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에 추락하는 KB금융…‘관치금융’ 뿌리 뽑힐까?
‘낙하산’에 추락하는 KB금융…‘관치금융’ 뿌리 뽑힐까?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6.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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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 교체 갈등 결국 금감원에 맡기기로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KB금융그룹이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감독기관의 결정에 따라 경영현안을 결정한다는 것은 ‘리더십의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향후 KB금융은 장기간 표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31일 전산 시스템 교체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산시스템을 변경하는 절차를 모두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잠정 보류’ 결론으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사외이사들간의 알력이 일단락 된 듯 하지만, 사실상 합의에 실패한 채 문제 해결을 미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리더십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이 행장은 금감원에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검사를 의뢰한 장본인인 데다 은행의 최고 경영자로서 이사회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이 행장은 31일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전산시스템 교체 계획 전면 재검토’ 카드를 제시했지만 이사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리더십도 땅에 떨어졌다. 임 회장은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며 최고 경영자는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은행 이사회를 옹호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 교체 계획을 관철하지 못한 데다 이 행장을 제대로 설득하지도 못했다. 임 회장이 “30일까지 사태를 해결하라”고 주문했지만 이사회는 금감원 검사결과 발표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

KB금융의 경영진 간 싸움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주인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KB금융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9.96%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미국의 투자회사인 프랭클린리소스가 대표주주로 7.3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뽑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으로선 내실을 다지며 경영을 하기보다는 자기 사람을 심는 데만 신경을 쓰고 외부에 휘둘리다 보니 이런 내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모두 낙하산 인사로 꼽힌다. 임 회장은 과거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얻어 지난해 7월 취임했다. 반면 이 행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금융당국의 지지로 지난해 7월 취임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 이사회가 임 회장에서 우호적인 사람들로 채워지면서 경영권을 위협받다 보니 국민은행 경영진이 어떤 후폭풍이 올지 알면서까지 이번 사태를 외부로 알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권력구도를 놓고 두 사람의 충돌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임 회장이나 이 행장 두 사람 중 한 명은, 혹은 둘 다 자리를 떠나야만 할 상황에 처했다.

◆ 금융당국, 금융지주 사외이사 없애고 회장 책임 강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연내 금융지주 회장의 ‘황제 경영’을 금지하기로 나서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처럼 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이면 소속 사외이사를 없애는 한편, 금융지주 회장의 책임을 명문화해 문제 발생 시 확실히 문책을 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이런 내용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이 경영관리위원회나 위험관리협회를 거쳐 자회사에 권한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주사의 책임은 강화하되 권한은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하나금융이나 KB금융 등 지주사에서는 힘 있는 임원들이 비명시적으로 자회사에 권한을 행사했는데, 이런 것을 기본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금융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없앨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처럼 K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의 사외이사는 금융지주의 대리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주가 사외이사의 임명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이번에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KB금융지주 의견을 일방적으로 따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완전 자회사의 사외 이사 기능이 사라지면 경영 감시 기능이 자연스럽게 금융지주의 이사회로 넘어와 책임 있는 권한 행사가 가능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료나 정치인 출신 금융지주 회장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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