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주년 특집-소통의 길목에서] ② ‘밀실·탁상’ 행정에 ‘속터져’
[창간3주년 특집-소통의 길목에서] ② ‘밀실·탁상’ 행정에 ‘속터져’
  • 서영욱
  • 승인 2013.06.17 16: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 감고 귀 막은’ 행복주택·철도 민영화…박근혜 정부 파행의 연속
상생과 협력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에서 ‘소통의 시대’라는 말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공감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소통의 중요성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시대가 되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소통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미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소통의 시대에 여전히 사회 곳곳에 불통의 모습들이 비춰지고 있다. 님비-핌비 현상부터 갑을 논란 등 다양하다.
 
이지경제가 창간 3주년을 맞이하여 시대의 화두가 된 '소통'으로 가는 길목에서 국내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불통의 단면을 살펴본다. - 편집자 주 -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지난 12일 한가롭던 경기도 평촌 국토연구원은 주민들의 고성과 항의로 일대 난장판이 됐다. 행복주택 공청회가 처음으로 열린 이날 시범지구로 선정된 지역주민들은 저마다 반대 이유를 들고 나왔다. 주변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걱정도, 계획됐던 공원이 무산됐다는 것도, 외국인이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한 번도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청회장에 반대 주민들이 많이 찾아오기는 했지만 공청회는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공청회는 중단되고 말았는데, 공청회의 첫 발표자였던 국토부의 발표가 시작된 지 10분 만이었다.

 

국토부가 시범지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는 발언이 문제였다. 반대 주민들은 즉시 “거짓말하지 말라”며 발표를 막아섰다. 시범지구로 선정된 서울 목동, 공릉동, 안산 고잔동 등 지자체에서 행복주택 건설에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데 누구와 상의를 했냐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달 20일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발표하기 전까지 후보지를 꼭꼭 숨겨왔다. 후보지를 예상했던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발뺌하고서 일방적으로 이날 발표한 것이다.

 

주민들은 정부의 밀실행정을 지적했다. 이날 주민들은 국토부 관계자에게 “목동이 지금 얼마나 포화상태인지 눈으로 직접 확인한 적 있냐?, 현장에 내려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냐”며 몰아세웠다. 국토부의 대답은 “없었다”였다.

 

한 주민은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모토가 ‘소통’인데 누구와 소통했냐”며 “국토부는 청와대하고만 소통하지 말고 주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은 “책상에만 앉아서 만들어 내는 정책은 당장 그만두라”며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청와대로 몰려가야 정신을 차리겠냐”며 언성을 높였다.

 

비슷한 상황은 여의도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철도산업발전방안 공개토론회는 철도노조 등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KTX민영화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토부는 ‘철도체제 개편 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철도 운송시장을 개편, 경쟁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코레일을 오는 2017년까지 3단계에 걸쳐 여객, 화물 등 분야별 자회사로 나누기로 했다. 또 철도 운영체계 개선으로 요금인하 효과 등 연간 6,2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여론을 수렴, 이달 중 철도산업발전방안을 확정을 강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철도노조 등의 강력한 반발이 예고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3일 코레일을 지주회사로 전환, 노선별로 경쟁체제를 도입할 뜻을 밝혔다. 이를 ‘독일식 모델’이라고 밝혔는데, 철도노조 등은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데 의견 수렴에 대한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김영환 위원장은 “우리 입장을 검토하고 공동으로 준비해서 토론하자고 국토부에 재차 요청했으나 시간이 없다며 토론회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면서 “이날 토론에는 KTX 민영화를 반대하는 어떤 단체도 참여하지 않고 국토부 입맛에 맞는 사람만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가 철도 민영화 찬성 여론을 끌어올리기 위해 비밀리에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민영화 찬성론자 중심의 연구단체를 운영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국토부가 지난해 8월 31일 국가경영연구원이 작성한 ‘철도개혁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전략’ 보고서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작성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철도운영 경쟁도입 실행방안’ 보고서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회를 비공개로 가졌다”고 폭로했다.

 

또 “이 보고회에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해온 철도공사는 배제됐고 대신 국가경영연구원(MIS), 한국교통연구원(KOTI),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만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경영연구원은 당시 보고회에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찬성여론 조성전략과 민영화 반대여론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 내용과 관련, 신 의원은 “특히 국가경영연구원의 보고서는 민영화 반대 범대위와 철도노조 등 철도 민영화 반대단체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나아가 갈등관리 방식의 하나로 노이즈 마케팅을 제시하는 등 정부부처가 의뢰한 연구용역으로 보기엔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마저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 철도 민영화를 계속 밀어붙이기 위해 국회는 물론 이해 당사자인 철도공사마저 배제한 채 비밀 용역을 추진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민의 공복으로서 있을 수 없는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