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제빵사'…'잦은 교체' 등 고용불안 시달려
가맹점 '제빵사'…'잦은 교체' 등 고용불안 시달려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4.04.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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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이호영 기자] # 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가맹 창업 설명회장. 창업 설명을 듣던 예비 가맹점주 중 한명이 "만약 파티셰(제빵사)가 일할 수 없게 되거나 미숙할 경우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본사는 "몇 번이든지 교체나 충원해준다"고 답한다.

본사가 '충원이나 교체'의 용이함을 강조할수록 '제빵사'의 고용 불안이 부각되는 상황.

해당 본사는 점주에 대한 원활하고 전폭적인 업무 지원을 강조하기 위한 답변이겠지만 불안하고 위축된 '프랜차이즈 제빵사'의 입지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전문점 'T'사의 서울 성북구 매장에서 7년째 제빵사 일을 해오고 있는 김모씨(36·남).

그는 "프랜차이즈 제빵사는 겉만 번드르르한 건데 몰랐다. 새벽 6시까지 출근해 오후 5시까지 10분도 쉴 틈 없이 하루종일 서서 업무에 시달린다"며 "7년째 버틴다해도 직접 빵 반죽도 안 만들고 생지를 매뉴얼대로 구워내는 단순 업무다. 제빵사 경력도 쳐줄지 안 쳐줄지 불안한 반쪽자리 제빵사"라고 자괴감마저 호소했다.  

이어 "통상 제빵사 월급은 인턴이나 신입은 80~120만원대, 숙련 기술자가 150만원, 호텔 제과제빵장쯤 돼야 고작 250만원 가량"이라며 "여기서 더 버틴다고 이런 경력으로 쳐줄지도 모르겠다. 다른 데로 옮겨야 한다는 위기감이 크다. 프랜차이즈 제빵사를 고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뜯어말리겠다"고 강조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제빵사'가 새벽부터 시달려 손에 쥐는 초임은 150만원 전후다. 

'제빵사'들은 정해진 시간에 대해 월급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빨리하라'는 업무 독촉에 '언제 교체될까' 전전긍긍 마음을 졸여야 한다. 

'뚜레쥬르' 등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제빵사' 소속 협력사는 6~7개 가량으로, 점주가 채용한 '제빵사'의 소속 협력사는 가맹점주가 요청하면 이유 불문하고 '제빵사'를 교체해주기 때문.

7년 동안 여러 매장을 거쳤다는 김씨는 점주 의사에 따라 제빵사가 1년에 10번 가량 교체되는 경우도 봤다.

매출이 높은 곳이라면 몰려드는 일감에 저녁 추가업무까지 감당해야 한다.

제빵사 소속 파견 협력사 수퍼바이저는 제빵사가 희생할 것을 주문하고 수당없는 추가근무도 은근슬쩍 강요하곤 한다.

'제빵사'가 소속된 협력사와 점주, 그리고 제빵사의 관계에서 점주 위치는 절대적이다.

매출이 좋아 일이 몰리면 제빵사도 2인으로 늘리는 규정도 협력사가 점주에게 몇 번의 언질로 끝난다. 딱히 점주를 강제하지 않는다.

CJ푸드빌 '뚜레쥬르' 본사는 이같은 '제빵사' 채용이나 업무 환경은 자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CJ푸드빌은 "통상 직접 '제빵'까지 하는 경우도 있고 굳이 '가맹점주'가 원할 경우 이런 협력사들이 있다고 소개하는 정도지 업체를 추천하지는 않는다"며 "프랜차이즈에서 '뚜레쥬르'의 브랜드 정체성 간섭은 간판 디자인이나 뚜레쥬르 제품이 아닌 것을 판매할 때 정도일 뿐 '제빵사' 채용이라거나 업무 여건은 오롯이 점주와 제빵사와의 관계다. 월급을 주는 입장은 점주인데 본사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본사는 사업주인 가맹점주에 대해 마케팅이나 물품 공급 등을 지원할 뿐 어떤 형태로든 감시 형태의 관리 등은 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뚜레쥬르' 프랜차이즈에서 핵심인 빵 제품을 만들어내는 '제빵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이나 부당한 업무 강요, 잦은 제빵사 교체 등 근무 환경에 대해 '가맹점주 페널티' 등 '안전망'은 전무한 상태다.

CJ푸드빌 측은 "사실상 협력사와 가맹점주, 가맹점주와 제빵사간 일일 뿐 본사가 제빵사를 점포에 추천한 것도 아니고 그 사이에 벌어지는 일에 관여할 수는 없다"며 "제빵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본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 이 같은 답변에는 어폐가 있다.

엄연히 '뚜레쥬르' 홈페이지에는 '제빵기사 채용안내' 코너를 통해 '제과제빵 교육원'까지 운영하고 있고 '뚜레쥬르' 지점 '제빵사' 채용을 위해 별도의 경력기사 채용란도 구비해놨다.

또한 가맹점수 국내 약 1,300여개 해외 약 100개 가량인 '뚜레쥬르'는 국내외 신뢰받는 대형 베이커리 브랜드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든 공고를 통해서든 '뚜레쥬르' 제빵사에 지원한 제빵인들은 무엇을 기대했을까.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대한 직·간접적인 '안전망'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뚜레쥬르' 일선 제빵사들은 "경력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 여건도 좋을 줄 알았지만 일은 일대로 힘들고, 점주와 회사마저 힘들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현재 "소모품처럼 쓰이다 못 견디고 그만두는 프랜차이즈 제빵사들이 다반사"라는 고뇌에 찬 '제빵사'들의 그동안 간간히 불거져나온 호소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수당 없는 '추가근무 강요'나 '점주의 잦은 교체요구로 인한 일자리 불안' 등 '제빵사'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가맹점주'의 독립성을 들먹이며 일말의 대책도 내비치지 않고 있는 '뚜레쥬르'의 대응은 열악한 제빵사들의 여건을 '나몰라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호영 기자 eesoar@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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