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회사' 갈아타는 한국네슬레, 이유 따로있나?
'유한회사' 갈아타는 한국네슬레, 이유 따로있나?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4.03.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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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회사 외부감사 및 기업공개 없는 만큼 과세투명성도 떨어져

▲ 한국네슬레 제품 광고영상, (사진) 호주 그래엠 토프트(Graeme Toft) 대표

[이지경제=신관식 기자]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네슬레가 지난해 8월 농심과 과자사업 유통 관련 제휴를 맺은데 이어 주력이던 커피믹스 사업을 롯데푸드와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한다. 네슬레는 새롭게 '롯데네슬레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네슬레코리아'는 유한회사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슬레가 국내에서의 실적이 저조하면서 기업구조 자체를 바꾸는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커피 사업이 주력이던 네슬레가 최근 몇 년 간의 손실 누적으로 결손금이 쌓이면서 한국네슬레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점유율도 3위로 밀렸다. 1위는 동서식품, 2위는 남양유업이다. 네슬레는 1898년 ‘테이터스초이스’ 브랜드로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 진입했지만 작년 한국시장 점유율은 3.7%에 불과하다.

일단 커피믹스 사업의 실적 저조 요인으로는 열악한 유통망 때문으로 지적된다. 네슬레는 토종기업이 아닌데다 최근 급격하게 주력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잃어버려 협상력과 유통 장악력 모두 떨어져, 올해 초 롯데와 손잡은 것은 '유통 장악력'을 보강할 수 있는 파트너로 롯데와 손잡은 것이다. 또 롯데 신동빈 회장이 500억원의 현금을 투자하기로 하고 양사의 시너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네스카페’ 제품의 제조, 유통, 마케팅 및 판매를 맡는다. 커피믹스와 함께 초콜릿 맥아분말음료, 과일분말음료, 커피크리머, 펫케어 제품, 네슬레 프로페셔널 제품 등 다양한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그외 합작 대상이 아닌 네슬레 제품군과 브랜드는 신설법인 유한책임회사 네슬레코리아가 운영한다.

문제는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주식회사로 설립하면서 네슬레코리아를 유한책임 회사로 책정하려는 속내가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회사와 유한회사의 법률적인 차이를 놓고 보면, 회사채 발행 가능의 여부와 외부감사/공시의무의 여부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면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에 대해서는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도록 되었다. 하지만 유한회사는 사원(주주)이 투자한 출자금액 만큼만 책임을 지는 회사며 감사보고서를 외부에 공시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유한회사의 경우 경영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차단되는 만큼 주식회사보다 폐쇄적일 수 있다.

이런 점을 노리고 최근들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변경하는 외국계기업, 대기업계열사들이 늘고 있다.

기존에 주식회사였던 한국네슬레는 공시시스템을 통해 매년 실적이 여과 없이 공개돼 왔다. 하지만 이제 유한회사로 전환된 네슬레코리아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의 가장 기본적인 기업 정보조차 알기 어렵게 됐다.

네슬레코리아처럼 한국에서 유한회사 방식을 고집하는 외국계 식품·외식기업들은 많다. 한국피자헛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도 유한회사로 연간 매출액조차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한회사의 과세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도 높고, 심지어 정부가 각종 정책을 입안할 때도 투명한 업체 현황 자료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국세청 관계자는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의무가 없더라도 조세당국의 세무조사, 자체 세무감사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지만 과세투명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세금탈루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호 의원(새누리당)이 유한회사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입안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업계에서 해당업체의 순위를 알 수 없어 정확한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고, 업계 내에서는 서로 자신들이 1위라고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정상법에도 비외감 법인에 대해 회계감사 부문은 법무부 장관이 고시하도록 강화했지만, 유한회사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공시 의무가 없어 이해관계자 보호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한국네슬레가 새로운 법인을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이유로 기자에게 보낸 메일
한국네슬레가 굳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려는 의도에 대한 질문에는 짤막한 메일 외 어떤 응대도 하지않았다.

이처럼 네슬레가 롯데와 손잡으면서 법률이 정한 유한회사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외부감사를 피하는 형태로 주식회사 방식보다 폐쇄적인 경영을 의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궈내야 한다고 업계관계자는 지적한다.
 

 


신관식 기자 shi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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