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특사 진짜 수혜자는 건설업계?
광복절특사 진짜 수혜자는 건설업계?
  • 김진우 기자
  • 승인 2015.08.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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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기념 특별사면의 세부 방침이 확정됐다. 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국민대통합과 경기 회복 도움이라는 원칙이 적용되면서 당초 예상대로 일부 재벌총수가 석방 수순을 밟게 됐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경제활성화라는 대의를 앞세운 만큼 광복절 특별사면의 파급력은 단순히 재벌총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입찰담합이 발각돼 징계를 받고 있는 일부 건설사들이야말로 광복절특사의 최대 수혜자임에 틀림 없다. 대중의 시선이 재벌총수 석방 여부에 쏠린 사이 때마침 자신들의 잘못을 덮어 줄 면죄부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담합 건설사 입찰참가제한 조치 해제 
국토교통부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 맞춰 건설분야 행정제재처분을 해제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판정을 받아 이달 13일 이전에 건설사가 받은 관급공사 입찰참가제한(부정당업자 제재)과 영업정지, 업무정지, 자격정지, 경고 등의 처분이 오는 14일부터 해제된다. 입찰참가제한 해제에는 입찰참가 금지뿐 아니라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와 적격심사 때 받은 감점도 포함됐다. 

특히 13일 이전에 발주처로부터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뿐 아니라 13일 이전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결정이 내려졌지만 발주처로부터 입찰참가제한 등의 처분을 아직 받지 않은 업체에도 사면이 이뤄진다.

현재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진행중이거나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아직 담합 처벌 여부가 결정되지 사업에 대해서도 특별조치 이후 일정기간 내에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할 경우에는 입찰참가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구체적인 자진신고 기간이나 절차 등은 국토부가 이달 말 별도로 공고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담합에 의한 과징금, 과태료, 벌금, 시정명령 등 처분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조치는 건설업이 공공부문에서 수주하는 물량이 전체의 37.9%를 차지해 공공수주를 하지 못하면 업체들이 영업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점을 고려했다는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공공공사 수주가 많았던 중·대형건설사들이 부정당업체로 지정됨에 따라 입찰참가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앞으로 공사를 해줄 업체가 없어 국책사업 수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사면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입찰참가제한 해제 환영"
사실 건설사 행정처분 해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 공사에서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6개 대형 건설사를 사면한 바 있는데 당시 사면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는 GS건설, SK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이었다.

다만 2006년 당시와 달리 이번 조치는 입찰참가제한 등 부정당업자 제재가 해외공사 수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설업계의 주장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은 점이 해외건설시장에서 약점으로 작용해 외국 업체와 수주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 많았다"며 "건설투자가 작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4.7%에 달하는 등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입찰담합 결정에 따른 과징금 처벌은 감수하더라도 입찰제한 금지는 과도한 이중 처벌이라며 선처를 호소해 온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적극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담합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이 경쟁국가와 발주처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외공사 수주에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사면으로 인해 해외공사와 수주와 담합 문제로 수주를 꺼렸던 공공공사 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가 진행중이거나 조사 예정인 사업장의 경우 사면 여부가 불투명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단체, “건설사 입찰담합 계속될 것”
건설업계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과 달리 시민단체들은 건설사 사면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과거의 사례를 비춰볼 때 경기진작을 이유로 사면을 감행하면 또다시 담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당시 취해진 사면이 대형 건설사 입찰담합을 근절하기는커녕 건설시장 담합을 조장 및 묵인하는 장치로 이용된 전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 당시 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들은 이명박 정부 때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 입찰에서 다시 담합을 저지르는 전례를 보여준 바 있다. 시민단체에서 입찰담합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에 세워지지 않는 한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실련이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건설업계에 입찰담합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은 이전 정부가 담합을 한 건설사를 사면했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입찰담합으로 입찰참가가 제한된 업체는 78곳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30위내 업체가 26곳, 100위 안 업체가 53곳에 이른다. 일정규모 이상의 건설사 대다수는 입찰담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이지경제=김진우 기자]

 


김진우 기자 kjw@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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