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새 아파트 배짱분양
해도 너무한 새 아파트 배짱분양
  • 김창만 기자
  • 승인 2015.06.08 08: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사이 날로 치솟는 전세가격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내집 마련에 적극 나서면서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미분양 아파트 속출로 애를 먹던 건설사들에게 작금의 상황은 언제 또 올지 모를 호재임이 분명하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라"고 했던가? 한발 더 나아가 몇몇 건설사들은 이 기회를 틈타 분양가를 재조정하거나 조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설정하는 이른바 ‘배짱분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다만 배짱분양이 가져다 줄 명암에 대해서는 한번 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분양가 상승의 시발점?
주택 분양 시 적정 산정가 이하에 분양하도록 정한 ‘분양가상한제’가 효력을 상실한 지난 4월1일 직후부터 신규 아파트 분양에 나선 건설사 상당수가 분양가 상향조정에 나섰다. 동시다발적인 분양가 폭등을 우려해 분양가상한제 존속을 주장하던 사람들의 견해가 보기 좋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최근 분양한 신규 아파트들의 시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신촌'의 3.3㎡당 분양가는 약 2060만원. 역세권인데다 뛰어난 여건을 감안해도 주변시세대비 비싸다. e편한세상 신촌의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대우건설 '아현역 푸르지오' 분양가도 약 1200만원 수준인 인근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3.3㎡당 2040만원으로 책정됐다.

마찬가지로 현대건설이 3146가구를 공급한 '힐스테이트 태전' 분양가 역시 3.3㎡당 1138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해 광주역 인근에 공급된 'e편한세상 광주역'의 소형평형 기준 분양가에 프리미엄 1500만~3000만원을 붙인 매매가보다도 100만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분양가 상향에 나선 모습은 신규 아파트에 몰리는 투자 수요가 그만큼 충분하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크게 치솟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낮추거나 추가 혜택이 없어도 분양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살 사람은 사니까 건설사들은 굳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는 입장"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오랜만에 회복된 만큼 이 기회를 통해 최대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어 이 같은 행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입주자 분양 혜택
입주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분양 혜택이 줄어드는 사례도 배짱분양의 한 단면이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점차 사라지고 이자 후불제 납부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분양대금 중 10%를 계약금으로 납입하면 입주일까지 분양대금의 60%인 중도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게 그간 이어진 일반적인 형태. 입주 전까지 계약금 이외의 비용이 들지 않아 분양시장 불경기를 지탱하던 버팀목처럼 인식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세로 접어들고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자 건설사들은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지속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실제로 호반건설의 경우 올해 분양한 8개 단지 중 ‘송도 호반베르디움 2차’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없앴고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화랑대'와 'e편한세상 신촌' 등도 이자 후불제를 적용했다.

계약금 비중이 높아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구매 시 내야하는 계약금은 전액 선불이 원칙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입주자 상당수가 자금 압박에 처한다. 분양 아파트의 경우 계약금을 10%로 책정하거나 1000만~2000만원의 정액제를 적용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신규분양 아파트들이 계약금 비중을 상향하면서 그만큼 소비자의 초기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분양한 '동탄2신도시 푸르지오 2차'와 이달 위례신도시에 공급되는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의 계약금은 20%에 이른다.

◆배짱분양의 역풍에 대한 우려
허나 건설사들의 배짱분양은 자칫 잘못하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무리 주택 수요가 급증하더라 수요자 대부분이 부동산 가격에 민감한 서민들이라는 점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배짱분양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고 갑자기 분양가를 높이면 매매 수요가 줄어들 것"이며 "분양가가 갑작스레 상승하면 지난해부터 조금씩 회복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가라앉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배짱분양으로 낭패를 맞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분양한 '서울 북한산 더샵'은 중대형 일부가 미분양됐다. 문제는 높은 분양가였다. 중대형인 114㎡의 분양가는 약 6억3000만원에 육박하는데 반해 해당지역 매매가는 신규 분양 아파트라도 보통 3.3㎡당 1300만원대에 불과하다. 과도한 분양가 책정이 미분양으로 이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도권 미분양의 늪’으로 불리던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 청라국제도시 등의 사례도 되새겨 봄직 하다. 이 지역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장점을 부각시키며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정작 분양 과정에서 해당 건설사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감내해야만 했다. 분양시장에 불어 닥친 광품과 별개로 아직까지 중도금 무이자가 유지되는 곳이 부지기수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볼 때 분양시장을 둘러싼 지금의 분위기가 급변한다면 불황의 늪에서 시름하던 몇 년 전의 모습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부동산 시장 호황 시기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높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소비자들의 경제력과 건설사의 이익이 절충점을 찾는 과정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지경제=김창만 기자]

 


김창만 기자 kcm@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