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갈등… 끝까지 가겠다
통상임금 갈등… 끝까지 가겠다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3.0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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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봉합된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이 다시 갈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측 승소로 결론 난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대해 사측이 항소장을 냈고, 이에 질세라 노조도 즉각 반대성격의 항소장을 내면서 양쪽이 치열한 법정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성난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다시 "파업" 얘기까지 불거지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2일 14시 30분경 울산지법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날은 사측이 울산지법의 통상임금 1심 판결문을 받은지 딱 2주째가 되는 항소기간 마지막 날이다. 사측도 나름 고심 끝에 항소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노조도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사측의 항소를 예상했다한 듯 30분 뒤인 3시경 노조 역시 항소장을 제출했다.

양쪽은 같은 항소장이지만 내용은 극명하게 갈렸다. 사측은 1심 판결의 통상임금 적용 범위가 과다하는 것이고, 반대로 노조는 적용 범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1심 판결 어떻길래…
지난달 12일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서 원고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대법원 판결 기준에 따른 통상임금 기준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성,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률성, 추가적 조건없이 당연히 지급되는 고정성을 충당해야 한다. 울산지법은 이에 따라 짝수달마다 지급되는 100% 상여금 600%와 연말 100%, 설과 추석에 각 50%씩 100% 등 이를 합한 총 800%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것이다.

또한 법원은 이에 대한 적용 항목을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으로 정했다. 당초 노조는 연가휴가보상, 격려금, 성과급, 하기휴가비까지 요구했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지급이 중단된 2009년 12월 29일부터 2012년 12월 29일까지 3년치 통상임금을 소급해서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대략 노동자 1인당 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측 인정못하는 이유는?
사측의 1심 주장을 근거로 법원 판결이 과하다는 주장은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는 소급입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다. 과거 대법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는데, 이를 뒤집고 2013년 12월 대법원 판결에서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는 판결이 남으로써 재산권 침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는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반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법률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을 변경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부담하고 있었던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번째는 신의성실 원칙(신의칙) 위반이다. 노조와 사측은 명시적 암묵적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관행을 지켜왔고, 또한 회사가 지난해 3분기까지 3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최대 6000억원의 추가부담은 자칫 회사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신의칙이 근로기준법 행사를 제한할 수 없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 또한 회사가 2012년까지 상당한 순이익을 거둬왔기 때문에 2014년 적자가 났더라도 6295억원의 추가부담으로 인해 재무상태가 위태롭게 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시했다.

세 번째는 성과금 공제 주장이다. 상여금은 종전의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제공하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많아지면 영업이익률이 줄고 결국 상여금도 줄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9%를 더 받은 것이므로 이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성과급 계산방식이 명목상으로는 영업이익률을 따르게 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노사 간 합의로 정해졌기 때문에 사측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반해 노조 측은 당초 주장했던 대로 통상임금 적용 항목에 연가휴가보상, 격려금, 성과급, 하기휴가비 적용을 요구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3년간 체불된 통상임금에 대해 이자율을 높여서 주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성난 노조 "다시 싸우잔 건가"
사측은 항소심 변호단으로 국내 대표급 법무법인을 선임하는 등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에 노조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통상임금 판결이 나고 4일 후인 지난달 16일 노사는 약 1년간을 끌어 온 2014년 임단협에 극적 합의를 이뤘다. 다수의 노조원들은 갈등을 끝내고 노사가 합심해 어려운 회사를 구해내자는 결의도 보였다.

그러나 사측의 항소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노조원들이 실망감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강성원들은 "파업 불사"를 외치는 등 노사간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제 곧 2015년 임단협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도 회사 영업사정이 여의치 않고, 노사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점을 보면 올해 임단협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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