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쌍용건설 채권단, ‘회장 해임 시도’ 닮은꼴
STX·쌍용건설 채권단, ‘회장 해임 시도’ 닮은꼴
  • 서영욱
  • 승인 2013.09.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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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도 적임자도 회장님” 김석준 기사회생…강덕수 거취 주목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올해 나란히 워크아웃에 돌입한 STX그룹과 쌍용건설이 채권단의 회장 해임 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 7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김석준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고 채권단 회의에서 팽팽한 입장차를 보인 가운데 기사회생했다. 쌍용건설과 채권단 구성이 비슷한 STX채권단은 지난 3일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STX의 반발을 사고 있다.

 

◆ “부실경영 책임, 당연히 회장이 져야”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3일 “새로운 경영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근 강덕수 회장에게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채권단은 신규 경영진을 선임하는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에 대해 이사회의 결의를 요청한 상태다.

 

채권단이 경영진 재편을 시도하는 이유는 우선 워크아웃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백히 가리겠다는 의도다. STX그룹이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그룹 오너가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

 

쌍용건설의 김석준 회장도 같은 이유로 올해에만 두 번의 퇴진 시도가 있었다. 지난 3월에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경영부실 책임을 물어 김 회장의 해임을 추진했지만, 주주총회에서 재연임되며 기사회생했다. 넉 달 후인 지난 7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김 회장의 해임을 시도했으나 7곳의 채권단 중 4곳이 해임을 반대하며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또 다른 이유는 그룹 M&A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과 강 회장 모두 그룹 초기부터 기반을 다져왔던 인물들로써 향후 M&A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STX 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그간 STX팬오션 인수, 인사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계열사 구조조정 방안 등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M&A가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회장의 해임 요구는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고 회장 해임을 찬성했던 은행과 반대했던 은행들간의 갈등이 커져 워크아웃 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장고 끝에 쌍용건설 김 회장 해임에 반대표를 던진 우리은행은 M&A 등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김 회장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게 견제장치를 따로 마련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님’이 필요한 이유

 

두 번이나 워크아웃에 돌입하고도 김 회장이 또 다시 두 번이나 기회를 얻은 이유는 ‘죽일 수 있는 사람도 회장, 살릴 수 있는 사람도 회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쌍용건설 김 회장은 지난 1998년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채권단 요청으로 복귀해 2004년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성공시켰다. 또 2006년 회사 매각을 위해 물러났지만 채권단은 곧 복귀시켰고 2010년에는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산적해 있는 해외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 김 회장의 존재감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쌍용건설은 47억 달러 규모의 해외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회장이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만큼 김 회장의 공백은 수주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강점을 보였던 쌍용건설이었던 만큼 해외수주 기회를 놓치면 향후 회사 매각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STX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STX는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재계 10위권의 대기업을 키운 강 회장의 경영 노하우가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TX는 “과감한 M&A 및 투자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비즈니스 효율을 증대시켰고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달성하며 사업보국(事業報國) 실천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며 “STX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물어야 하겠지만, 과거의 경영성과는 완전히 무시하고 조선·해운 장기 불황에 따른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만을 물어 경영권을 앗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채권단은 조기경영정상화를 위해 전문성과 추진력을 보유한 외부전문가를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하겠다고 하지만, 외부 경영자는 단순 관리인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살릴 동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은 STX의 반대에도 불구 오는 9일 열리는 이사회를 거쳐 27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신규 경영진을 구성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에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 회장 해임이 회사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를 두고 채권은행들 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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