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과장부터 MB실세 '왕차관'까지…원전 수사 105일
일개 과장부터 MB실세 '왕차관'까지…원전 수사 105일
  • 서영욱
  • 승인 2013.09.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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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게이트’로 비화, 향후 MB 측근 추가 연루 여부 관심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시험성적서 위조 적발로 촉발된 원전비리 수사가 전 정부의 핵심 실세인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기소하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이번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는 과거 관계자들의 단순 처벌에서 벗어나 원전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사단은 JS전선의 제어 케이블을 비롯한 47개 원전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를 비롯해 한수원을 상대로 한 현대중공업과 한국정수공업 등 원전업체의 금품로비, 한수원 기관 내부의 인사청탁 등 원전 업계의 구조적인 비리를 상당부분 파헤친 것은 물론, 전 정권의 실세였던 박 전 차관의 금품수수 혐의도 밝히는 등 원전비리를 ‘원전 게이트’로 진화시켰다.

 

◆ 제조-검증-승인업체의 ‘검은 커넥션’

 

지난 5월 28일 신고리원전 1,2호기에 사용된 제어 케이블이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조업체와 검증업체, 승인업체 간의 ‘검은 커넥션’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흔히들 ‘원전 마피아’라고 불린 원전 공기업 출신 인사들이 제조·검증·승인업체의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원전 부품 납품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것. 검찰은 이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5월 29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을 설치하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도 6월 7일 ‘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모든 원전의 시험성적서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한수원 등 원전 관련 공기업 퇴직자의 협력업체 재취업 금지 대상도 확대했다.

 

곧이어 JS전선과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6월 14일 새한티이피 대표와 한전기술의 처장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안승규 한전기술 사장은 해임됐다.

 

◆ 대기업 연루, 정관계 전방위 로비 포착

 

이번 원전수사는 6월 18일 한수원 송모 부장 자택에서 6억여 원의 현금 뭉치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당초 이 돈은 JS전선이나 새한티이피에서 흘러 나왔을 것이란 예상이었지만 출처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돈의 출처는 원전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이었고 검찰은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 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송 부장이 원전 부품과 설비의 입찰 조건을 현대중공업에 유리하게 만들어 준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다.

 

특히 송 부장이 국내 원전의 용수처리 설비 등 보조기기 구매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0년 초 UAE원전 사업을 지원하는 한국전력의 ‘원전EPC사업처’에 파견돼 같은 업무를 맡으면서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UAE원전 납품과 관련해 불법 로비를 벌인 기업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현대정수공업과 LS전선 등을 추가 수사했다. 한수원 본사와 고리·월성본부 등 9곳으로 수사를 확대한 검찰은 7월 4일 김종신 한수원 전 사장을 뇌물수수 협의로 체포하면서 원전비리 핵심에 다다라는 듯 보였다.

 

이와 함께 당시 원전관련업체들이 한수원 사장뿐만 아니라 정·관계 고위인사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MB정부의 전·현직 국회의원과 과거 지식경제부 간부들 등 원전 핵심인사들 역시 검찰의 수사망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원전 수사가 ‘원전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비리사태의 핵심인 ‘원전 마피아’를 처단하기 위해서는 한수원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 ‘권력 게이트’로 비화, MB 실체 ‘왕 차관’ 기소

 

김종신 전 사장 구속으로 ‘원전 게이트’ 비화 조짐을 보인 원전 수사는 8월 3일 ‘영포라인’ 출신의 브로커 오씨가 구속되면서 표면화됐다. 검찰에 따르면 MB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영포라인’ 출신 오씨와 여당 당직자가 원전업체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기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박영준 전 차관에게 로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박영준 전 차관을 처음으로 소환조사했고, 지난 10일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MB정부 시절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을 보좌하며 MB정권의 실세라며 ‘왕 차관’이란 별명을 얻었던 만큼 파장은 더욱 컸다.

 

박 전 차관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 3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국정수공업이 UAE원전 수처리 설비 계약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김종신 전 사장으로부터도 인사 청탁과 함께 각각 200만원과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수사단은 김 전 한수원 사장과 이종찬(56) 한전 부사장 등 모두 43명을 구속기소했고, 박영준 전 차관 등 54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원전비리와 관련해 모두 9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중 한수원 등 원전관련 기관의 전·현직 임직원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원전관련 업체 임직원과 정치인, 브로커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원전비리 수사단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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