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희망퇴직자 투명인간 취급"
현대중공업 "희망퇴직자 투명인간 취급"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1.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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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과장급 이상 1500명 대상, 노조 "최대주주 제왕적경영 여전"

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하지 않고 버티면 투명인간 취급하겠다"며 퇴직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16일 "오늘 오전에 희망퇴직 대상자가 사측과 면담을 가졌는데, 사측 관계자로부터 '안나가고 끝까지 버티면 투명인간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 현대중공업에서 건설 중인 해양플랜트. 현대중공업이 하청 비중을 늘리면서 숙련기술자 부족현상이 발생해 공기 지연으로 이어져 결국 실적하락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무직 과장급 이상 최대 150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그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못박았다. 대상자들이 이 기간까지 퇴사하지 않을 시에는 수치심을 주는 방법을 통해 반강제적으로 사퇴시키고 말겠다는 사측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것이다.

지난 14일 사측은 전체 부서장 대책회의를 통해 희망퇴직자 목표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평균 나이가 55세 가량인 가장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아직 자녀들이 학생이기 때문에 아무리 퇴직위로금을 준다고 해도 안정된 직장을 더 원하고 있어 순순히 사측의 요구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희망퇴직 대상자들로만 구성된 별도의 노조가 결성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 노조는 "정리해고 대상자와 과장급 이상 노조 설립에 인적, 물적 지원을 하겠다"며 노조설립을 지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영업실적 악화의 책임을 모두 직원들에게만 돌리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의 누적적자는 3조2000억원 가량이며,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 몫은 1조9000억원이다.

적자 배경은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소 건설 차질이 가장 크며, 이어 해양플랜트 등 고도기술을 요하는 작업에서 공기가 지연된 부분이 크다는 게 노조의 분석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우디 발전소는 지반문제로 건설차질을 빚고 있는데 이는 사측 책임이 크며, 해양플랜트 공기가 늦어지는 것은 하청 비중이 증가하는 바람에 숙련기술자들이 모자라 생긴 것"이라며 "경영진 잘못이 더 큰데도 적자의 책임을 모두 노동자한테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까지 진행되면 숙력기술자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여 경고했다.

노조는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에는 정몽준 최대주주의 제왕적 경영이 자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정 최대주주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회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경영진들이 근시안적인 경영성과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이것이 현대중공업의 적자를 키운 근본적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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