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프리미엄 붙여 고가 전략 유지하는 이유?
라면, 프리미엄 붙여 고가 전략 유지하는 이유?
  • 김창권 기자
  • 승인 2015.12.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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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원재료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

프리미엄 짜장‧짬뽕라면의 잇따른 출시로 라면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농심의 프리미엄 짜장라면인 ‘짜왕’이 높은 매출과 안정적인 시장 안착으로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의 음식이라고 꼽히는 라면이 프리미엄이란 제품으로 출시돼 가격이 올라가게 되자 라면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신제품만 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사진 = bigbirdz

올해 라면업계 이슈는 단연 중화풍의 프리미엄 라면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출시된 농심의 ‘짜왕’은 3mm 두께의 굵은 면에 다시마 분말을 첨가해 쫄깃한 식감을 냈다. 또 짜장스프는 200℃ 이상 고온에서 단시간에 재료를 볶는 고온쿠킹 기술을 적용해 갓볶은 짜장의 맛을 담아내는 등 심혈을 기울여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인 것.
 
이 같은 시도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출시 이후 6개월간 누적 매출이 약 700억원에 달했다. 농심 측은 연이은 매출 신기록으로 ‘짜왕’이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해 파워브랜드로 자리 잡을 거란 전망이다.
 
농심의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하자 오뚜기는 지난 7월말 불맛이라는 특색을 내세운 '진짜장'을 시장에 선보였다. 이후로도 팔도는 ‘팔도짜장면’, 삼양식품은 ‘갓짜장’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짜장 라면에 가세하며 열기를 끌어 올렸다.
 
이 후 라면업체들은 짜장 라면에 그치지 않고 짬뽕으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먼저 오뚜기가 포문을 열었는데 ‘진짬뽕’은 기존 프리미엄 라면과 동일한 3mm 면에 오징어, 게맛살, 청경채, 양배추, 당근, 파, 목이버섯, 미역 등 풍부한 건더기 스프를 추가해 시장에 내놓았다.
 
프리미엄 짬뽕라면도 앞선 짜장라면의 열기만큼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며 ‘진짬봉’은 출시 50여일만에 100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이에 농심은 ‘맛짬뽕’, 삼양식품은 ‘갓짬뽕’, 팔도는 ‘팔도불짬뽕’을 출시하며 맞대응에 들어갔다.
 
‘짜왕’과 ‘진짬뽕’의 성공은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새로 개척하면서 많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데, 기존 제품들 보다는 차별화된 면과 스프들로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SNS상에서 각 제품의 특장점을 비교 분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일반 라면의 면발은 통상적으로 1.5mm 내외였지만 새롭게 출시된 프리미엄 라면의 면발은 2배 굵은 3mm이고 농심의 ‘맛짬뽕’은 굴곡면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 스프도 기존 분말스프에서 액체스프로 바뀌고 있고 건더기스프의 내용물도 1.5배 이상 늘리는 가하면 고추기름을 추가해 맛을 끌어올렸다.
 
특장점을 살린 짜장과 짬뽕 라면의 신제품 출시는 프리미엄이라는 명목하에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점이 주요했다. 경기 불황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기존 제품의 판매가 떨어지자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 라면, 원재료 가격 하락하는데 나홀로 독주
그러나 라면의 가격이 원재료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밀의 국제거래 가격은 지난 2008년 1톤에 309달러(35만9000원)에서 올해 182달러(21만1500원)로 하락했다. 대두의 가격도 1톤에 454달러(52만7400원)에서 328달러(38만1000원)로 낮아졌다.
 
라면의 제조원가가 과거보다 30% 가량 낮아진 수준이지만 기존 라면가격을 내리기 보단 라면업체들은 ASP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 라면은 출시가격이 대부분 1300~1500원대로 기존라면이 800~1000원에 판매되던 것에 비해 약 50%가량 비싸지만 시장에서 잘 팔리자 라면업체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프리미엄 라면이 돈이 된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035억 원, 영업이익 294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62% 늘었고 영업이익은 27.97% 증가했다.
 
농심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460억원, 영업이익 3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2%, 영업이익은 145% 증가한 호실적을 거두었다. 이처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이유로 매출 증가와 더불어 ASP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영향이 한몫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4년 전 프리미엄 라면을 만들겠다던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부딪히며 논란 끝에 생산을 중단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일부 시민들의 반응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최근에 나온 짜장이나 짬뽕라면들은 기존 제품들과 다르게 맛의 차이가 많아 이정도 품질이면 충분히 사먹을 만하다”고 말했다. 또 반대로 “기존 제품보다 좋다고 하는데 크게 바뀐 것을 못 느끼겠는데 가격을 너무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1년 8월 출시된 팔도 ‘꼬꼬면’이 하얀 국물로 시장에 큰 파장을 남긴 후 삼양 ‘나가사키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이 출시됐지만 얼마가지 않아 인기가 시들해진 바 있다. 때문에 중화풍 프리미엄 라면도 시장에서 얼마나 오래 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김창권 기자 fiance26@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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