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중공업, 죽음의 조선소 오명 벗기를…
[기자수첩] 현대중공업, 죽음의 조선소 오명 벗기를…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1.0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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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명 사망, 모두 하청업체 직원들

지난달 27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엘리베이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망자를 포함해 지난해 울산조선소에서만 9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현대미포조선 1명, 현대삼호중공업 2명까지 포함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12명이나 된다. 특히 이번 울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23살밖에 안된 사회초년생으로 알려져 더 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사망자들이 모두 하청업체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정규직 수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일을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회사로서는 비용도 줄이고 노무관리 책임도 하청업체에 떠넘길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기 그지없다.

하청업체들은 영세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하청일은 맨 처음 일감을 받은 업체가 원청이 되고 이 일감은 재하청, 재재하청업체로 넘겨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일을 맡는 업체들이 받는 댓가는 그리 많지 않다.

이로 인한 문제는 작업장의 안전시설로 직결된다. 최종 일을 맡은 업체들이 경비를 최소화하려고 안전장비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지난달 초 울산조선소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단순 청소업무를 맡고 있었지만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다 어두운 시야 때문에 발을 헛디뎌 추락사했다. 당시 사안을 잘 아는 노동자들에 의하면 몇 개의 조명시설만 있었어도 이 같은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이 같은 현대중공업의 안전사고가 연초부터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줄지 않고 1년 동안 계속해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현대중공업이 작업장의 안전환경 개선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에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인력을 200명으로 늘리는 등 나름대로 개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사고 감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작업장의 안전환경 개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담당 정부기관이나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이를 독촉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나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해당조치를 내릴 뿐 근본적인 사고개선 명령은 내리지 않고 있다. 특히 울산시 산재 담당자는 "산재 업무는 정부 소관이지, 지자체 담당이 아니다"라며 뒤로 내빼는 모습을 보여 울산지역 노동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현대중공업의 2013년도 산재 사망자는 단 1명뿐이었다. 이는 얼마든지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마지막날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협상내용에는 하청 직원들의 작업환경 수준을 높이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디 올해에는 산재 사망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지경제 = 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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