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객 인프라·지역 안배 필요"
"모객 인프라·지역 안배 필요"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04.23 16: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정부 차원에서 제기돼 올해 초 가시화된 서울(3곳)과 제주(1곳) 시내면세점 추가계획에 따라 오는 6월 1일 이들 면세점의 특허 신청기한을 한 달여 앞둔 현재 관련 업계가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요우커 유입에 따른 매출 성장세로 건설 등 다양한 업계에서 면세사업에 발을 담그면서 면세사업을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신라면세점과 공동출자로 손을 잡은 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백화점이 면세사업권을 위해 모두투어와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고 신세계는 신세계DF 독립법인으로 대응키로 했다.
 
한화도 63빌딩을 거점으로 시내면세점 입찰에 나선다. 한화는 백화점의 안정적인 상품 소싱 능력과 특히 최근의 제주면세점 최단기간 흑자달성이라는 운영성공을 강조하고 나섰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소공 본점과 잠실점 특허 기간도 만료된다. 35년 동안 유지해온 면세사업의 생존차원에서 시내면세점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면세사업장 평균 영업이익률 7%…과연 황금알?
 
한편 이 같은 과열양상을 보이는 업체 경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면세사업장 성공은 국내 수요 등을 감안하면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들 명품 브랜드 유치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브랜드들의 재고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화장품 등 국내 브랜드에 몰려 있는 중국인 수요는 지금까지 면세점 운영을 볼 때 예외적인 상황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면세사업장 평균 영업이익률이 7% 가량인데 어떻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요우커 매출 하나 믿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춘절 때 이들은 일본을 더 많이 찾았고 10명 중 8명은 다시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며 "국내 여행 관광 인프라나 면세사업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몰려들고 있다"고 일갈했다.  
 
해외지사를 통한 상품제작 기획과 콘서트 등으로 관광객을 모객해온 롯데만 보더라도 "면세사업은 명품 재고 부담부터 관광객 유치까지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데 다른 업체들이 그 같은 인프라를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중국 등지에 해외지사를 갖춘 곳은 롯데 뿐이다. 아직까지 업계 2위 신라도 해외지사가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행사 수수료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시내면세점 낙찰을 위해 면세점들의 여행사 수수료가 20%까지 올라갔다고 한다"며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도한 비용…중기에겐 그림의 떡?
 
이 같은 대기업의 경쟁 양상과 달리 현재까지 19개(사기업 16개) 중소 면세업체들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이번 서울시내 추가 설립 3곳 중 중소ㆍ중견기업 제한경쟁은 1곳이다. 
 
중소 면세업체들은 불참 이유로 한결같이 "서울 지역"과 "과도한 비용"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차후에는 컨소시엄 형태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 중소업체들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복합쇼핑몰 하이브랜드와 동화면세점(서울), 엔타스듀티프리(인천)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아직까지 지역에서는 특허신청 중소기업은 대구 그랜드면세점 등을 제외하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들 중소업체는 수원(앙코르면세점), 인천(엔타스듀티프리)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전(신우면세점), 청주(중원면세점), 울산(진산면세점), 창원(대동면세점), 대구(그랜드면세점) 등 지역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 시내면세점들을 제외한 중소 업체들은 출국장에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중소업체들은 "저희 지역도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잘 되는 편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롯데나 신라와 어떻게 경쟁이 되겠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다수 중소업체들에게 서울시내 면세점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에 대해 대형 면세업체들은 "애당초 면세업종에 중소규모업체는 부적당하다"며 정부의 중소 면세업체 지원이라는 방향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면세시장 특성이 중소 면세사업장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브랜드 재고 부담도 클 뿐만 아니라 브랜드 유치만 해도 현재 관세청 권고에 따라 대기업들이 중소 면세사업장에 공짜로 물건을 가져다주는데 자생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중소 면세사업자들의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은 적합한 상생 방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국내 수요를 감안하면 면세 사업에서 성공은 해외 브랜드 유치가 관건으로 중소 사업장들은 이들 유치에서부터 밀린다. 사실상 브랜드 유치 능력이 없는 업체에 브랜드 제품을 공급해주는 것은 물고기 잡는 법이 아니라 잡아주는 셈이라는 것. 
 
또한 대형 유통업체들은 "저희도 5년 시한부 인생이다.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 똑같다.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라는 것은 지원이 아니라 먹여살리라는 것"이라고 했다. 
 
중소 면세사업장의 브랜드 유치나 공급은 면세사업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지원을 넘어서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와의 상생은 제조업체들의 브랜드나 제품의 해외 판로에 도움을 주는 게 맞다. 대기업인 저희도 중기제품들 덕분에 매출이 크게 신장했다. 일례로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알려주고 저희는 매출에 도움되고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게 상생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중소 면세업계는 정부의 면세점 확대와 관련 "요우커들은 적어도 5~6년 동안을 꾸준히 늘 것이다. FIT 전환 추세 속에서 요우커 방문객들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시장이 커질테니 면세점 수를 늘리는 데는 찬성한다"며 중소 면세사업장의 브랜드 유치에 힘을 실어달라는 입장이다. 
 
이어 "브랜드 유치가 제일 힘든데 (대기업들이) 사실 물건도 못 사오는 중기들 지원해봤자 소용없다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경제민주화는 요원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영 기자 eesoar@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