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H, "우린 알아서 엎드려요"
[기자수첩] LH, "우린 알아서 엎드려요"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4.06.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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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사합의와 간부 임금동결 대단한 특단인가?

 

   
 


[이지경제=신관식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사는 지난 27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경영정상화 주요 과제인 방만경영 개선과제 이행에 합의하고 관련 규정과 지침을 개정한다고 30일 밝혔다.

올해부터 LH의 금융부채가 늘어나면 2급 이상 간부사원(800여명)들의 임금을 동결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30일자 많은 언론들은 이러한 LH의 노사합의가 마치 대단한 특단의 조치라도 되는 양 '제살 깎는', '배수진' 등의 수식어를 쓰며 기사를 쏟아냈다.

LH 노사가 합의한 자세한 내용을 보면,

비위퇴직자 퇴직금을 감액하고 공상·순직 퇴직자의 퇴직금 가산 지급 규정, 장기근속 휴가, 직원 외 가족 1인 건강검진, 직원 1인당 연 50만원씩 지급되던 문화활동비를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또 분기당 100만원 한도로 지급되던 중·고생 학자금 지원, 경조사 휴가 사유 및 기간, 휴직급여, 복지포인트, 창립 기념일 기념품 등도 공무원 수준으로 축소한다.

여기에 자발적으로 800여 명의 2급(부장급) 이상 간부사원은 앞으로 3년간 매년 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임금인상분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평균 임금인상률(2%)로 추정한 1인당 연간 평균 급여 반납금액은 147만원으로, 총 11억7,600만원 수준이다. 또 1인당 복리후생비를 작년 689만원에서 207만원(32%) 삭감한 482만원만 받기로 했다.

이번 합의가 공공기관이 부채감축 자구 노력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한다. 김양수 LH 기획조정실장은 정부 대책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노사가 자발적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라며 “합의에 이르지 못한 공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노사가 자진해서 그렇게 하기로 합의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합의를 안하면 그만인데 부장급이상 간부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동결을 하겠다니 말이다. 참으로 대단한 일을 했다.

이미 받고 있는 임금에서 2%를 내놓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공기업, 국민의 공기업에서 일하는 고위 간부들이 연 2% 올라야 하는 임금을 안올리겠다고 한 것이다. 단, 부채를 줄이지 못할 시에 동결이라는 말이다. LH는 '자발적으로'를 강조하지만 부채감축이 이뤄지면 임금인상은 당연한 것이 된다.

그런데 LH는 이미 부채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이재영 사장이 취임한 후 2017년까지 총 부채를 49조4,000억원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산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말 기준 부채는 101조9,000억원으로 작년보다 3조8,000억원 줄어든 상태다.

                                               [LH 연도별 금융부채 추이]

 

   
 

더구나 LH의 부채를 크게 늘렸던 혁신도시 건설 등의 사업들이 마무리 단계라 과거에 비해 부채 증가요인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LH 간부사원들이 자발적이라고는 했지만 이들의 임금이 깎이거나 동결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7년까지 부채를 크게 감축하는게 목표이고, 현재 줄어들고 있는 실정에서, 부채가 증가시 임금동결이라는 함은 생색내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중점관리' 공공기관 38곳 중에서 노사합의 등 단체협약 타결을 한 기관에 대해서는 1차 중간평가 후 '중점관리' 대상에서 조기 해제하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부채가 많은 공기업 임직원이 받게 될 성과급을 절반으로 삭감하는 강수를 두면서 빚을 줄이고 직원 복지 수준을 낮추라고 했다.

다른 공공기관도 이미 14곳이 합의한 상황이라 LH만의 합의는 아니다.

LH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이 월12만원 정도의 임금인상분을 동결하겠다는 것은 대단한 것일 수 있겠지만 공교롭게도 현 정부의 임기까지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노사 합의조차 정부에 대한 충성 경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라며 “부채감축이라는 수치보다 공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공기관 정상화”라고 말했다.

어쩌면 정권의 눈치를 봐야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자꾸만 '알아서 납짝(?) 엎드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1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생색내기' 혹은 '속보이는' 정도는 아니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관식 기자 shin@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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