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재고율에도 높은 우유가격, 저가 상품 뜨나?
많은 재고율에도 높은 우유가격, 저가 상품 뜨나?
  • 김창권 기자
  • 승인 2016.01.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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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업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를 보냈다. 유제품이 팔리지 않아 우유의 재고량은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업계 1‧2위 업체들의 잇단 비리로 암울한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은 직원들에게 월급대신 우유를 지급해 논란이 되는가 하면,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의 오너와 전·현직 임직원들이 금품수수와 횡령을 저지르다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서울우유 전 상임이사 이모(63)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매일유업 전 부회장인 김모(56)씨와 임직원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두 회사 측은 개인 비리라고 함축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우유값 상승에 한 몫 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유업계의 시름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되는 출산율 저하와 유제품 소비 감소가 겹치면서 1인당 우유 소비량은 지난해 32.5㎏으로 10년 전인(2005년) 35.1kg보다 10%가량 감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유 생산량은 증가하면서 수급불균형이 일어나게 됐고 우유의 재고량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유가공업체가 쓰고 남은 원유를 보관하기 위해 말려서 분유(전지분유, 탈지분유 등)로 만든 양은 지난해 9월 기준 26만2659톤이다. 전년동기인 18만7664톤과 비교하면 약 40%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우유값을 인하해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원유가격 연동제로 인해 우유값을 내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우유 가격 연동제로 인해 우유의 재고가 넘쳐나도 가격을 맘대로 내릴 수 없는 것. 연동제는 매년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기계적으로 책정되다 보니 수요와 공급에 따른 반영이 어렵다.
 
또 유가공 업체들은 연동제를 통해 결정된 가격으로 매년 일정한 양의 원유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 가격을 내리면 손해를 본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서울우유는 1조7453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4.6%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가 줄었다. 매일유업 역시 지난해 1조2026억원을 기록해 1조1381억원을 올린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8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5% 줄어들었다. 실제 이익은 줄었으나 매출은 꾸준한 상황이다.
 
 
 
유통마진 낮은 우유, 시장 점유해 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가공 업체들과 대형마트 등의 유통마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유통 업체들의 우유 마진율은 34%가 넘고 유업체도 18%나 된다”며 “마진률이 약 8~10%인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우유 가격의 인상은 1차적으로 원유가격 연동제에 있다 하더라도 현재의 유통마진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통마진이 낮은 마트의 PB우유들은 싼 가격을 무기로 판매량 1위였던 서울우유를 제치고 ‘홈플러스좋은상품 1A 우유(1L)’가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의 우유 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채널의 우유 판매량 1위는 홈플러스좋은상품 1A 우유(1L)가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좋은상품 1A 우유(1L) 가격은 1700원으로 서울우유 1A(1L)의 2520원 대비 30% 이상 저렴하다. 연세우유와 홈플러스가 합작해 만드는 홈플러스좋은상품 1A 우유(1L)는 연간 1백억원 매출, 연판매량 600만개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장을 본다는 최모씨는 “아이들 때문에 우유를 꼭 사는데, 같은 등급의 우유에서도 가격차이가 많다보니 조건이 같다면 저렴한 가격의 우유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유의 등급은 크게 체세포수, 세균수, 유지방함유율로 나뉘게 되고 그 수치에 의해 원유가격은 차등 지급된다. 우유의 가장 좋은 품질인 1A 등급은 세균 수 기준 1ml당 30,000 미만인 원유로 같은 등급에서도 가격 차이가 많이 나고 있는 것이다.
 
연세우유 관계자는 “정확한 매출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PB상품과 더불어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렴한 우유가 시장을 점령하게 되면 품질이나 맛 적인 면에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의 비싼 우유가격은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경제 = 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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