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맡길 곳이 없다”…은행 직원들 ‘횡령’에 속수무책
“돈 맡길 곳이 없다”…은행 직원들 ‘횡령’에 속수무책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5.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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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서 또 ‘횡령’ 적발, 내부통제 ‘무용지물’
▲ 신한은행 모 지점 직원이 고객 돈 1억원 어치를 빼돌려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뉴시스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은행 직원들이 고객 돈을 마음대로 횡령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는 고객 돈 1억원 가량을 빼돌린 신한은행 직원이 적발된 가운데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던 은행들의 다짐이 무색해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한은행 모 지점 차장급 직원 1명이 한 달간에 걸쳐 고객 돈 1억원 어치를 빼돌려 탕진했다는 내용을 신한은행으로부터 접수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해당 지점 자체 감사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가, 이후 신한은행 본점 감사에서 적발됐다.

신한은행은 문제의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려고 했으나 이 직원이 돈을 모두 갚아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이 과정에서 한 달여 동안 문제 소지를 적발하지 못해 내부통제 부실을 드러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 사고와 관련해 감사를 계속 진행 중이며 해당 직원도 조사받고 있다”며 “그러나 검찰에 고발할 정도의 강제성이 있는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은행 직원이 고객이 맡긴 돈을 쌈짓돈처럼 꺼내 쓰는 사고는 어제 오늘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IBK기업은행 직원들이 은행 돈 약 1억5,000만원을 마음대로 꺼내 쓰다가 적발됐다. 연루 직원들은 모두 면직됐으며 일부 직원은 고발 조치됐다.

기업은행은 내부 감사 과정에서 지난해 A지점과 B지점 직원이 각각 320만원과 10만원의 시재금을 횡령한 사실을 발견했다. 시재금이란 고객에 돈을 지급하기 위해 은행 지점 창고에 보관한 돈으로, 시재금 횡령은 창구 직원이 자기 주머니로 챙겼다는 의미다.

기업은행 C지점 직원은 시재금 2,000만원을 유용했다가 적발됐다. 은행 돈을 다른 곳을 보냈다가 덜미를 잡힌 것이다. D지점 직원은 1억2,600만원의 무자원 선입금 거래를 하다가 적발됐다. 무자원 선입금 거래는 돈이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입금된 것처럼 꾸미고 실제 입금은 나중에 이뤄지는 수법을 말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액의 시재금 횡령이나 유용은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라면서 “연루 직원의 경우 금액의 적고 많음을 떠나 일벌백계 차원에 모두 면직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부산 HK저축은행에서 18여억원의 자금 횡령 사건이 적발됐다. 부산 HK저축은행 오토금융팀 모 직원은 주식워런트증권(ELW) 매입 자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팀장의 단말기 및 책임자 승인거래용 비밀번호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돈을 빼냈다.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농협은행 지점에 개설된 본인 명의 예금계좌 등으로 16억8,900만원을 횡령해 입금했다가 들통 났다.

이 직원은 횡령액을 충당하기 위해 미지급금 1억8,000만원, 미수금 5억5,800만원의 출금 전표를 허위로 기표하거나 본인의 예금계좌에서 9억2,600만원을 출금하는 수법으로 자금 횡령을 은폐했다.

이를 위해 예금 인출 등 관련 전표 209매를 파기하고 전표 집계표 등 관련 장표 21매를 마음대로 수정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부산 HK저축은행의 감사는 2012년 4월께 직원의 비리 행위에 대해 제보를 받고서도 조사나 경영진 보고를 하지 않는 등 내부 통제가 엉망이었다. 금감원은 부산 HK저축은행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고 임직원 15명에 대해 직무 정지 등의 조치를 내렸다.

최근 경영진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국민은행은 지난해 직원들의 대규모 횡령사건으로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국민은행 본점 주택기금부 전 직원 박 모 씨는 친분이 있는 영업점 직원 진 모 씨 등 7명과 짜고 소멸시효를 앞둔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한 뒤 현금 상환하는 수법으로 111억여원을 횡령했다.

박씨는 지난 2010년 2월부터 주택기금부 업무를 맡아오면서 자신이 보관하던 채권을 광고지를 통해 알게 된 한 사진 관련 전문가에게 캡처해달라고 의뢰했다. 이 전문가는 캡처한 채권 이미지 앞면 채권번호 공란에 숫자 크기와 모양을 조합했다. 뒷면에 있는 매출점은 해당 지점장의 직인을 오려붙였다.

박씨는 이렇게 채권을 위조할 수 있는 견본을 이동식저장장치(USB메모리)에 넘겨받아 자신의 집에서 컬러 프린터로 출력한 뒤 상환 받았다. 박씨는 실물(종이)로 발행된 국민주택채권은 양도와 매매가 자유롭고, 소유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위조된 채권으로 원리금을 받아낼 수 있도록 이를 묵인해 준 창구직원 외에도 과거 국민은행 비서실 감찰반에서 일했던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박씨는 범행을 눈감아준 직원들에게 상환금액 중 10~15%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줬다.

특히 국민은행은 이 외에도 도쿄지점 부당대출, 고객정보 유출, 허위 확인서 발행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금감원의 종합 감사를 받고 있으며, 곧 대대적인 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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