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화> “아베는 반성하고, 박 대통령은 보상발언 책임져라”
1부 <3화> “아베는 반성하고, 박 대통령은 보상발언 책임져라”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4.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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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눈물
▲ 이정범 할아버지

#1 전북 고창군 부안읍에 살고 있는 이정범(90세) 할아버지는 19살이던 1944년에 일본 전범기업 노무자로 강제 징용됐다.
이 할아버지는 “오사카 닝하다 지역에 있는 전범기업으로 끌려 갔다. 임금은 고사하고 먹을 것을 거의 주지 않아서 열흘 만에 대변이 나올 정도였다. 어떤 이들은 하도 배가 고파서 개울가에서 미나리 같은 식물의 뿌리를 먹었는데 독이 들어 있는 바람에 죽기도 했다”며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2 전남 영광군 백수읍에 사는 김배옥 씨의 시아버지도 일본 전범기업으로 강제 징용 됐다가 광복 후 생환했다.
김 씨는 “시아버지는 1943년에 가을걷이를 하다가 일본 순경에 붙잡혀 갔다. 시아버지는 일본 훗카이도 탄광으로 끌려가셨는데 다행히 일본어를 할 줄 알아 장부 적는 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갱에서 일한 다른 조선인들은 대부분 분진으로 폐병에 걸리는 등 너무 혹독한 환경에서 일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증언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3 부산에 사는 김 모씨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강제징용 됐다가 살아 돌아왔지만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셨다.
김 씨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일본 탄광으로 끌려가 죽도록 고생하다 생환하셨지만 두 분 다 폐병에 걸려 여생을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병보다 더 힘들어 하셨던 건 그곳에서 당한 수치심이었다. 그런데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전범기업들 미국 내 자산 전부 압류할 것
꽃다운 나이에 나라 잃은 서러움도 모자라 일제 전범기업으로 강제징용돼 노예처럼 일해야 했던 강제징용 피해자들. 이들이 여전히 일본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징용에 나섰다’ ‘임금도 합법적으로 지불했다’고 거짓말하는 현재 일본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있다.

▲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정범(앞줄 왼쪽 첫번째) 할아버지와 성동호(앞줄 왼쪽 두번째) 할아버지, 그리고 피해자 유족인 손일석(맨 오른쪽) 씨 등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와 사망한 분들의 유족 60여명이 지난 2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현 일본 정부를 타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다시 한 번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사과를 요구하고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것.

소송을 주관하고 있는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 한국유족회는 기자회견에서 “광복 70년,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대일민간청구권 문제 해결은 양국의 과거사를 평화적으로 청산하는 가장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일제 강제징용 한국인들의 미불노임공탁금, 후생연금, 군사우편저금, 기업우편저금 등으로 구분되는 수 십 조원의 개인 저금이 일본 우정성과 유초은행에 공탁돼 낮잠 자고 있다. 소송을 통해 이를 반환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이전 것에 비해 파급력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가장 많은 920명의 피해 생존자 및 유족이 참여하는 집단소송으로 진행되는 데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법원에서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24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과 강제징용이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일본 전범기업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한국유족회 장덕환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신문 등 일본 유력 매체들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이를 근거로 2013년 7월 10일 서울고법 민사 19부는 일본 신일본제철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덕환 유족회 사무총장은 “두 판결에 힘을 얻어 이번 집단소송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한국과 미국에서 양동 작전 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소송을 주관하는 유족회는 소송 참여 920명을 재판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는 피해자들로 구성했다.

피해자측 변론은 법무법인 동명의 장영기 변호사가 맡기로 했으며, 특히 미국의 전범기업 소송 전문 법무법인인 콘 스위프트 그래프와 연계하기로 했다. 콘 스위프트 그래프는 20여년 전 2차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군수업체를 상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 75억달러를 받아낸 경험이 있다.

장 사무총장은 “일단 한국에서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피해보상 판결을 얻어내고, 이를 근거로 미국에서도 같은 소송을 제기해 미국에 진출한 일본 전범기업들의 자산을 압류하거나 채권을 회수하는 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송대상 기업은 신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미쓰이광산, 아소광업, 북해도탄광기선, 쇼와광업, 닛산토목, 도이광업, 가스가광산 등 총 72곳이다.

◆ 2005년 박 대통령 “피해자들에게 빚 지고 있다”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당연히 반성없는 일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한국 정부에게도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1965년 박정희 정권은 일본으로부터 3억달러를 받고 청구권협정을 맺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해도 모두 묵살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손일석 씨가 공개한 강제징용 조선인들이 일본 군수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그렇다고 당시 한국 정부가 받은 돈으로 모든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것은 아니다. 일본군으로 징용됐다가 사망한 8552명에게만 30만원씩 보상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강제징용 피해 건수는 782만건, 중복을 제외한 순수 피해자는 204만명이며, 현재 남아 있는 피해자는 23만명으로 추산된다. 거의 대부분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아무런 보상금을 받지 못한 것이다.

대일항쟁위원회는 강제징용 생존자 10만2000여명에게 매년 80만원의 위로금을 주고 있지만, 이는 매월 6만원꼴의 그야말로 위로금일 뿐 보상금 성격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할아버지 세 분이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가 모두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가미가제 특공대로 징용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다는 손일석 씨는 “A급 전범의 자손인 아베 일본총리의 막말에도 분통 터지지만,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아놓고 노무자로 강제징용된 피해자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는 한국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족회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2005년 발언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1월 19일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된 것에 대해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 일본에서 받은 돈을 경제발전에 사용했고, 그에 따라 경제가 발전한 만큼 우리 모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일제로부터 독립한 지 정확히 7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반성 없는 일본 전범기업들이 이 땅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금, 아직 한국은 경제광복을 이루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충분한 보상을 받을 때만이 비로소 한국에 진정한 광복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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