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회피한 편법 리더십과 꼼수 합병
법망 회피한 편법 리더십과 꼼수 합병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5.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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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재벌그룹에서 유행처럼 진행되는 것 중에 하나가 지주사와 자회사 간의 합병이다.

일반적으로 그룹 측에서는 지주체제 전환 및 경영효율화 등의 이유를 내세워 합병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오너가는 거액의 현금을 벌어들이거나, 손도 안 대고 지주사의 지분율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에 편법적인 이득 취하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한진그룹이 최근 지주사 한진칼과 자회사인 정석기업을 합병한 것이 바로 이런 사례이다.

 

◆정석기업 투자부문 합병으로 일타이피
지난 4월 23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조용히 1건의 합병을 처리했다. 자회사인 정석기업의 투자부문을 1:2.36대 비율로 흡수합병한 것이다.

정석기업은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재계에선 꽤 알려진 회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회사로 알려져 있으며, 그룹 지배구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이 존속하는 한 망하지 않는 구조를 가진 알짜배기 회사다. 그룹의 주요 빌딩을 소유하면서 이를 계열사에 임대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서울 중구 빌딩, 인천 빌딩, 부산 빌딩, 제주 빌딩 등이 모두 정석기업 것이다.

이러한 안정적인 사업구조 덕분에 쑥쑥 성장해 자산이 2004년 2448억원에서 2014년 4166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액도 250억원에서 403억원으로 증가했다.

정석기업 이사회는 합병 직전 회사를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건물관리 등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부문과 ㈜한진 지분 22%와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부문으로 나눴다.

이번의 합병은 바로 정석기업의 투자부문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이를 두고 그룹 지주체제를 보다 완벽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지주사인 한진칼은 자회사 정석기업의 최대주주(48%)이고, 정석기업은 손자회사 (주)한진의 최대주주(22%)이다. 여기서 문제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손자회사 한진은 30여개의 증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법에 따라 한진칼은 유예기간인 7월말까지 이 회사들의 지분을 모두 100%로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규대로 지분을 확보하려면 한진칼은 엄청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한 것이 바로 한진칼의 정석기업 투자부문 흡수합병이다.

한진칼이 정석기업 투자부문을 흡수함으로써 (주)한진은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됐다. 또한 증손회사들도 손자회사가 됐으므로 (주)한진이 30여개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할 필요도 없어졌다.

◆배 가라앉는다! 선장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조 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한진칼 주식 8만4000여주를 교부 받아 한진칼 지분이 기존 15.6%에서 17.8%로 늘었다. 모집가액이 주당 3만6000원이었으므로 조 회장은 30억원 어치의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는 효과를 누렸다.

조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자녀인 조원태 한진칼 부회장, 공식직함에서 물러난 조현아 씨,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도 큰 이득을 얻었다.

지난해 8월, 3남매는 각자 보유하고 있던 정석기업 주식 2만3960만주를 정석기업에 매각해 1인당 59억3700만원의 현금을 취득했다.

그러나 현재 한진그룹이 재무구조나 실적에서 여의치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조 회장 오너가가 정석기업을 이용해 너무 이득만 취하려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의 주축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총부채 21조원에, 부채율 1000%에 가까운 위태로운 재무구조 상태에 놓여 있다. 영업실적도 2013년 -3800억원 순적자, 2014년 -4600억원 순적자를 기록하는 등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가뜩이나 지난해 말 땅콩회항 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른 조 회장 오너가이기에 정석기업을 이용한 이득 챙기기의 모습은 결코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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