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위플래쉬 - 광기에 사로잡힌 두 사람이야기
[리뷰] 위플래쉬 - 광기에 사로잡힌 두 사람이야기
  • 자유기고가 김영현
  • 승인 2015.03.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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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이 있다. 위플래시는 '미쳐야 미친다.'를 재즈라는 음악 그리고 드럼이라는 악기에 쏟아내어 폭발시키는 영화다.

우리는 두 명의 미친 사람을 볼 수 있다. 시종일관 'Not quite my tempo!'를 외치며 의자를 집어던지고 뺨을 후려갈기며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 부치는 플래처교수. 그리고 처음에는 어수룩해 보였지만 점점 광기를 뿜어내는 앤드류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우리는 그 광기의 폭발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정점에 올라선 두 사람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며 끝난다.

영화의 마지막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이 연주의 끝에 박수를 보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영화의 엔딩에 박수를 보냈을까? 아니다. 나는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었다. 플래처와 앤드류의 광기에서 느껴지는 씁쓸함 때문이다.

학교 최고의 재즈밴드 스튜디오밴드를 지휘하는 플래처교수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음악인이다. 그의 밴드는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스튜디오밴드를 거쳐 뛰어난 음악인으로 성장한 학생들도 있다. 그는 학교를 순회하며 마치 먹이를 찾듯 자신의 밴드에 어울릴만한 학생들을 찾는다.

   
 

학생들은 말 그대로 그의 먹잇감이다. 플래처의 호명에 부푼 마음에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플래처의 채찍질뿐이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모든 것을 플래처에게 만족시켜야만 밴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플래처는 그저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채찍질을 가할 뿐이다. 그 채찍을 맞고 견뎌내는 것은 학생의 몫이다. 플래처의 일은 그저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과 폭력을 베푸는 것 뿐이다.

플래처는 재즈를 정말 사랑한다. 그 재즈가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우수한 학생들을 길러 재즈를 다시 일으키려는 그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의 교육의 가혹함에는 동의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이 한계를 뛰어넘어야 좋은 음악인에 그치지 않고 최고의 음악인이 된다고 믿는 플래처. 그리고 그가 선택한 방법은 채찍질이다. 그렇기에 그의 채찍에는 자비가 없다.

최고의 음악인으로 성장할 학생이라면 자신의 채찍질정도는 견뎌낼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채찍질의 피해자들이 등장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실력있는 뮤지션으로 성장하여 연주생활을 해나갔던 한 연주자의 죽음이 전해진다. 학생시절 플래처에게 당했던 일의 충격의 여파로 인해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 것이다. 플래처의 광기의 비참한 결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플래처에게 타인을 위한 배려는 없다. 그는 학생들을 위함이라고 하지만 온전히 자기의 만족을 위해 학생들을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밴드의 지휘자를 넘어서 자신의 밴드임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앤드류가 자신의 실력으로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자 플래처는 자신의 밴드이며 자기가 준 자리라고 맞받아친다. 무엇보다 귀에서 잊히지 않는 한 문장 'Not quite my tempo!'는 플래처가 누군지 잘 알려주는 함축적인 문장이다. 지휘자이기에 정확한 박자를 요구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Not quite my tempo!'만 연발하며 앤드류가 지쳐 쓰러질 때 까지 반복 또 반복시킨다.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경험하게끔 만드는 플래처의 폭언과 폭력. 오직 플래처 자신의 목적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게 채찍질만 해댈 뿐이다.

플래처가 채찍질하는 기수라면 그의 경주마는 앤드류다. 부푼 꿈을 안고 신입생으로 입학한 앤드류. 아버지와 자주 가는 영화관의 매점 판매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등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낸다. 하지만 그에게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최고가 되기보다는 그 자리에 올라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했던 것 같다.

   
 

친지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재즈를 한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모습에 분노하는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플래처의 채찍질에 기꺼이 경주마가 되고 채찍질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앤드류는 더 악착같이 끈질기게 앞만 보고 달려간다.

앤드류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고립을 선택한다. 여자친구에게 연습을 위해 더 이상 만날 시간이 없으니 헤어지자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 밴드의 팀원들로 부터도 기회를 얻기 위해 메인드러머의 악보를 잃어버렸다는 의심(누구의 소행인지 명확하지 않다. 아마 앤드류가 아닐까 싶다.)을 받는 신세에 이른다. 오직 연습. 손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도 멈추지 않고 연습하며 플래처의 밴드에서 살아남고자 한다. 앤드류에게는 여자친구 동료 같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실력으로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계속해서 집중하고 집착한다.

앤드류와 플래처의 공통점은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자신의 목적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발전해 광기에 이르렀고 그 발현이 플래처의 폭언과 폭력이고 앤드류의 고립과 집착이다.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둘의 실력의 이면에는 이런 어두운 요소들이 반작용했고 이것들은 둘의 장애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 장애물은 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둘에게는 오직 나의 음악 나의 존재만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영화 마지막 장면의 의미심장한 미소. 그 미소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미쳐야 미친다’지만 두 사람의 광기의 방향에는 동의 할 수 없다. 두 사람의 노력과 열정은 진실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렇기에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한 두 사람은 환영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최고가 되면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인정 또한 타인이 주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공연을 앞두고 앤드류는 헤어지자고 말한 여자친구에게 다시 연락한다. 플래처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소녀에게 크거든 자신의 밴드에 들어오라고 말하는 장면도 일상적이고 인간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에게 버려진 여러 연주자들을 대체할 새로운 경주마를 찾는 모습으로 보인다. 둘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달려왔지만 그 만족은 자신이 버린 것들에서 찾아오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결국 둘만이 남아있을 텅 빈 무대가 떠오른다. 둘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참으로 씁쓸하다.


자유기고가 김영현 kyh8806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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