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지입버스’ 수수방관 속 차량강탈 피해 속출
[단독] ‘불법지입버스’ 수수방관 속 차량강탈 피해 속출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4.2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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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입기사 유 모씨 1억3천만원 버스 빼앗겨 생계 막막
정부‧지자체 문제 인지하고도 관행 이유로 조사·처벌 안해

나들이 가기 좋은 봄날이다. 이맘때면 전국 주요 도로는 여행객들을 실어 나르는 전세버스들로 꽉 찬다. 그런데 이 전세버스들이 대부분 불법으로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객들은 알고 있을까?

여객운수법에 따르면 전세버스 운영회사들은 차량을 직접 구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용한 기사로부터 차량을 받아 사용하는 불법 지입을 관행처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악덕 회사들은 허술한 법망을 역이용해 지입 차량을 강제로 빼앗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달콤한 조건으로 영입제의, 처음부터 뺏을 의도
인천에 사는 유관하(55세) 씨는 2007년 7월 할부금 6000만원 포함 총 1억2700만원을 들여 새 버스를 구입했다. 그리고 이 버스로 서울에 있는 전세버스 운영회사에 지입으로 들어갔다.

즉, 차량 실 소유주는 유 씨지만, 회사에 기사로 고용되면서 차량 등록을 회사 명의로 해 놓은 것이다. 이것은 업계 관행이지만 엄연한 불법이고 처벌도 꽤 세다.

   
▲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버스를 빼앗긴 불법 지입 피해자 유관하 씨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2조 명의이용금지 조항에 따르면 운송사업자는 절대 다른 사람 명의의 차를 이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적발 시 회사는 사업등록이 취소되고, 사업주와 지입기사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 처벌을 받게 돼 있다. 그렇지만 기사인 유 씨로서는 관행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 씨는 이 회사에서 월평균 800만원 수입에 차량할부금 133만원씩과 200만원 가량의 유류비 등을 제외한 순수입 350만원으로 큰 무리없이 생계를 꾸렸다.

그러던 중 유 씨는 고향인 인천으로 회사를 옮기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지인이 많으니 보다 많은 일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던 차에 인천에서 가장 큰 전세버스 운영회사인 A회사의 천 모 부장으로부터 좋은 조건에 영입제의가 왔다. 놓칠 수 없었던 유 씨는 같은 일을 하던 친형까지 권유해 함께 2008년 6월 회사를 옮겼다. 그런데 이때부터 일이 터졌다.

천 부장이 유 씨에게 내건 조건은 지역대기업 통근버스 배차, 기름값 할인, 직영정비사 지원, 기름값‧정비비 부가세 환급, 배차일지 공개, 통근버스 계약서 공개, 비수기때 적자 보전, 지입료 25만원 고정 등 8가지.

그러나 이 약속들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회사 채무 쌓이게 한 뒤 차량 차압 수법 
유 씨는 A회사로 옮기고 첫 달부터 적자를 봤다.

유 씨의 8월 급여명세서를 보면 247만원의 수입에서 차량할부금 133만원과 유류비 164만원 등 공제금으로만 379만원이 나가 131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원없이 해주겠다"던 통근버스 배차도 이달에 현대제철 2차례, 한진중공업 44차례에 불과했다.

유 씨의 계속된 적자는 그만큼 회사 채무로 쌓여 갔다. 유 씨가 못 내는 차량할부금을 회사가 대신 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 유 씨가 입사 3달째에 받은 월급명세서. 적자 수입은 회사 채무로 이어졌다

유 씨는 슬슬 불안감을 느꼈다. 지입방식 때문에 유 씨의 차량이 회사 명의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 영 꺼림칙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하며 애써 자신을 달랬다.

그런데 입사 6개월 후 유 씨가 염려하던 일이 터졌다.

유 씨와 친형이 입사한 날에 다른 지입기사 3명도 함께 들어왔다. 이들 역시 회사 채무가 쌓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3명이 채무를 이기지 못하고 회사에 차량을 차압당한 채 그만두는 일이 발생했다.

유 씨의 불안감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었다. 유 씨는 가만히 있다가는 자신도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마음 먹었다.

2009년 10월 550만원의 채무가 쌓인 유 씨는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당초 천 부장이 제시했던 조건들을 모두 지키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도 강경하게 나왔다.

당시 70대 중반의 고령이던 김 모 사장은 유 씨와의 모든 법적 문제에 대한 권한을 천 부장에게 위임했다.

유 씨는 차라리 차량을 회사에 매각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할부금 2700만원을 제외한 5900만원에 매입을 제안했다. 하지만 회사는 할부금 포함 6300만원이면 매입할 수 있다고 맞섰다. 차량이 전 재산인 유 씨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서로간 이견이 계속되자 천 부장은 더 강경책을 썼다. 유 씨 차량을 강제로 경매에 부쳐 버린 것이다. 서류상 차량 주인은 회사였기 때문에 유 씨는 경매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차량은 다른 회사로 6300만원에 매각됐다.

유 씨는 평생 모아 온 재산이자, 가족 생계가 달려있는 차량이 팔려나가는 것을 그저 쳐다봐야만 했다.

◆“모두 천 부장이 계획한 그림”
그런데 천 부장 등 회사 측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유 씨는 차량을 구입할 때 친형이 담보를 제공해줬다. 그래서 유 씨는 차량에 형수 앞으로 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 A회사 김 모 사장이 천 부장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

때문에 차량의 경매 처분금은 1차로 할부금 대출사가, 2차로 유 씨 형수가 받도록 설정돼 있었다. 회사가 가져갈 수 있는 처분금이 전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한 것이다.

그러자 회사와 천 부장은 꼼수를 썼다. 회사가 천 부장에 몰래 1200만원의 돈을 주고, 천 부장이 이 돈을 다시 회사에 빌려주는 식으로 양측이 허위 채권 채무 관계를 맺은 것이다.

이를 통해 천 부장은 유 씨 형수를 상대로 근저당말소청구와 배당이의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이 오히려 회사와 천 부장을 엮는 올가미가 됐다.

유 씨는 회사와 천 부장 간의 돈 관계를 의심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양측의 허위 채권 채무 거래기록을 확인,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인천지검은 고발을 각하했으나, 유 씨의 항고로 재수사가 이뤄졌다. 그리고 2013년 7월 검찰은 천 부장과 A회사의 새로운 염 모 사장, 그리고 회사 직원으로 있던 염 사장의 아들인 염 모씨를 원본불실기재 및 행사, 소송사기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법원은 염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천 부장에게 실형 6개월, 염 모씨에게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유 씨는 손해배상도 받았다.

2012년 12월 법원은 유 씨가 A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에서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하지만 유 씨로서는 이기고도 진 재판이었다. 유 씨는 받은 배상금 중 회사 채무로 1500만원을 바로 차압당했다. 또한 천 부장은 지병 때문에 곧바로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회사에 다니고 있다.

유 씨는 “회사 측과 수년간 법적 투쟁을 벌이면서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됐고, 형 집안과도 멀어지게 됐다. 하지만 재판을 통해 실제로 내가 얻은 건 하나도 없고 오히려 회사와 천 부장만 면죄부를 받았다”며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A회사 측은 불법 지입은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자신들이 유관하 씨의 계속된 고발로 인한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천 부장은 “지입을 한 것도 맞고, 회사와 허위 채권 채무를 맺은 것도 맞다. 여기에 대한 법적 처벌은 모두 받았다”며 “유 씨에게 배차를 적게 한 이유는 유 씨가 회사의 가장 큰 고객사와 마찰을 벌여 계약해지까지 몰리게 했고, 다른 고객사로부터도 항의를 받는 등 전세버스 기사답지 않은 행동을 계속해 조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유 씨가 회사를 상대로 여러 건의 고소, 고발을 제기하고 관할 지자체에도 수백 건의 민원을 넣어 회사도 무척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며 “오히려 피해자는 나와 회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 씨의 친형은 “평생 운전업을 하며 여러 회사에 다녀봤지만, 여기처럼 배차를 주지 않는 곳은 없었다”며 “누가봐도 고의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A회사의 전무를 엮임한 한 모씨는 “이게 다 천 부장이 계획한 그림이다. 천 부장에게 사장권한을 위임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회사 창립멤버들이 모두 천 부장에게 밀려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지입차량 잘 관리했다”며 처벌 경감
전세버스 업계의 불법 지입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수수방관만 하고 있어 유 씨와 같은 사례가 전국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유 씨는 자신의 처벌도 감수하면서 A회사의 불법 지입을 관할 지자체인 인천 동구청과 시청에 신고했다.

   
▲ 유 씨는 인천 동구청에 A회사의 불법 지입을 신고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위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구청은 위법사항이 아니라고 봤고, 시청은 유 씨의 5차례 진정 끝에 겨우 감차 1대와 1년간 계획변경제한 처분만 내렸다.

동구청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가 없어서 왜 위법사항이 아닌 걸로 결정됐는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아무래도 업계 대부분에서 관행처럼 쓰이고 있기 때문에 당시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관계자는 “지입은 법률상 사업등록 취소가 맞지만 여러 요인을 고려해 처벌 수위를 낮출 수도 있다”며 “A회사는 1회 적발인 점, 지역 최대기업인 현대제철 통근버스 회사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수위 경감 요인으로 “지입차량을 잘 관리한 점”을 들었다. 이는 유 씨 사건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이다. 관계자는 “유 씨 사건은 알지만 한 사람밖에 신고된게 없지 않느냐”며 A회사를 두둔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에게 유 씨 이외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법 지입이 관행처럼 퍼져있고, 차량 강탈 사례도 인지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처벌은 지자체 권한”이라고 책임을 지자체에 떠 넘겼다.

이에 대해 유관하 씨는 “행정기관이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이, 지금도 전국에서 수많은 지입 기사들이 나처럼 억울하게 차량을 뺏기고 있을 것”이라며 “악덕 회사도 처벌 받아야지만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도 반드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유 씨는 전세버스업계 불법 지입으로 인한 피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감사원의 정식 감사를 요청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함께 전국 피해자 300명의 서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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