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시동 자금이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몰리면서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사상 최대 규모 자금이 빠져나가 단기 부동자금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또 MMF와 함께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9일과 10일 양일간 3조7,770억원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이를 두고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시중 부동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전날 마감한 제일모직 일반공모에는 총 30조649억3,000만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이 수치는 2010년 삼성생명의 19조2,216억원을 10조원 이상 뛰어넘고 IPO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경쟁률도 195대 1로 지난달 삼성SDS의 134대 1 기록을 가뿐히 제쳤다.
이처럼 부동자금의 IPO 쏠림 현상은 초저금리 기조 하에서 증시도 부진을 거듭하면서 공모주 투자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SDS, BGF리테일 쿠쿠전자 등 올해 상장한 주요 종목들은 공모가보다 이상 올라 공모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SDS 주가는 최근 약세에도 여전히 공모가보다 68.42% 높은 상태며, BGF리테일과 쿠쿠전자의 주가도 공모가 대비 각각 88.46%, 85.37% 상승했다. 또한 미래에셋제2호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인터파크INT의 경우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무려 520.00%, 180.52%나 되는 대박을 터트렸다.
이와 함께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한층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뭉칫돈을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후 사주 일가의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2%,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 7.7%, 이건희 회장이 3.4% 등으로 총 42% 수준에 이른다”며 “향후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제일모직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경제=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g@ezyeconom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