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에 구조조정 칼바람 몰아치나
대우증권에 구조조정 칼바람 몰아치나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1.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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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대우증권 노동조합이 파업 수순을 밟아감에 따라 여의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노동조합 측은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의 인수를 반대하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이 회사 노조 측에 따르면 대우증권 전체 직원 3000여명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직원 수는 2100명 정도다. 거의 전 직원 중 70% 정도가 노조에 가입해 있는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총파업 돌입 시점과 관련해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란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며 “파업권은 획득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노사 간 임단협은 지난 18일이 마지막 시한이었으나 결렬됐다.

대우증권 노조는 임단협·고용완전보장 협상 등의 문제를 놓고 총파업 찬반 투표를 했다. 그 결과 98%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된 상황이다.

노사 간 결정적 쟁점은 ‘고용보장’이다. 노조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여러 번 대우증권 전 직원에 대한 완전 고용 승계를 이야기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으로의 인수를 앞두고 있는 대우증권의 노사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증권 주가도 시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대우증권 주가는 1만2050원이었다. 그러나 1월 19일 종가는 7700원에 그쳤다. 주가가 약 36% 떨어진 것이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증권 주가가 떨어진 것에 대해 “우선 장이 좋지 않고 증권사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미래에셋으로 인수될 경우 미래에셋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앞으로 대우증권의 밸류가 작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은 조직이 상당히 크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임직원이 2968명이고 국내지점 102개, 해외지점 12개를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임직원이 1863명이며 국내지점은 73개, 해외지점은 5개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치면 자기자본 7조8000억원, 총자산 60조원을 가진 대형 증권사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 결합 후 전체 고객 수가 약 2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인수합병(M&A),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래에셋은 해외 자본 투자와 퇴직연금 사업 등에서 강세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파워와 대우증권의 법인고객 네트워크가 합치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합칠 경우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IT기술 발전에 따른 인력 감축 문제는 증권업종 뿐만이 아닌 모든 금융권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이번 대우증권 문제는 앞으로 모든 금융사들이 겪게 될 가능성이 높은 문제라고 금융업계 인사들은 짐작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2014년 10월 기준으로 2013년 10월에 비해 직원이 30명 줄었다. 당시 미래에셋생명 전체 직원 수는 1282명이었다. 생보사와는 다르게 증권사는 지점 영업망의 비중이 크고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지점이 서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증권가에서는 올해 증권업황도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해서 미래에셋의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우증권 인수 본 계약은 이르면 다음 주 체결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인수 본 계약이 다음 주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우증권 노조와의 대화는 인수 절차가 모두 끝나고 난 뒤 진행될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세 실사와 금융위원회 대주주 적격 심사, 주주총회 결의를 진행하고 4월 중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에는 노조는 없지만 노사협의회가 있고 미래에셋생명에는 노조가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본래 SK생명 시절부터 노조가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 측이 대우증권을 인수해도 구조조정 문제로 계속 갈등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우증권 노조가 미래에셋을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증권업 사회에서는 전체 급여에서 성과급의 비중이 높고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 노조 중에는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노조가 극히 드물다.

또한 파업을 한다고 해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쉽지 않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시중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득권자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대중들이 판단하고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이 우군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힘이 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박현주 회장은 해외출장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박 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뭔가 해법을 가져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대우증권 문제가 극적인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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