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17년만에 파업에 나섰다. 노조와 사측은 지금까지 총 52차례의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혀지기는 커녕 오히려 감정골만 깊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울산 공장에서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특수선 사업부를 제외한 전 조합원의 참여 속에 부분파업을 벌였다. 1996년 부분파업이 있은지 17년만이다.
현재 노조와 사측은 임금 및 단체 협상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3만원 인상, 상여금 연6회 지급(4회 100%, 2회 200%), 성과금 250%+알파, 호봉승급분 5만원으로 조정, 사내근로복지금 전년도 순이익의 5% 출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들며 기본급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00%(회사 주식으로 지급) + 300만원 지급을 제시하고 있다.
노사는 최근까지 총 52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오히려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권오갑 사장은 성과주의를 강조하며 연봉제를 도입시켰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라며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에는 사측이 노동자들의 근무태도를 감시하면서 노조의 강한 반발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측은 각 사업장 담당자에 공문을 보내 근무 중 오침, 스마트폰 만지기, 흡연 등을 하는 노동자를 적발하면 출입증 회수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다. 특히 사측은 담당자에게 하루 적발인원을 의무적으로 배당해 노조의 강한 반발을 샀다.
노조 관계자는 "근무 중에 어떤 노동자가 태연하게 낮잠을 자겠냐"며 "일하다 틈나면 스마트폰도 만질 수 있는 건데 그것을 일일이 적발하겠다는 것은 80년대 군사정권으로 회귀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누적 영업적자가 3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올해 적자폭을 일부러 확대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3년간 최대 수익을 기록하다 왜 올해 공사손실충당금을 모두 반영해 적자폭을 극대화하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사측은 실적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의 위기극복 동참을 호소했다.
사측은 "현재 회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약 3,400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부담되는 임금인상안을 제시했다"며 "노조의 파업은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며, 하루빨리 위기극복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