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전쟁 2막 1장
홍삼전쟁 2막 1장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3.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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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도가 폐지되고 22년이 지났다. 그 사이 홍삼시장은 전쟁터로 변했다. 특히 농협에 통합된 인삼협중앙회를 중심으로 급 성장한 한삼인은 조만간 인삼공사의 정관장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정관장 이야기는 한일합방 시절부터 시작된다. 인삼공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전매국이 홍삼의 제조와 판매를 국가기관에서만 할 수 있도록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홍삼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사제 홍삼과 위조 고려삼이 범람하게 되자, 조선총독부 전매국은 관제(官制) 홍삼의 의미로 통용되던 정관장(正官庄)을 정품의 표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KT&G의 홍삼 브랜드의 시초다.

이후 정관장은 홍삼정을 주력으로 성장세를 가속화 했다. 1912년부터 생산된 홍삼정은 홍삼의 면력력 강화 성분이 입증되면서 소비자들의 큰 호응속에 2007년 단일제품 최초로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 홍삼정의 매출은 약 1500억으로 전체 홍삼시장에서 단일제품으로는 가장 높은 2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근 정관장은 홍삼정을 먹기 간편하게 포장한 홍삼정 에브리타임을 내놓았다. 기존의 인기 제품인 홍삼정의 가장 커다란 불편함인 섭취 방법을 개선한 제품이다. 그간 홍삼정은 끈적한 성질 때문에 병에 담아 판매해 왔다. 티스푼으로 한 스푼씩 떠서 먹거나 물에 타서 마셔왔지만, 병이 더러워지거나 끈적거리는 바람에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스틱 파우치에 일일 복용량을 정제수와 함께 담아 개별 포장한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인기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TV홈쇼핑과 라디오광고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을 알리고 있다. ‘홍삼정 에브리타임’에 정관장의 사활을 건 태세다. 이는 KT&G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따른 리스크가 그룹 내 전 계열사에 불안감을 조성한 여파로 해석된다.

수년간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은 중국시장 진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성장세를 멈춘 국내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진출이라는 야심찬 계획의 출발은 2011년도 부터다.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민영진 전 KT&G 사장은 2011년 3월 중국 지린성을 방문해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시 정부와 중국법인 설립 및 공장 건설 등에 관한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중국인삼을 사용하는 길림한정인삼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당시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정관장 관계자는 “중국의 인삼 및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최근 연평균 13%씩 늘어 지난해 18조원 규모로 성장했다"며 "중국 홍삼시장을 적극 공략해 2016년께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계약은 KT&G가 한국인삼공사와 별개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이후 현물출자 방식으로 길림한정인삼유한공사는 한국인삼공사에 매각됐다.

이에 앞서 2009년 한국인삼공사는 정관장을 수출하기 위해 정관장육년근상업상해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때문에 한국인삼공사의 중국내 사업은 국내 홍삼을 직수입하는 ‘정관장’과 중국산을 사용하는 길림한정인삼유한공사의 ‘은진원’으로 나뉘었다.

문제는 두 사업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황사와 스모그, 신종플루 등 면역력과 관련된 중국내 이슈는 매년 쏟아지고 있음에도 정관장과 은진원 모두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이다.

2016년 현재 중국진출 8년째를 맞이하는 정관장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432억의 매출을 올린 2011년 순이익은 13억원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매출 338억에 -66억원의 순손실을, 401억원의 매출을 올린 2013년에는 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2014년에는 매출 270억원에 불과해 -44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은진원도 나을것이 없다. 길림한정유한공사가 완공된 2013년 매출은 0원이었다. 2014년의 매출도 16억원에 불과했다. 그해 당기순손실은 107억원에 달했다. 2016년까지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던 계획은 허상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마켓쉐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전한 중국시장 공략은 실패”로 단언했다. 그러면서 “중국시장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대만 등 인삼공사의 무모한 해외 진출은 오히려 국내 홍삼업체의 외국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에서 정관장의 점유율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새 한삼인의 시장점유율은 20%에 다가선 것이다. 이에 따라 90%를 넘어서던 정관장의 점유율은 80%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한삼인의 성장 기반을 국산삼과 인삼조합에 대한 신뢰에서 찾고 있다.

또한 동원, CJ, 대상 웰라이프, 웅진 등 식품업계를 주름잡는 대기업들이 출시한 홍삼 브랜드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이들은 각자가 갖고 있는 유통망을 기반으로 자체 생산한 홍삼 연계 제품들을 내놓으며 정관장의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에서 토끼는 멀리 뒤처진 거북이를 보고 잠에 빠진다. 아마도 달콤한 꿈에 취했을 것이다. 그사이 거북이는 한 걸음씩 다가와서 토끼를 앞지르고 승리자가 됐다. 정관장이 해외 진출의 달콤한 꿈을 꾸는 사이 거북이들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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