,0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최 경위가 수배 중인 최씨의 도피를 돕거나 최소한 방조한 사실이 명확하다고 보고 받은 자금의 대가성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검찰은 구청 공무원의 뇌물로비 여부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검찰은 동작구청 건설국장 양모씨를 소환해 주택과장으로 재직했던 2007년 당시 구청 측의 구체적인 사업 인허가 절차와 타당성, 사업평가와 관련해 조합으로부터 뇌물수수 여부 등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주택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자료 분석을 병행하며 관련 실무자들을 잇달아 소환했다. 검찰은 구청이 제출한 자료물 분석과 공무원 진술 등에 대한 내용을 검토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씨와 짜고 돈을 빼돌린 공범, 같은 조합의 이사 강모씨도 구속됐다. 강씨는 2008년 3~5월 재개발 사업부지에 포함될 예정인 서울 동작구 본동소재 이모씨 소유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조합자금 15억 4,725만원을 몰래 끌어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강씨는 조합자금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음에도 계약서는 자신의 친형 명의로 작성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뒤 해당 부지를 다시 조합 측에 고가에 매도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국회의원 비서관 뇌물 수수 포착, 수사 결과 ‘촉각’

 

검찰은 최씨가 빼돌린 자금 중 거액이 국회의원 비서관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 재개발 사업 관련 인허가 청탁과 함께 로비 자금으로 건네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빼돌린 사업비 중 거액이 J사에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J사는 노량진본동 재개발사업의 철거 용역을 수주한 업체로 평소 최씨와 금전거래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2009년 중순 J사에서 당시 야당 의원 비서관이던 A씨에게 1억6,000만원이 유입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최씨가 J사에 건넨 정확한 자금 액수와 돈의 성격,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특히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J사가 최씨의 비자금을 돈세탁하는 통로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의 자금 사용처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 “대우건설 조사받아라” vs “우리도 피해자”

 

4,0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된 조합원들은 애가 타고 있다. 대우건설과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구 조합과 신 조합은 대우건설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거나 소송을 준비하는 등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2007년 시공협약을 한 시공사 대우건설은 최씨와 비밀리에 협약서를 만들었고, 그 협약을 지키지 못하자 우리 조합을 부도냈다”며 “최씨와 사업 파트너로 일해 온 대우건설이 부도책임을 모두 조합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700억원이나 되는 PF자금의 관리 소홀과 대우직원의 커넥션이 없이는 이렇게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없다”며 “대우건설과 사업의 관계기관은 검찰의 철저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본인 역시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6일 만기가 도래한 PF 대출금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주장하는 1,000억원에 대한 입금과 사용 내역을 그간 수십차례 요구해 왔으나 이를 증빙하지 못한 채 조합 간의 갈등으로 시간만 허비해 왔다”면서 “사실상 부도난 조합을 대신해 빚을 갚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토지 우선권을 갖게 되더라도 6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조합사업 중단으로 대우건설과 조합원 모두 재산 손실을 입게 됐다”며 “무리하고 불투명한 조합 운영과 규정의 적용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합원들은 제3시공사를 물색하는 등 사업 정상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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