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돌아감에 대하여
[리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돌아감에 대하여
  • 자유기고가 김영현
  • 승인 2015.01.0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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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벌의 내복과 함께 돌아간…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 우리는 추운겨울 눈 덮인 무덤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그 강을 건너간 할아버지의 상황을 우리는 영화 시작에 보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소박하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부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이미 예전에 TV에서 노부부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때도 느꼈지만 정말 이런 부부는 세상에 둘도 없지 싶다. 겨울이 다가와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쓸다가 기껏 모아 놓은 낙엽을 서로에게 던지며 장난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 밤에 홀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서워 할아버지를 화장실 밖에 세워둔 할머니. 그리고 무서우니 노래를 불러 달라는 할머니의 요청에 할아버지는 곧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세상에 이런 커플이 어디 있을까? 황혼이혼을 비롯해 쉽사리 헤어지는 부부들도 많은데 10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서로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노부부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예전 TV에서처럼 마냥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고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영화의 서두에서 우리는 이별을 목격했다. 할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지며 우리는 할머니와 함께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할아버지가 홀로 마당 벽에 거울을 걸려던 장면. 예전에는 쉬이 해냈지만 세월의 흐름에 밀려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자신에 모습에 화가 난다. 점점 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별이 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의 건강은 이미 회복하기에는 어려운 상태에 이른다. 나이가 많아 병원에서도 더 이상 약을 쓸 수 없다고 했다. 그저 편안히 모시라고만 한다.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자녀들은 할아버지를 부여잡고 아프지 말라고 죄송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다가오는 죽음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너무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흐른다. 연약한 인간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저 바라만 봐야할 뿐이다.

할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다. 우리는 죽음을 표현하는 말로 ‘돌아가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곱씹어 보면 이별에 대한 깊은 사무침이 느껴지는 말이다. ‘돌아가다’라는 것은 시작된 어딘가가 있고 그곳에 다시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완전한 이별이 아닌 잠깐의 이별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담긴 표현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우리도 언젠가는 돌아가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한 것이다.

   
 

6벌의 내복과 함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6벌의 아동 내복을 구매한다. 처음에는 손자들에게 선물하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내복은 죽은 6명의 자녀들에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거든 돌아가서 그 곳에서 만나거든 추운 겨울 잘 무사히 나도록 입히라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가슴속에는 6명의 자녀들과의 이별도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흔히 이별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진다고 말한다. 경험상 시간은 많은 부분을 치료해 준다. 하지만 완치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 같다. 할머니는 그 오랜 세월을 보내셨지만 여전히 가슴속에 이별의 상처를 품고 계셨다. 우리들도 그럴 것이다. 상처는 치료돼도 흉터는 남는 것처럼. 우리는 이별을 안고 살아간다.

작년 한 해 우리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이별들을 많이 목격해야 했다. 황당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던 이별들. 그 이별들은 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누군가에게는 흉터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시간만 흘려보낸다고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잊는다고 그렇게 잊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같아서는 그저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이별의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픔은 모두 내려놓고…

   
 

노부부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기에 이별이 주는 아픔과 슬픔이 더 커 보인다. 어쩌면 이별의 아픔은 우리가 보낸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 때문일 지도 모른다.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다는 것은 우리가 보낸 행복도 같이 간직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것만 가졌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공평해서 아픔과 행복을 함께 가지게 하나보다. 어쩌면 잊는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이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프고 아프지만 잊지 못하고 간직하는 것이 우리들의 이별인 것 같다. 우리의 이별은 잊히지 않는다.

무슨 말로도 위로가 안 될 것이다. 그저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으니 돌아간 그곳에서 아픔일랑 모두 내려놓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 살아가야할 우리들은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서 우리도 돌아갈 때에 그곳에서 우리의 추억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부디 아름다운 추억을.

[자유기고가 김영현]

* 본 리뷰는 이지경제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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