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SK건설, 태국판 4대강사업 핑계 ‘먹튀?’
삼성물산·SK건설, 태국판 4대강사업 핑계 ‘먹튀?’
  • 서영욱
  • 승인 2013.10.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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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담합 제재 회피 수단으로 이용, 이후 1천억원대 매출 올려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삼성물산과 SK건설이 4대강 담합으로 입찰 제한 위기에 처하자, 태국 물관리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회피한 뒤 이후 태국 사업에서는 슬그머니 발을 빼 그간 부당 수익을 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신기남(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태국판 4대강 사업’으로 불린 수자원공사의 ‘태국 물관리 사업’이 건설사들의 ‘부정당업자’ 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SK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환기업 등 7개 대기업은 조달청으로부터 지난 1년간(2012.8∼2013.8) 1조1,039억원의 수주를 올렸다. 기업별로는 대림산업이 3,062억원, GS건설 2,772억원, 대우건설 2,257억원, 현대건설 1,351억원, 삼성물산 993억원, SK건설 398억원, 삼환이 206억원이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입찰 담합 등 불법을 저지른 19개사에 대해 검찰고발 및 과징금 처분 등의 조치를 취했다. 관련 법규에 따라 조달청은 이 업체들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관급공사 수주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시점(2012년 8월)에서 제재대상 기업인 삼성물산과 SK건설 등 7개사는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던 ‘태국 물관리 사업’ 입찰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조달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이 주축을 이룬 해외건설협회는 지난해 9월 조달청장에게 공문을 보내 이 업체들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 유보를 요구했다.

 

당시 해외건설협회가 동원한 명분은 정부의 제재가 가해질 경우 외국 경쟁업체들의 비방 등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태국 물관리사업 수주는 물론 여타 국가에서의 수주활동에도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신기남 의원에 따르면 조달청은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해당 업체들에 대해 내려져야 할 부정당업자 지정을 1년 이상 미루다, 지난 9월 검찰이 관련 업체 및 전현직 임원에 대해 기소처분을 내리자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최근에서야 뒤늦게 제재조치를 내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해외건설협회 측의 이런 논리를 납득하려면 해당 업체들은 해외 수주활동에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야 마땅하지만, 삼성물산과 SK건설은 ‘최종제안서’ 제출 직전인 지난 5월 일방적으로 컨소시엄을 탈퇴했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SK건설은 태국 물관리 사업 최종입찰 직전 ▲총 계약금액(약 12조원)의 5%(6,000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에 대한 법적 책임과 분담을 거부하고 ▲자사의 이익률을 10∼15%로 보장할 것 등을 내걸어 컨소시엄 탈퇴 명분으로 삼았다.

 

신 의원은 “당시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SK건설은 ‘물 산업은 우리 주력 분야도 아니고 워낙 규모가 커서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고 말하는 등 애초부터 태국 물관리 사업에 적극적인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삼성물산과 SK건설의 태국 물관리 사업 참여는 실질적인 사업 의사 때문이 아니라,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에 대한 당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교묘한 ‘헐리웃 액션’이자 일종의 ‘2차 담합’이라고 신 의원은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물산과 SK건설은 태국 물관리 사업에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부정당업자 지정은 피해 지난 1년간 각각 993억원과 3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물산과 SK건설은 이와 관련된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에만 120억 달러 규모의 해외수주를 기록해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그 가운데 태국 물관리 사업까지 진행할 인력이나 여러 가지 상황이 안됐다”며 “제재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컨소시엄을 탈퇴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 의원은 “일종의 ‘먹튀’ 작전이라 불려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태국 물관리 사업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 발주 사업에 대한 입찰자격을 박탈하는 등 엄중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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