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오랜 병폐…무엇이 문제인가?
건설업계의 오랜 병폐…무엇이 문제인가?
  • 김진우 기자
  • 승인 2015.06.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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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오랜 병폐인 건설사 입찰담합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4건에 불과했던 입찰담합 적발건수는 지난해 18건으로 급증했고 여기에 연루된 건설사만 해도 70개를 웃돈다. 올해도 4월까지 벌써 6건의 입찰담합이 포착된 상황이다. 이 같은 정황은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대규모 관급공사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물론 입찰담합은 건설사 간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해당 건설사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돌려야 하는 게 자명하다. 다만 입찰담합의 원흉으로 무조건 건설사를 힐난하기에 앞서 입찰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불합리한 구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재 무시한 채 이뤄지는 건설사 관급공사 입찰담합
정부가 최근 4년간 담합 혐의로 적발된 건설사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제재건수는 총 33건에 이른다. 입찰 담합에 따른 과징금 규모도 1조원을 훌쩍 넘었는데 특히 지난해 입찰담합이 적발된 건설사들이 부과 받은 과징금 규모는 8000억원을 초과했다.

분명 입찰담합이 가장 큰 책임은 건설사들의 몫이다. 특히 관급공사의 경우 대형 건설사 간 담합이 만연하고 있다. 대형공사를 진행할만한 여력을 가진 업체들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행에 의거해 대형 건설사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담합을 이어오고 있다.

담합에 참여하는 경우 사전에 낙찰받을 업체를 미리 선정하고 다른 건설사들이 입찰 가격을 높게 제출하게 하는 방법이 주로 일반적이다. 담합을 조장한 건설업체가 이 사업 수주에 협조하면 자사 다른 공사의 하도급을 주는 모습도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담합이 궁극적으로 건설사의 경쟁력 및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티모르 정부가 현대건설이 담합으로 과징금을 문 것을 두고 문제 삼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담합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건설업체에게는 위법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른다.

국내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공공기관운영법은 담합 사실이 드러날 경우 발주기관은 최대 2년의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이 내려진다. 이때 입찰 제한 처분은 담합이 적발된 공사의 발주기관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이 같은 위험요소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담합으로 인해 과징금, 벌금, 손해배상 등 타제재처분과 입찰참가제한이 중복부과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담합으로 건설사들이 받는 제재는 궁극적으로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담합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과징금 뿐만 아니라 입찰참가자격제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며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참가제한을 받게 되면 사실상 제대로 수행할 업체 역시 소수만 남게 돼 다른 의미에서는 경쟁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담합이 필요하다?…비현실적인 관급공사 계약 기준
입찰담합 적발로 입는 피해를 두고 볼멘소리를 내는 건설사들의 입장은 표리부동한 모습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세심히 안을 들여다보면 이 사안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상 국내 건설시장 수주액수의 약 40%를 차지하는 정부·공공기관 발주 공사는 일방적 거래행태를 띄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나치게 낮은 공사비로 적자 감수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계약 유찰도 속출하는 양상이다.

결국 직접공사비에도 못 미치는 계약이 빈번히 이뤄지면서 관급공사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관급공사 거래형태 개선을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의는 지난달 25일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관급공사의 일방적 거래행태를 개선해달라는 정책과제 건의문을 발표했다.

상의 건의문은 "건설업은 연관산업이 많고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만 인구고령화, 부동산시장 성숙에 따라 큰 고비를 맞고 있다"며 "건설산업의 성장을 위해 과당출혈경쟁 자제, 담합행위 근절 등 업계의 혁신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법제도 준수와 거래행태 개선도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의가 관급시장에서 일방적 거래행태를 경험한 160개 건설사를 조사해본 결과 '불합리한 계약체결'(37.0%)을 겪은 기업이 가장 많았다. '합의사항 미준수'(33.4%), '계약에 없는 부담요구'(29.3%) 등을 경험한 기업도 상당수다.

불합리한 계약체결의 내용은 '과도한 책임부과'(34.7%),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사비 책정'(26.4%), '클레임 제기권리 제한'(19.4%), '적정수준을 넘은 품질보증의무'(13.9%) 등이었다.

상의는 관계자는 "지난해 관급시장에서 턴키·기술제안 등 기술형 입찰의 경우 발주기관의 인위적 공사비 삭감·예산책정으로 수익성이 없어 유찰된 공사가 20건, 2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주건수의 64.5%, 전체금액대비 58.5%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정작용과 현실적인 예방책의 필요성
4대강사업, 신도시 조성사업, 새만금방수제, 호남고속철도 등 이명박 정부 시절 계획된 대규모 관급공사가 속속 실행에 옮겨지면서 국내 건설경기는 모처럼 활력을 찾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입찰담합 문제는 회복기미를 보이는 국내 건설경기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다만 건전한 건설시장을 위해 단순히 건설사들의 자정작용만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명백하다. 결국 특혜성 정책이 아닌 최저가낙찰제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담합을 최소화할 만한 뚜렷한 지원책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이지경제=김진우 기자]

 


김진우 기자 kjw@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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