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는 ‘투자금 블랙홀’
석유공사는 ‘투자금 블랙홀’
  • 서영욱
  • 승인 2013.10.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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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 투자해 대부분 날려, 하베스트 인수는 ‘재앙’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24일 열린 한국석유공사 국정감사에서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인수하는데 무려 4조5,000억원의 큰 돈을 들이고서도 8,000억원의 손실만 발생, 결국 되팔기로 하면서 석유공사의 방만한 투자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민주당) 의원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해외자원개발 M&A사업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석유공사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6개 광구개발에 96억7,700만 달러(10조2,382억원)투자하고 선 2,180만달러(230억원)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박 의원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08년 미국 앙코르 광구를 8억9,800만달러(9,500억원)에, 페루 사비아 광구를 6억5,100만달러(6,887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 업체인 캐나다 하베스트 지분 100%를 36억9,000만달러(3조9,000억원)에 매입했으며, 카자흐스탄 카스피안 광구개발에 4억2,400만달러(4,485억원)를 투자했다.

 

2010년에는 영국 다나 광구개발에 34억9,600만달러(3조7,000억)를, 2011년 카자흐스탄 알티우스 광구개발에 5억1,800만달러(5,480억원)를 쏟아 부었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투자를 통해 5개 광구에서 모두 8억9,000만달러(9,416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1개 광구에서 8억6,800만달러(9,183억원)의 손해를 입으면서 실수익은 2,175만달러(230억원)에 그쳤다.

 

석유공사는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부채는 2008년 5조원에서 지난해 19조4,000억으로 치솟았다. 발행한 회사채만 8조원으로 하루에 13억원씩 이자를 물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율도 2008년 73%에서 올해 6월 기준으로 173%에 달했다.

 

박완주 의원은 “석유공사가 수익성 없는 해외자원개발로 15조원 가량의 부채를 늘렸는데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하는 빚”이라며 “사고는 정부가 치고 책임은 국민에게 떠미는 격이다.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재앙급’ 하베스트 인수,

1달러짜리 정유사 1조원에 사들여

 

특히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의 경우 당초 탐사·개발·생산 부문만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가 무리하게 정유 부문까지 인수하면서 8,000억원의 손실을 내고 결국 되팔기로 했다.

 

산업위 이현재(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정부는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에 나섰고 계약 당시 경영권 인수 프리미엄만 4,000억원을 내주는 등 한때 석유공사 대형화사업의 상징과 같은 사업이었지만 이제는 해외자원개발사업 재앙이 됐다고 성토했다.

 

캐나다 하베스트의 재앙은 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사 생산광구 인수 시 자회사인 부실 정유업체(NARL)를 1조원을 얹어주고 동반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현재 의원은 “문제의 정유업체(NARL)는 캐나다 국영석유사 페트로 캐나다가 1986년 1달러에 팔아치운 정유회사로 확인됐다”며 “석유공사는 1달러에 거래가 된 사실상 깡통기업을 인수하면서도 기초적인 정보 확인이나 현장실사도 없이 하베스트 측 자료만을 바탕으로 자산평가도 졸속으로 마무리한 채 성급히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천문학적인 국민혈세 낭비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NARL로 인해 지난 3년간 10억3,900만 달러가 증발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NARL 매입가가 9억3,000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이미 NARL의 기업가치는 마이너스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 8천억 손실 내놓고 경영평가 ‘우수’

 

석유공사는 8,000억원의 손실을 내 놓고도 해외사무소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우수한 등급을 매기는 등 실제 운영현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산업위 심학봉(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베스트사 투자를 맡은 캐나다 해외사무소는 실적평가 결과상 93.1점을 획득, B등급을 받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3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카자흐스탄 사무소가 85.74점으로 C등급, 2,028억의 순이익을 기록한 영국사무소가 81.85로 B등급에 랭크됐다.

 

석유공사의 최근 3년간 공사의 해외사무소 실적평가 결과, 전체 16건의 사무소 운영실적 및 평가자료 중 절반에 해당하는 8건의 손실을 입었음에도 평균 92.92점, B등급 이상의 평가등급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심학봉 의원은 “캐나다 사무소가 93.1점을 취득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실적 평가를 명확한 평가기준에 근거해 판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부처별 실적평가는 계량평가와 비계량 평가로 구분되며 각 평가를 6대 4 비율로 합산해 부처별 성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개인평가 점수를 합산해 직원들의 인사고과,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삼아왔다”고 해명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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