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 곳곳서 잡음…득보다 실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 곳곳서 잡음…득보다 실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4.06.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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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자본부족 중기 '과잉경쟁'...대기업 독식·외자 장악 우려
 
[이지경제=이호영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2008년부터 추진, 여론과 국회 차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 면세점부터 민영화에 돌입한 한국관광공사(이하 관광공사)의 수익사업인 '면세사업'을 두고 관광공사 내외부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는 국산품 브랜드 비율 유지 등 공익성 훼손 문제뿐만 아니라 운영의 현실상 고객의 선택 기회 확대와 서비스 개선이라는 목표 달성보다 이미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몇몇 대기업과 외국 자본의 독식장으로 변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는 시행 이후 유찰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자격 조건만 보더라도 자산 총규모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지만 사실상 '대기업'을 허용하는 규정이라는 지적도 일면서다.
 
 
◆여행시장 확대되는데…구심점은 누가?
 
이와 함께 국내 여행객들의 해외 출국도 확대되고 인바운드를 비롯 여행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구심점을 감당해야 할 관광공사는 조직이 축소되고 각종 지원책에서 밀리고 있다는 성토도 공사 내외부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관광공사 노동조합은 "이명박 정부 당시 실적채우기식 '공기업 선진화' '민영화' 추진이 이 정부 들어서도 각계의 여러 우려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비판없이 강행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저희 공사 입장에서는 당초 수천명 가량의 임직원이 근래 760명에서 (인천공항 면세점 정원이 빠져) 이제 540여명 정도로 반토막 났다. 면세점 1곳당 100여명, 약 600여명 가량의 직원이 민영화로 인해 일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관광공사는 인천공항 면세사업을 비롯 인천 제1항과 제2항을 비롯 항만의 기존 면세사업 중 몇 곳은 특허권 유지를 위해 분투 중이다. 하지만 이미 올 초 평택항과 군산항 등은 민간기업에 넘어간 상태다. 
 
'면세점 민영화'는 공기업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통상적인 민영화와는 본질이 다르다. 판매장에 대한 소유권은 정부가 보유하면서 민간업체에 5년 또는 7년 단위로 사업 특허권을 주는 형태다.  
 
애초 관광공사가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 면세점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원래 2년 더 연장하기로 했지만  '민간으로 넘기라'며 정부는 해당 면세점의 직원들을 '잠정직재'로 전환, 정원을 빼버렸고 면세점 직원 약 200여명이 확 빠져버렸다.
 
민영화 첫 대상인 '인천공항'은 유찰을 거듭하다 인천공항공사와 협의 끝에 현재 신라나 롯데 면세점 만료 시기까지 관광공사가 운영하도록 조치됐다. 
 
신라와 롯데가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개시할 때 관광공사의 운영 면세점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공항 면세점의 입찰 진행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는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당선인 위치에 있던 박근혜 대통령은 관광공사의 면세점 존치 요구에 '보완 수용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 박근혜 정부도 동반성장정책을 지속하면서 관광공사 수익사업 '민영화'를 중단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관광공사 '면세점' 민영화는 각종 우려와 공항공사, 항만공사 등 공기업간 마찰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은 '보세 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그동안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 참여를 막아왔던 길을 터줬고 지난해 8월 말 관세법 개정으로 중소.중견 면세점 허가 비중(매장수 기준)을 당시 20%에서 30%로 확대(2018년 이후)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동반성장정책에 따라 만료되는 면세점 입찰 대상 기업이 '중소.중견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민영화'의 가장 큰 당위성이었다. 
 
◆인천공항 면세점 '중소기업 버텨낼 수 없다'…'대기업 독식'만 부채질
 
하지만 항만 면세점은 몰라도 이곳 '인천공항' 면세점은 중소기업이 버텨낼 수 없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 노조는 "저희가 인천공항에서 강제 퇴거되다시피 하는 와중에 면세사업 자체가 재벌기업들의 전투장이 돼버렸다"며 "롯데, 신라가 시장의 80%인데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중소기업들은 버텨낼 수 없다. 한 때 애경이 들어왔다가 포기하고 롯데에 넘기고 나간 게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면세사업은 마케팅 비용뿐만 아니라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는 능력과 최소 3~4개월치 고가 명품의 재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고가의 임차료도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의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 임차료는 연간 평균 2,400억원대, 평균 매출 1조 4,500억원대를 유지해왔다. 
 
이는 연간 평균 임차료 2,000만원대, 평균 매출이 200억원대인 항만 면세점과는 임차료만 거의 1만배 가량 차이가 나는 규모다. 
 
대부분 기업들이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인천공항 면세점을 희망하지만 고가의 임차료에 손익분기도 맞추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설사 중소기업이 낙찰받는다고 하더라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결국 애경의 사례처럼 대기업에게 넘어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신라와 롯데의 각축장이 돼버렸다. 예전에는 공항공사와 수의계약을 했는데 '입찰' 방식이 돼버렸다. 대기업과 상대해 공기업(관광공사)이 이길 수 있었겠나. 일찌감치 김해공항이나 제주공항 전부 롯데나 신라로 넘어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외여행 활성화가 저희 공사의 존재 이유였고 수익사업을 하는 이유였으니까 어느 정도 목적이 달성된 마당에 정부는 이제 (면세사업을) 중소기업에 넘겨주라는 입장"이라며 "저희가 받아들인다해도 인천공항이 중소기업에 낙찰될 경우 결국 못 버텨내고 여력이 있는 롯데나 신라 등 대기업에 넘어갈 것이다. 이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도 저희가 물러날 수 없는 이유는 관광공사 면세점 직원들 때문"이라며 "수백명(추정치 600여명)의 관광공사 직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인천항 제1여객터미널은 시설임대 기간이 6월 30일까지로 현재 낙찰된 엔타스듀티프리와 마찰을 겪고 있다.  
 
관광공사는 현재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계약사항을 놓고 '입찰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신항만 건설때까지 운영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인천공항공사가 입찰을 강행, 엔타스듀티프리에게 낙찰됐고 운영권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어쨌든 관광공사 입장에서는 임대 기간이 오는 30일까지니까 일단 1심 결과를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지만 엔타스듀티프리 입장에서는 낙찰됐으니 차질없이 날짜에 맞춰 7월부터 운영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관광공사가 철수하고 물건들을 치워줘야 하는 상황인 것.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엔타스듀티프리는 인천본부세관 면세점 앞에서 임시 가판 형태의 면세점 운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 '대치 중'이다. 
 
현재 관광공사의 면세점은 '인천공항' 민영화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올 초반까지 계약만료된 항만 면세점들도 잇따라 민영화됐다. 
 
지난해 12월 관세청은 해당 면세점 관련 특허 신청을 받아 평택항과 군산항은 이미 민간에 낙찰돼 넘어갔다.  
 
결국 관광공사는 올해 들어서도 평택항(지난해 12월 31일)과 군산항(올해3월 28일), 인천항 제1여객터미널(지난해 12월 31일)과 제2여객터미널(올해 4월 3일 만료) 등 면세점 특허권이 계약 만료되면서 항구 면세점을 줄줄이 민영화한 셈이다. 
 
 
◆'중기' 대상 항만 면세점 잇따라 민영화…'과잉경쟁' 불러 애초 취지 무색
 
이처럼 관광공사의 면세점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불거진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올 들어 민영화한 항만 면세점들에서 불거진 문제는 중소기업간 '과당경쟁'과 '외국자본 진입' 문제다. 
 
애초 공고에서는 공기업 등을 배제했지만 관광공사는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최고가 낙찰'이다보니 중소기업간 과잉 경쟁으로 낙찰가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인천항의 경우 제1항은 소송 중이라 미참여했고 인천항 2항의 경우 내년 11월까지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부산항은 올해 말까지 계약이 만료돼 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관광공사 노조는 평택항 입찰에 대해 "사기업은 오너가 무한책임을 지지만 공기업은 손익분기점을 고려해 적어도 적자는 안 나는 선에서 입찰가를 제시하는데 손익분기점이 11억원이었다"며 "저희로서는 조금이라도 남기려면 8~9억원을 써내야 했다. 20억원을 써낸 기업을 어떻게 당해내느냐"고 했다.  
 
군산항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고액 낙찰가에 밀리기는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관광공사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참여 기업 모두 낙찰가에 혀를 내둘렀다. 
 
평택항 등 입찰에서 불거진 것처럼 중소ㆍ중견기업에만 허용된 입찰에서 최고가 낙찰로 인한 과잉경쟁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 자본의 잠식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관광공사가 운영했던 '평택항' 면세점은 화교계 기업으로 알려진 '교홍'에 최저입찰금액(2,600만원대)의 75배에 달하는 가격(20억원대)으로 최종 낙찰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관광공사 면세점은 아니지만 대기업 입찰이 제한된 채 중소기업 대상으로 진행된 김해공항 면세점도 세계 2위 면세점 '듀프리' 자회사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가 운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 일부 기업들은 "항만공사는 규모가 작아 중소기업이 운영할 수 있다손치더라도 외국계 자본이 판을 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관광공사가 빠지고 난 자리는 전부 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대기업 독식과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덩치만 중소기업인 외국계 기업의 자본 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게 면세점 운영 혜택을 주면서 고객 입장에서는 서비스 다양화를 유도하려던 취지와는 요원해지는 셈이다. 
 
관세청은 평택항 화교계 기업 낙찰과 관련 "윤대근씨의 회사로 그와 공동대표인  이안방씨가 화교"라며 "보세창고업, 유통업, 여행업 등 사업을 운영 중인데 국내 자본의 중소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에도 업계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중소기업간 과잉경쟁과 외국계 자본 진입을 막을 규정이 딱히 없다는 점 때문이다. 
 
'최고가 입찰 방식'과 '입찰 참여자 자격' 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입찰 방식에 대한 고민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간 면세시장 '수익 우선' 외산 브랜드 일색…이제 공공성은 어디로?
 
한편 관광공사의 이같은 '면세점 민영화'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도 공공성 훼손 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1962년 관광공사의 면세점 운영사업은 '외화 획득을 통한 관광진흥 재원 확보'를 위해 영위해오고 있는 사업으로 1998년까지는 36년 동안 전담기관이었다.   
 
관광공사의 각종 관광발전.진흥사업에 대한 자금을 조달했던 이들 사업들이 민영화 되면 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사업비와 마케팅 비용 등은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관광공사의 모든 비용은 '세금'으로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지적이다. 
 
관광 전문가 및 업계는 결국 관광공사의 면세사업 수익은 다시 관광진흥사업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로 정착돼있는데 이를 애초의 목적 달성도 힘든 '민영화'라는 미명하에 국민 부담으로 돌리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면세점 입점 브랜드에 대한 국산품 비율과 관련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대기업 '특혜 시비' 등의 문제다.
 
1998년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논리로 면세시장이 단순한 유통사업의 하나로 민간에 개방되면서 현재 관련 시장은 롯데와 신라 재벌 면세점들이 독과점 체제로 80%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의 징세권 포기로 인한 이득을 고스란히 기업이 가져간다. 이들 대기업들에는 공적 기능을 요구하지도 강제하지도 않는다. 이들 기업의 국산품 비중은 인천공항 면세점만 보면 롯데(2010년 기준 24.2%), 신라(2010년 기준 16.5%) 약 15~25%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 따르면 그나마 지금까지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에서 국산품 비율(2010년 인천공항 면세점 기준 약 44.4%)을 유지, 국가의 징세권 포기로 인한 공공재 성격을 지켜왔다. 
 
한 민간기업의 연구원은 "전체 19조500억원의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판매 비중이 약 16%(3조1,000억원)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대부분의 면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취급 물품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외산 수입품 위주로 편향돼 있기 떄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롯데와 신라 두 면세점의 브랜드 선택이 초래한 결과라는 것. 
 
결국 이들 기업의 수익성만 고려한 외산 수입품 위주의 판매로 인해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외국에 지불되고 있다.
 
'민영화'할 경우 해당 중소기업에게 일정량의 국산품 취급을 의무화하면 된다는 안이 제시되고는 있지만현재로서는 기존 롯데와 신라 면세점은 별다른 조치 없이 제외되는 게 예상되는 데다 또 존재 이유가 '관광진흥'이 아닌 '이윤추구'인 기업의 본질을 감안하면 '실효성 없고 말뿐인 규제'에 그칠 우려가 높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호영 기자 eesoar@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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