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정지'가 전력난 주범? 글쎄…
'원전 정지'가 전력난 주범? 글쎄…
  • 서영욱
  • 승인 2013.12.0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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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스톱' 때도 정전사태 없었다…대기업 등 절전 동참이 '관건'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잇단 원전 고장 정지와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 연기 등으로 본격적인 추위를 앞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전력난 우려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100만㎾급 한빛원전 3호기가 터빈발전기의 이상으로 갑자기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85만㎾급 고리 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발전을 멈췄다. 여기에 부품 비리로 멈춘 각 100만㎾급 신고리 원전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한수원이 추가적인 정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정기검사 연장을 신청해 연내 재가동은 힘들어졌다.

 

여기에 정기적인 정비로 가동을 멈춘 원전까지 합하면 전체 23기의 원전 중 7기, 총 626만㎾ 용량의 원전이 가동을 멈춘 상태다. 여기에 오는 12일 100만㎾급 한빛원전 5호기도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면 726만㎾의 전력공급이 중단될 예정이다. 과연 전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원전 가동이 필수적인 요소일까?

 

◆ 원전 비중 30% 일본, 원전 ‘제로’ 때도 전력난 없어

 

역대 최악의 전력난으로 꼽히는 지난 여름. 순환 정전 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기도 했는데, 지난 여름에는 원전비리 등 각종 원인으로 총 10기, 771만kW 용량의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당시 정부는 전력공급능력을 8,000만㎾, 최대전력수요는 7,900만㎾로 예상했다.

 

지난 여름에는 최대전력수요가 8,008만㎾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다행히도 예상과는 달리 순환정전 없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원전 한기만 멈춰서도 ‘전력난’을 운운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는데, 10기가 멈춰도 큰 위기 없이 지나갔다. 결국 전력난은 원전의 가동 여부가 결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지난 9월 일본은 정기검사를 위해 일본 내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의 원전은 총 50기로 일본 전력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사의 우려와는 달리 대규모 정전상태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이 원전 가동을 모두 멈춘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에 대해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번 두 번째 ‘핵발전소 제로’ 상태는 일본이 충분히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 정부는 탈핵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발전소 정지 역시 ‘재가동 심사’를 위한 사전단계일 뿐 탈핵정책과는 상관없는 절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국내 원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26.4%. 일본보다 오히려 낮다. 일각에서는 원전 정지로 전력난을 운운하는 것도 원전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려는 원전업계의 음모, 혹은 지나치게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공장 한 곳이 원전1기 전력사용, 국민들 콘센트 뽑을 때 공장은 ‘풀가동’

 

정부는 전력난에 대비해 전기다소비업체에 강제 절전 규제를 시행하고 피크시간대에 공장 가동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쓰는 돈만 매년 수천억원이 넘는다.

 

몇 기업들은 이를 성실하게 지켜 수백억원의 지원금을 받아가 ‘중복특혜’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또 다른 기업들은 이를 무시한 채 전기를 펑펑 쓰고 있어 정부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절전 규제를 지키지 않은 대기업 20곳, 29개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산업부는 8월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최악의 전력난에 대비해 대기업과 백화점 등 전력 다소비업체의 전력 사용량을 3%에서 최대 15% 줄이도록 하는 절전 규제를 시행했다. 그 결과 절감량은 당초 목표로 했던 280만㎾를 달성했다. 원전 3기 정도의 전력량을 줄인 셈이다.

 

하지만 이행률은 지난 겨울철(89.4%)과 비교해 약 7%포인트 낮은 83%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5일간 하루도 절전규제를 지키지 않고 배짱을 부린 업체는 기아차(광주), LG화학(파주), LG실트론(구미2), 현대하이스코(순천), 에스오일(울산), 현대로템(안양), 남양유업(나주), 하이트진로(전주), SK네트웍스(서울) 등이었다.

 

4일간 지키지 않은 곳도 기아차(광명, 광산), 현대차(전주, 아산), 한화케미칼(여수), LG실트론(구미1), 금호타이어(평택, 광산), LS산전(청주), 롯데칠성(대전) 등 10곳에 달했고, 기아차(오산), 현대차(울산), SK케미컬(울산), 대한제강(부산), 전주페이퍼(전주), 한솔제지(서천), LS전선(구미) 등 7곳은 3일간 절전규제를 지키지 않았다.

 

민주당 전순옥 의원실에 따르면 전기다소비업장 500곳의 전력사용량이 전 국민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전순옥 의원실에 제출한 ‘연간 2000TOE 이상을 사용하는 에너지다소비 사업장 상위 500개 업체 현황’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산업용전기를 사용하는 36만여 업체(36만7888개) 중 0.1%에 해당하는 500개 사업장이 1,300만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6,548만3,733MWh)의 84%에 해당하는 5,500만MWh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순옥 의원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역사나 현재 진행상황을 볼 때 원자력발전소는 전부 대기업, 재벌기업이 짓고 있다. 민간발전소도 모두 대기업, 재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전력산업에서 짓고, 팔고, 쓰는 전력의 기본 순환 구조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며 재벌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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