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워크아웃 극적 타결, ‘개운치 못한 끝 맛’
쌍용건설 워크아웃 극적 타결, ‘개운치 못한 끝 맛’
  • 서영욱
  • 승인 2013.06.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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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 “조금만 빨랐더라면…”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108일. 쌍용건설이 지난 2월 채권단에 워크아웃 요청을 한 뒤 채권단이 개시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비슷한 채권 은행으로 구성된 STX그룹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던 것과는 달리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STX에 밀렸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채권단들은 정부가 일찌감치 손을 뗀 기업에 은행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책임을 지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채권단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수주가 유력했던 쌍용건설의 해외 사업은 줄줄이 무산 위기에 처했고, 기업 이미지마저 바닥으로 떨어졌다.

 

◆ 채권단, 등 떠밀리듯 워크아웃 개시 결정

 

지난 2월 26일. 쌍용건설이 8년 만에 다시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쌍용건설은 주택경기 침체로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적자를 냈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으며, 만기 도래하는 600억원 규모의 어음과 채권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부도 위기에 몰렸다.

 

쌍용건설이 해외에서는 여타 건설사보다 못지않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부분에서 그 동안 추진됐던 매각 작업도 수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2002년부터 대주주로 쌍용건설을 관리하던 캠코(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 정리기간 만료를 이유로 보유 지분을 채권단에 넘기고 손을 털어버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기관의 책임감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캠코는 “할 만큼 했다”며 항변했다. 캠코는 부도위기 책임은 “경영진의 경영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돌려세우기도 했다.

 

정부가 발을 빼면서 채권 은행들의 눈치보기가 시작됐다. 쌍용건설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에서 감당해야할 부분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STX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6,000억원, ㈜STX에 3,000억원, STX중공업과 STX엔진에 1,900억원 등 STX그룹에만 총 1조 9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은행권의 부담도 가중된 상태였다.

 

법정관리행 소문이 도는 등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결국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한 데에는 1,400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우려와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한발 늦은 워크아웃 개시, 상처 입은 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늦어지면서 쌍용건설은 금전적 피해 뿐만 아니라 이미지 훼손 등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워크아웃이 지연되면서 수주 무산 위기에 놓인 해외 사업장이 한 둘이 아니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이달 초 2,2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C 복합건축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했다. 쌍용건설은 최저가 입찰로 우위에 섰지만 워크아웃 개시가 지연되면서 발주처는 재무 위기를 이유로 해외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동남아, 중동 등에서 131억달러(쌍용 지분 47억달러) 공사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쌍용건설의 해외 수주 연쇄 실패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쌍용건설이 중동에서 수주한 4조 4,680억원 규모의 지하철 공사는 수주 무산은 물론 국제 소송전까지 우려되고 있다. 쌍용건설 컨소시엄은 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발주처는 쌍용건설 재무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쌍용건설이 1순위 자격을 획득한 1조 5,0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M 복합건축 프로젝트도 같은 처지다. 일본업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1순위 자격을 획득했지만 워크아웃 지연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주 불가 시 분쟁은 물론 수주 후 공사 제외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미 공사를 수주했지만 본 계약 체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사례도 있다. 동남아에서 지난달 따낸 1억200만달러(1115억원) 규모 S호텔 건축공사는 본계약을 앞두고 이행보증증권(P-본드)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발주처에 연기를 요청했지만 불가 시 수주가 취소될 위기다.

 

◆ 시종일관 무기력했던 금융당국, 책임 논란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일단은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쌍용건설을 부실기업으로 몰아넣고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의 행동에 책임을 묻고 있다.

 

쌍용건설 노조는 “10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부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더 이상의 책임 회피를 멈추라”며 일찌감치 발을 뺀 캠코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쌍용건설 매각에 있어서도 최대주주가 된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쌍용건설의 지분을 고가에 매각하기 위해 혈안이 돼 왔다”며 캠코를 비난하고 나섰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줄곧 소극적이었던 금융당국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예전처럼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구조조정의 방향을 뚜렷이 제시하던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의 무기력한 모습에 채권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를 찾지 못했고 결국 쌍용건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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