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전면전 양상'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전면전 양상'
  • 양동주 기자
  • 승인 2015.04.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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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다다랐다는 일부의 부정적인 견해와 상관없이 IT산업은 여전히 순항중이다. 이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템을 앞세운 벤처기업이 부각되기도 하고 반대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채 위기에 봉착하거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조우해 물러섬 없는 생존경쟁을 펼치는 모습도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내 IT업계의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네이버과 다음카카오가 밟아온 그간 행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두 회사의 실세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지난 이력은 두 회사가 밟아온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잠시나마 같은 곳을 바라보다
네이버과 다음카카오에 몸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의장과 김 의장의 경쟁은 분명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마냥 대척점에 서 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둘은 서울대학교 동문이자 삼성SDS 입사동기라는 공통분모를 기반으로 국내 IT산업이 여물기 이전부터 긴밀히 협력해 온 사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다만 두 사람이 걸어온 행적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1998년 11월 먼저 삼성SDS를 퇴사한 김 의장은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해 온라인 게임 붐을 일으켰고 이 의장은 1999년 ‘네이버닷컴’으로 본격적인 독자행보에 돌입한다. 허나 서로 다른 길을 갈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이 다시 뭉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1년 9월 네이버닷컴과 한케임커뮤니케이션이 합쳐져 탄생한 NHN은 한게임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NHN의 포털서비스 네이버는 ‘지식인’이라는 히트상품과 뛰어난 검색 기능을 앞세워 다음을 제치고 1등 포탈로 우뚝 섰다.

그러나 둘의 공존은 2007년 김 의장의 갑작스런 대표직 사퇴를 기점으로 끝을 맺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이 의장이 내부 실권다툼에서 김 의장에게 승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탄탄한 이해진…반격의 시작 김범수
홀연히 NHN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던 김 의장은 국내 복귀 후 ‘카카오’를 설립하고 무료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엄청난 성공가도를 달렸고 쇼핑, 게임을 아우르는 엄청난 수익형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의장은 NHN을 겨냥한 파격적인 행보를 거듭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전략적 합병이 바로 그것.

지난해 10월1일 공식 출범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의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는 최세훈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이지만 최대주주(지난해 말 기준 21.63%)이자 이사회 수장인 김 의장이 실세라는 게 정설이다.

즉, 지난날 다음의 아성을 무너뜨린 김 의장이 지금은 다음의 구원투수로서 네이버와의 한판 대결을 준비하는 셈이다.

반면 2013년 사명을 네이버로 변경한 NHN은 이 의장의 실권 속에서 김 의장이 떠난 이후에도 쾌속 질주를 이어가며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실제로 닐슨코리아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네이버가 76%로 부동의 1위를 기록한 반면 2위인 다음의 점유율은 18.6%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에서도 네이버(약 21조6565억원)은 다음카카오(약 6조6033억원)을 3배 이상 앞지른 상황이다.

▲‘다음 검색·네이버 모바일’ 서로의 핵심을 노려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객관화된 수치들은 아직까지 다음카카오가 네이버에 견주기에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네이버의 독주에 제동을 걸만한 유일한 대항마가 다음카카오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PC기반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가 압도적이지만 모바일 플랫폼으로 한정한다면 카카오톡을 보유한 다음카카오가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네이버는 모바일 플랫폼, 다음카카오는 포털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서로의 강점분야에 대한 도전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들의 강점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이 의장과 김 의장의 의중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통합 이후 김 의장은 포털서비스로써 다음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검색기능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음악 정보 및 다시듣기를 제공해주는 '방금그곡'을 비롯해 질문을 입력하면 답변이 검색되는 '바로 이거' 유사 이미지를 걸러주고 이용자의 성향을 결과에 반영해 주는 '이미지 검색 개편'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네이버는 반대로 모바일에 집중하고자 하는 행보가 뚜렷하다.

비록 국내에 한정하면 카카오톡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모바일메신저 라인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라인의 글로벌 가입자는 5억명에 육박하는데 이는 1억5000만명 수준인 카카오톡의 3배 가까운 수치이다.

NHN엔터테인먼트 지분 정리도 모바일에 집중하기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네이버는 NHN엔터테인먼트 지분 9.64%를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에게 매각했다. 이 의장 역시 자신이 보유한 NHN엔터테인먼트 지분 4.64% 중 1%를 제외한 나머지를 이 회장에게 팔았다. 업계에서는 이 의장 이 같은 결정을 모바일 체제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 바 있다.

실제로 다음카카오의 돈줄인 모바일게임분야에서 최근 네이버의 공세는 단연코 눈에 띈다. 모바일 게임다운로드와 매출 순위 1위를 기록중인 ‘레이븐’은 카카오플랫폼을 벗어나 네이버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다음카카오 전체 매출 가운데 30%가 게임에서 흘러온 돈일 만큼 모바일 게임은 다음카카오의 확실한 수익원”이라며 “이와 같은 움직임은 다음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모바일게임 플랫폼 시장에 네이버가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지경제=양동주 기자]

 


양동주 기자 djyang@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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