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KT 이석채 회장 검찰수사 압박에 결국 '사퇴'
[종합] KT 이석채 회장 검찰수사 압박에 결국 '사퇴'
  • 이어진
  • 승인 2013.11.0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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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 시민단체 “환영”


[이지경제=이어진 기자] KT 이석채 회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1,000억원대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사내 메일을 통해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KT 이석채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또한 벌써부터 KT 이석채 회장 후임이 거론되고 있어 KT의 앞날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이석채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

KT 이석채 회장은 3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메일을 통해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이 회장은 이메일을 통해 IT시스템의 혁신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글로벌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닦던 때에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돼 회장으로서 참담한 마음과 함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회장은 “최근 일련의 일로 저는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 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며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 모든 것이 다 제가 부덕했던 탓이다. 정말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메일을 통해 경쟁사 대비 인건비가 1조5,000억원 이상 더 많이 소요되는 업체라고 지적하며 그간 낙하산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를 올해 내로 폐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KT 이석채 회장은 “우리 현실을 보면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더 많은 인건비가 소요되지만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 보긴 어렵다”며 “비상한 각오로 인건비 격차를 1조까지 줄인다는 근원적인 개선을 올해 안에 이뤄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를 올해 내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최근 출장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KT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자평하는 한편 여러 의혹들에 대해 자신이 공개할 수 있는 부분들은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석채 회장은 “TAS기간중 공동마켓을 형성하기로 정상 간에 합의한 르완다, 케냐, 우간다와 남수단이 ‘두 개의 수레바퀴’ 모델을 적용할 경우 단순한 통신업이 아니라 우리 한국의 지식산업이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고, 우리는 1억명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며 “르완다 대통령은 ICT를 활용해 르완다의 핵심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연구, 보고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물론 유상이다. KT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의 일들로 여러분들이 공들여 만든 회사 이미지가 피해를 받은 점 가슴깊이 사과드린다”며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여러 의혹들, 연봉을 포함한 상상을 초월한 억측으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제 급여,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한 치 숨김없이 공개하겠다. 저는 전임사장의 급여체계를 그대로 따랐다”고 덧붙였다. 

◆ 사의 표명한 KT 이석채 회장은 누구?

이석채 회장은 1968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진출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이 회장은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으로 발탁됐고,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2년 경제기획원 예산실 실장을 지내는 등 엘리트 경제관료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시절 공직의 발판을 닦은 이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재정경제원 차관,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을 거쳐 제2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실세 중의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막강 실세로 통했지만, 비리 의혹 등의 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통부 장관 시절 PCS사업자 선장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심사 방식의 변경을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미국으로 도피, 3년여간 야인생활을 했다. PC사업자 선정의혹과 관련한 재판에서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지만, 2006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PCS사업자 선정 의혹 외에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 한보그룹과 관련 불법대출 연루 의혹도 받았다. 

야인으로 생활하던 이석채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8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KT 남중수 전 사장의 구속으로 KT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사장추천위원회에 신청서를 내고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장은 KT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자회사였던 이동통신업체 KTF를 합병했다.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KT를 거대 그룹으로 탈바꿈 시켰으며 자신의 직함을 대표이사에서 회장으로 승격시켰다. 

KT 회장으로서의 이석채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아이폰 도입, KT-KTF의 합병, 비통신 계열사 인수로 인한 ‘탈통신’ 전략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낙하산-보은 인사, KT의 자산 헐값매각 의혹 등은 이 회장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행적이다. 

40억원대의 고액 연봉, 청담 타워팰리스 사택, 그리고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정계에서 낙하산 인사를 잇달아 등용 등 스캔들을 몰고 다녔다. 

특히 낙하산 인사의 경우 KT 내부에서도 ‘원래 KT'와 '올레 KT'라고 불릴 정도로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불법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논란은 이 회장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투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혔다.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KT 자산 헐값매각 논란은 배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불러일으켜 결국 이 회장의 발목을 붙잡게 했다. 

◆ 시민단체-정치권 “이석채 사임 환영”

KT 이석채 회장의 사임에 대해 KT새노조와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사내 메일에서 이 회장의 밝혔던 내용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KT 새노조는 “그 동안 제주 7대 경관 가짜 국제전화 사건 이후 지금껏 시종일관 이석채 회장의 잘못된 경영행태에 맞서 투쟁해 온 우리는 뒤늦게나마 이 회장이 사퇴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KT 새노조는 KT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인으로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을 들며 사내이사만이라도 이 회장과 함께 동반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KT가 이지경이 된 데는 CEO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너무나 막중하다. 검찰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열린 이사회에서조차 이석채 거취를 논의하지 않았다”며 “이런 이사회가 또 다시 KT의 명운이 걸린 차기 CEO를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진 모두에 깊은 반성을 요구하며 당장 모든 이사를 바꿀 수 없으므로 최소한 사내이사들은 이석채와 함께 더 이상 이사의 자격을 유지해서는 안된다”며 표현명, 김일영 두 사내이사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K T새노조는 이 회장의 배임혐의 뿐 아니라 반인권적인 노동탄압과 관련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KT 새노조는 “이 회장은 퇴임사에서도 불법 인력퇴출 프로그램으로 고통받은 많은 KT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사과조차 하지 않은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배임 혐의에 대해 사법처리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와 무관하게 반인권적인 노동탄압에 대해서는 끝끝내 추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KT 이석채 회장의 사임이 그간 논란들에 대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당초 국민기업을 이끌 능력도 도덕성도 없는 자가 KT를 사리사욕과 사익편취의 대상으로 삼고 쇠락의 길로 올려놓은 책임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KT 이사회에 대해 "이 회장의 사퇴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한 뒤 "이 회장의 전횡은 전문경영인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이사회의 책임도 상당하다. 후임 CEO 운운하며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정부에 대해서도 "KT 대표이사 자리가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석채 회장 문제의 본질은 낙하산 CEO라는 데 있다"며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전문적 인사, 투명하고 공정한 CEO 선임 이것이 이제 남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 이석채 사임, KT의 미래는?

KT 이석채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당분간 KT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은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KT정관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퇴임일자를 정해야하며 퇴임일자 기준 2주 이내에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CEO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현재 7인),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되며 CEO추천위원회는 위원장을 제외한 재적위원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된다. 선정된 후보는 주주총회에서 결의를 통해 최종 선임하게 된다. 

주주총회 소집 전 추가로 2주가 더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새 회장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일정상 빠듯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이 회장이 업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KT 이석채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벌써부터 후임 회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대략 6명 안팎이다. 반도체 부분에서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삼성전자 황창규 전 사장과 한글과컴퓨터 사장 출신인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삼성전자 이기태 전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통부-방통위 위원들까지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방통위 형태근 전 상임위원이 대표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 후보로 지명됐던 미국 벨연구소 김종훈 전 사장도 거론되고 있지만, 국적 문제로 사실 상 KT 수장 자리에 오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더이상 KT가 정치권 인사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5년 후 정권이 바뀐다면 또 다시 CEO 리스크로 인해 KT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해관 전 KT 노조위원장은 "KT 수장에 정치권 인사를 앉히기 보다는 통신 전문가를 앉히는 게 KT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면서 "통신 전문가를 앉혀야 현재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KT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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