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앞에선 ‘상생’ 뒤로는 ‘갑질’ 논란
아모레퍼시픽, 앞에선 ‘상생’ 뒤로는 ‘갑질’ 논란
  • 김소원
  • 승인 2013.07.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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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밀어내기에 사원 빼내기까지



[이지경제=김소원 기자] 국내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품 밀어내기, 영업사원 빼내기, 일방적 계약해지 등으로 대리점주들의 생명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경남 마산에서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을 운영하던 서행수씨는 2006년과 2007년에 실적이 역성장한 것에 대해 본사로부터 경영개선 요청을 받았다. 서씨가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본사는 2007년 12월 서씨에게 ‘경영개선 요청 내용’을 보내 2008년 판매 증대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이에 서씨는 2008년 판매목표를 5% 성장으로 잡았지만 그해 9월까지 2.4%에 그쳤고, 본사는 결국 그해 말 거래를 종료했다.

 

서씨는 실적부진은 대리점을 직영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본사의 핑계라고 주장했다. 서씨의 대리점은 과거 우수 대리점으로 선정된 적도 있었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서씨는 “본사 담당자도 실적 때문에 계약해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며 “대리점을 10년 정도 운영하면서 분할을 한 번도 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씨가 운영했던 방문판매 특약점은 가정 등을 방문해 화장품 외판을 하는 이른바 ‘카운슬러(화장품 방문판매원)’를 관리하는 업체다. 본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 등을 받아 재고를 관리하며, 카운슬러의 모집 및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카운슬러는 보통 화장품 주구매 대상과 비슷한 여성이 많은 편이고, 학습지 교사 등과 같은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 지위로 특약점 등과 계약을 맺어 영업을 한다.

 

본사는 계약을 해지하면서 서씨의 특약점에서 10년 동안 계약을 맺어온 60여명의 카운슬러들을 그해 모두 다른 특약점으로 가도록 했고, 이듬해 절반은 다시 직영점으로 이동시켰다.

 

서씨는 “2009년 1월1일 즉시 아줌마들(카운셀러)에게 (본사가) 문자메시지를 보내 나와 계약이 끝났으니 다른 영업장으로 출근하도록 했다. 방판 특약점 특성상 10년 영업을 해오며 쌓아온 자산과 인맥을 고스란히 내주는 셈이 됐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주들은 일방적 계약 해지와 인력 빼가기 등의 횡포 외에도, 본사로부터 직영화를 강요받았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과거 태평양 시절인 1970년대 세분화 작업을 하면서, 힘들게 유치한 고객을 타 대리점에 대가없이 넘겨주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됐다는 것이다. 특약점주들은 실적이 좋은 대리점을 강제로 직영화 하면서 회사에서는 합의하에 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현직 특약점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회사의 압박에 카운셀러 수십명을 다른 직영점에 빼앗겼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 부산·경남 15개 직영점은 모두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약점주들은 화장품 밀어내기 영업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목표영업실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밀어내기 식으로 상품을 강매하고, 목표영업실적을 달성한 경우에도 대리점 매도·분할을 강압적으로 유도하고 거부시 계약해지 등을 통해 결국 우수대리점·특약점을 다른 아모레퍼시픽 퇴직자에게 넘기거나 직영화 한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 지역 한 특약점의 2012년 1∼6월 ‘월별 영업 현황’에 따르면 1∼5월 회사에서 특약점에 넘긴 제품 액수가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 가량 계속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매출은 보통 1억원 안팎이었다. 이밖에도 특약점주들은 방문판매 영업사원의 교육과 훈련비용 또한 부담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우월한 지위를 가진 주체에 의한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철호 가맹거래사는 “영업이 잘 되지 않는 특약점은 실적으로 압박하고, 잘 되는 점포는 인력을 빼앗는 방식으로 아모레가 직영조직을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위원장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인류를 아름답게, 사회를 아름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횡포 그 자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측은 계약해지 과정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약정서상 계약해지 3개월 전 통지하도록 돼있으며 이에 맞게 진행된 사안”이라며 “계약을 어기거나, 전체 550여개 대리점의 매출과 비교해 해당 점포의 매출이 낮으면 경영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종료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또 카운셀러를 다른 대리점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카운셀러는 개인사업자로 해당 특약점의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할 수 있어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점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라며 “특히 2003년과 현재 80개 직영점의 영업사원 수를 비교하면 오히려 직영점의 카운슬러 수는 감소해 영업사원을 빼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경영방침은 ‘함께 가자’다. 고객, 세계, 사회, 임직원과의 ‘동반성장’에 방점을 찍고, 일찍부터 상생 행보를 강조해왔다. 그랬던 아모레퍼시픽이 ‘갑의 횡포’ 중심에 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소원 swk@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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