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끝자락에 몰린 단말기 유통업계의 현실
[기자수첩] 끝자락에 몰린 단말기 유통업계의 현실
  • 양동주 기자
  • 승인 2014.11.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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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점 매출 급감…잇단 폐점으로 기반 흔들
   
▲ 테크노마트 향우회는 지난 주말 새벽 벌어진 '아이폰6 대란'에 참여한 판매점을 자발적으로 퇴출시켰다

[이지경제=양동주 기자]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상권은 도심 접근성이 좋아 한때 서울시내 지역밀착형 상권 중에서 임대료와 권리금이 높기로 유명했던 곳이다. 지금도 약 3만에 이르는 배후세대를 지닌 알짜배기로 통한다.

그런데 최근 한달 사이에 이곳에서 상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굳이 폐업한 상점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자면 다수가 전직 휴대전화 매장이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들 휴대전화 매장의 폐점은 그만큼 휴대전화 판매가 신통치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인근 휴대전화 매장 직원은 “9월 30일에서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10월 1일이 되자 휴대전화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라며 “그나마 규모 큰 이곳도 직원수를 줄였고 인근에 있던 몇몇 매장은 버티다 못해 문을 닫았다. 하루 매출도 이전의 1/10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휴대전화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첫손으로 꼽는다.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하던 사안들이 속속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단말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덩달아 사람들이 구매의욕도 확 줄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 새벽을 틈타 기습적으로 발생한 ‘아이폰6 대란’은 어쩌면 내재돼 있던 업계의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일지도 모른다.

정부와 이통사 모두가 나서서 사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나설 만큼 아직까지도 아이폰6 대란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정부도, 이통사도 자기 잘못은 뒷전으로 미룬 채 서로의 탓을 하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통3사에서 유통망에 내려보내는 장려금이 확대되자 일부 유통점이 이를 불법지원금 지급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이통3사의 불법영업 방조를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이통사는 "유통채널에 대해 페이백·과다경품 등 불법영업을 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강력한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라며 사실상 억울하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이처럼 폭탄돌리기에 급급한 정부와 이통사들의 처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유통점과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전화 유통점들의 폐점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몇몇 유통점들은 장려금을 이용해 불법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단속에 적발될 시 영업정지 및 제재금이라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 과정에서 이통사들이 일부 대리점에게 리베이트를 추가로 투입해 '불법 보조금'을 유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출고가 78만9,800원인 아이폰6(16GB)가 10만~20만원대에 팔기 위해서는 60만~70만원대의 보조금이 지급되어야 하는데 이통사 개입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마찬가지로 유통업계는 아이폰6 대란이 소수의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제공한 이통사는 놔두고 영세한 유통점만 무차별 단속하는 방통위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듣게 된 어느 판매점주의 하소연은 단통법 시행 후 휴대전화 유통업계의 현실이 얼마나 암울한 지 되돌아보게 한다.

“얼마 전 포장마차에서 옆에 앉아있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한 여성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그 이유가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일하는 ‘폰팔이’ 남친에게서 미래를 볼 수 없기 때문이라네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틀린 말이 아니니까요. 90년대까지만 해도 이 직종에 미래라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척박한 환경을 물려준 업계의 선배로써 후배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큽니다”

 


양동주 기자 djyang@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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