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3 NEO…서너 차례 우려낸 사골의 맛 ★★☆☆☆
SM3 NEO…서너 차례 우려낸 사골의 맛 ★★☆☆☆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5.07.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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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 NEO, 부족한 힘·소음·진동문제 다 갖춰…높은 연비는 매력적
 

르노삼성의 SM3는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기아자동차의 K3와 더불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엔트리급 모델로서의 입지를 곤고히 하고 있다. 이 위상은 여간해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해 급성장한 경차의 위세에 눌려 판매량이 하락하는 모양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르노삼성의 국내 판매량을 유지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M3는 2000만원 미만의 가격이라는 가장 중요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경쟁차종에 비해 약 200만원 낮은 금액이라서, SM3가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당분간 아반떼와 K3, SM3의 소형차 트로이카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낮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게 작용했던 것일까? 장거리 시승을 해보니 기대와 달리 SM3의 낮은 가격이 판매량에 대해선 약이 됐지만, 차량 성능에 대해선 독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르노삼성의 세단 모델과는 꽤 친숙한 편이다. 이상하다 싶을 만큼 주변에 SM5와 SM7을 보유한 지인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서 듣는 르노삼성 세단의 공통적인 장점은 주행중에 느껴지는 안전성과 질리지 않는 디자인, 잘 잡힌 NVH(소음진동) 등으로 함축된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중형 세단의 오너였지만 하나같이 “동급의 다른 차량보다 높은 수준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패밀리 세단”라며 르노삼성 세단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시승을 앞두고 기대치는 높아졌다.

부푼 기대와 달리 SM3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별로였다. “세간의 평이 잘못됐기에 애초에 기대와 다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SM3의 승차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준이 낮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딱딱한 서스팬션과 조절각이 부족한데다 붕 뜨는 느낌의 시트는 가죽임에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쉽게 돌아가는 스티어링 휠과 답답하게 나오는 반응의 악셀은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전체적인 평가 요소 중에서는 연비 말고 칭찬할만한 꺼리가 눈에 띄지 않았다.

 

SM3의 무난한 디자인은 이제 밋밋해졌다. 연식은 끌어 올리면서 부분변경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체 디자인에 대해 칼을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SM3 네오로 출시되면서 적용된 새로운 패밀리룩이 지난 모델에 비해 옅게나마 세련된 맛을 줄 뿐이다.

시승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느껴지는 울컥거림에 “왜 이럴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SM3에 적용된 x-CVT(무단변속기)가 고질적인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M3의 x-CVT는 닛산의 소형 SUV 쥬크 모델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일본의 부품기업인 JATCO사의 Xtronic CVT 제품이다.

 

해당 제품의 특징은 일부 차량에서 나타나는 저속 주행 중 울컥거림 현상이다. 시승했던 SM3 차량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발생했다. 여기에 급브레이크처럼 느껴질 만큼 초반 반응이 좋은 제동력이 울컥거림과 함께 어우러져 시내주행 내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초반 가속 구간을 지나서 탄력을 받기위해 속도를 올리는 동안 SM3는 나쁘지 않았다. SM3는 흔히 X영역이라고 부르는 100km/h 까지는 가속이 수월하다. 가벼웠고 조향감의 상실이 적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줬다. 기대했던 만큼 조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장거리 시승에 나선 만큼 시내 주행에서 보인 울컥거림이 계속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다른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X영역 이후의 고속 주행에서 쥐어짜듯이 답답하게만 올라가는 가속력과 초반 반응에 비해 가벼워지는 브레이크는 SM3를 시내 주행에만 적합한 차량으로 단정하도록 만들고야 말았다.

힘이 부치는 타이밍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SM3가 재원상 최대출력 117hp과 최대토크 16.1kg.m의 동력성능을 갖추고 있다지만 체감하는 가속력은 부족했다. 비슷한 수준의 차량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다. 조금 더 속도를 높여보고 싶었지만 가속에는 시간이 필요했고, 늘어나는 교통량과 또 다른 문제점들이 보이며 악셀에서 발을 떼고야 말았다. 결국 시승 구간에서의 최고 속도는 130km/h 언저리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고속 주행에서 나타난 다른 문제점은 차량의 흔들림이었다. 속도계가 80km/h를 넘어서면서 나타나시 시작한 자잘한 움직임은 속도가 높아질수록 강도 또한 거칠어졌다. 나타나는 빈도도 잦았다. SM3가 ‘노면의 상태와 주행 여건에 대해 운전자의 빠른 반응이 필요한 차’라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움직임을 통해 간섭을 받았고 고속 주행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함이 밀려왔다. 여기에 자동차 게임용 컨트롤러를 방불케 하리만큼 가벼운 세팅의 핸들이 더욱 불안한 승차감을 이끌어 냈다. 고속도로 시승인 만큼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힘을 줘야만 했다.

고속 주행에서 드러난 문제의 원인은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해 원가를 절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SM3에는 조향력과 안정감 상승을 위한 SSEPS(전자식 차속감응 파워 스티어링)가 적용 됐지만, 고속에서도 크게 무거워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속에서도 가벼운 핸들은 익숙해 지는데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안정감을 높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 SM3가 탄생했던 시절의 유압식 스티어링 휠 보다 못했다.

이 부분은 르노삼성에게 뼈아픈 부분일 것이다. 출시 당시부터 라이벌로 지목했던 기아차의 포르테와 현대의 아반떼가 MDPS(전동식 조향장치) 오작동으로 인한 핸들 잠김 현상이 나타날 때만 하더라도 국산 준준형급 세단에서 스티어링 휠의 승자는 단연 SM3였다. 유압식이 쓰이던 시절에도 SM3의 핸들링은 가벼웠다. 하지만 많은 보타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불안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SM3가 갖고 있던 이 장점을 지켜나가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SM3가 보여주는 조향감과 안정감은 K3와 아반떼보다 못했다. 고속상황에서는 더욱 두드러졌다. 픽시자전거의 핸들 떨림 현상처럼 통제를 벗어날까 염려스러웠다. 이는 SM3의 고객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차량의 목적을 시내 주행으로 한정한다면, 핸들이 가벼우니 운전하기 편하다는 평을 받을 수도 있겠다.

 

서울에서 출발한 시승의 목적지는 구미였다. 차선이 줄어들은 중부내륙고속도로는 차체가 작은 SM3에 결코 유리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SM3가 측풍에 약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핸들이 휙휙 돌아가던 SM3는, 교각과 터널이 잦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더욱 안정감을 자주 빼앗겼다.

이전까지 굽이굽이 산위로 펼쳐진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멋진 장관과 긴 터널이 반복되며 지루하지 않은 수준의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SM3와 함께했던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경험은 정말이지 피곤했다.

교각위에서 측풍을 맞은 SM3는 차체와 핸들이 요동쳤다. 물론 다른 어떤 차량이라도 고속 주행시 차체 옆면을 강타하는 측풍에는 당할 장사가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한SM3의 대비책은 더욱 조약해 보였다. 강풍이 차체를 때릴 때 마다 가벼운 핸들은 돌아가 버렸고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시승을 진행해야만 했다.

터널 구간에서 결국 SM3에 대해 실망하기 시작했다. 귀를 어지럽히던 풍절음과 엔진소음 그리고 노면소음의 불협화음이 고막을 때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SM3, 아니 르노삼성세단의 가장 큰 장점은 정숙성이 아니던가?

그나마 고속주행에서 20km/ℓ를 훌쩍 넘는 연비와, 차급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장착된 크루즈 컨트롤이 스트레스를 줄여줬다.

시승기를 작성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단점에 대한 표현이다. 종종 장점이 단점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고, 사용자의 개성과 자동차의 목적에 따라 일반적인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SM3는 준중형 세단이다. 결국은 편안한 주행이 목적인 자동차라는 것이다. 많은 짐을 싣거나, 특별한 장소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차량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은 안정감과 정숙성이다. SM3의 주행성능도 불만스러웠지만, 특히 안정감과 정숙성이 경차수준에 가까웠다.

지난 몇 년간 르노삼성은 SM3를 계속해서 변화시켜 왔다. 매년 업그레이드 된 SM3는 일부 변경된 디자인과 일부 개선된 성능을 보여줬다. 르노삼성은 이런 변화를 통해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SM3의 입지를 다지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SM3와 과거의 SM3는 커다란 변화도 없고 비슷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극적인 변화와 미미한 개선의 반복이다.

토끼와 거북이 동화에서 토끼는 한참 뒤쳐진 거북이의 느린 걸음 때문에 방심하고 말았다. 결국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건 거북이였다. 앞서나가던 토끼는 결승선을 얼마 안남기고 여유를 부리며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가 경쟁 모델인 아반떼의 풀체인지 모델을 올해 출시한다는 것은 지난해부터 널리 퍼졌었다. 그럼에도 사골을 우려내듯 부분변경에 집착하고 있는 르노삼성이 꼭 낮잠을 자고 있는 토끼처럼 보인다.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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