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시한폭탄’…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불발돼
사용후핵연료 ‘시한폭탄’…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불발돼
  • 서영욱
  • 승인 2013.04.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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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고리원전 저장소 포화, 뚜렷한 해결책도 없어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한미 양국이 현행 원자력협정의 만기를 2016년 3월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로 원전 당국은 발등에 불이 붙었다.

 

국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소는 2016년 포화비중이 81%에 달하고 있는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월성원전이 2018년, 영광원전이 2019년, 울진원전이 2021년 등 포화시기가 다가온다.

 

사용후핵연료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6만 8,000다발(1다발=핵연료봉 256~289개 묶음)이 발생해 임시저장 용량 51만 8,000발의 71%에 육박한다. 경수로 17기에서는 연간 1,000다발, 중수로 4기에서는 약 1만 6,000다발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이 예정대로 34기로 늘어나게 되면 2040년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65만 4,000다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사용후재처리 권한, 왜 갖기 힘든가?

 

사용후 연료에 남아 있는 유효성분을 다시 활용하기 위해 분리하는 작업을 재처리라고 하는데,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이용하기 위한 재처리기술은 농축기술과 함께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기술이기 때문에 일부 선진국에서만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72년 한미협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제3국 이전 등이 불가능하다. 또 한반도 비핵화선언(1992년)으로 국내에서는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시설 보유가 금지돼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은 에너지 주권을 내세우며 미국 측을 상대로 우라늄 저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요구했다. 우라늄 농축 권한이 없다보니 영국의 유렌코, 프랑스 아레바 등 다국적 기업들에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고 농축우라늄을 들여와야 하는데, 이러한 관행이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미국 측은 핵비확산 질서의 균열을 우려, 우리 측 요구에 난색을 표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비핵화 질서에 도전장을 던진 북한이나 이란의 선전전에 휘말릴 수 있으며, 특히 북한의 비핵화에도 자칫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임시저장소 확보가 현실적, 외국도 뾰족한 수 없어

 

정부는 올해부터 사용후핵연료의 공론화 과정을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임시, 중간저장 등 중·단기의 현실적 대안 모색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이면 고리원전이 첫 포화시점에 도달할 예정이어서 현실적인 방안이기는 하지만 중간저장 시설을 설치하는데는 방폐장특별법과 월성원전이 최대 걸림돌이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의 설치 방안은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는 현재 원전부지 내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을 이용해 그 부지 내에 설치하는 방법이다. 부지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경주 월성원전의 경우 방폐장특별법이 중저준위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지역에는 고준위 방폐장 설치를 금하고 있어 경주는 별도부지에 중간저장 시설을 추가 설치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두 번째로 원전부지 외에 별도로 중간저장 시설을 설치할 경우 월성원전의 방폐장특별법 위반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좋지만 핵폐기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다른 지역의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사용후핵연료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이송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월성의 경우 2012년 6월말 기준 사용후핵연료가 35만 4,500여 다발로 국내 전체 저장량 36만 8,100여 다발의 96.3%에 달한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각 원전부지 내에 중간저장 시설의 설치는 방폐장특별법 때문에 월성원전이 문제가 되고, 경주 이외의 다른 곳의 설치는 대안이 되지만 부지확보도 어렵고 월성내 사용후핵연료 이송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처분이나 재처리 등 장기 관리대책은 원전 선진국조차 해법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우 네바다주 유카마운틴을 최종처분장 부지로 2002년 선정했으나 2010년 철회하고 관망 정책으로 전환했다. 현재 분산식 중간저장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2년 1월 관련 위원회는 집중식 중간저장 시설 개발을 권고했다.

 

일본은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마련을 위해 관련법을 제정하고 2002년부터 부지 공모 중이나 유치 신청이 없어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학술회의는 2012년 9월 고준위 폐기물 최종처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일본 원자력위원회에 권고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우선적으로 각 원전 내 임시저장 시설 저장능력을 추가로 확충한다는 방안이다. 조밀저장대  추가설치나 같은 부지내에서 신규원전으로 이송 저장, MACSTOR 7모듈 추가설치 등인데, 이럴 경우 각 원전의 포화연도가 고리 2016년에서 2029년으로 늘어나는 등 원전 부지내 임시저장 시설의 포화시점을 2025년 이상 연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임시저장 시설의 용량 확충도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중기 관리 대안으로 중간저장 시설을 확보할 방침이며, 이로 인해 올해부터 공론화를 통해 실제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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