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실패시 모두 초토화 될 것"
"현대건설 인수 실패시 모두 초토화 될 것"
  • 서병곤
  • 승인 2010.11.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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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위원장 "현대증권 경영진, 현대그룹 내부도 인수 동요"..파장예고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인수여력이 없으면서 무리하게 계열사를 동원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인수를 실패한다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그룹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경영권이 초토화 될 것이다. 반드시 저지하겠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강력저지에 나선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2일 <이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강경한 철회 입장을 밝혔다.

 

민 위원장은 “현대그룹이 인수전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현대건설 정통성 계승이라는 명분이 아니라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8.2%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 일 뿐”이라고 현대그룹을 맹비난했다.

 

구체적으로 “현대건설이 현대기아차로 넘어갈 경우 현대상선 지분 유지가 힘들어 지면서 자칫 현대그룹 전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이 같은 무모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민 위원장은 덧붙였다.

 

그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즉 그나마 자금운용을 할 수 있는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엘레베이터만 빼고는 나머지 계열사들은 ‘속빈 강정’에 불과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룹계열사 전체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설사, 외부 투자유치금 및 현대증권 등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유상증자를 동원해 4조원 이상을 확보, 인수전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후 엄청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참고로 시장이 예상하는 현대건설 지분 34.88%의 값어치는 4조원 안팎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현대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동원력이 약 1조5000억원 규모라고 밝혀 왔었다.

 

최근 현대그룹은 계열사들을 통해 회사채 시장에서 꾸준히 인수자금을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핵심 자회사인 현대상선은 올해 들어 채권시장에서 세 차례 사채 발행으로 총 1조1100억원을 조달했다. 최근 유상증자 이사회 결정과 회사채 발행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현대그룹의 자금력은 2조305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총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바 있다. 현대증권과 나머지 계열사들은 아직까지 인수참여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아직 외부 투자유치금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자금으로 현대그룹 인수대금에 총동원해도 현대건설 예상인수 적정가격에는 못 미친다.

 

일각에선 현대그룹이 매각 실탄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부채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성을 동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측은 그룹계열사 경영난으로 현정은 회장에 대해 리더십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경영할 능력이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민 위원장은 “현대그룹은 과거 현대건설을 운영하면서 실패를 맛봤다. 현재 그룹계열사들의 형편이 어려운데다 현 회장의 경영 리더십 위기론 대두 속에 이를 간과하고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이전보다 더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증권이 지난 8월 현대그룹 인수전 참여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민 위원장은 “현대증권 경영진들이 현대그룹에 맞지 못해 끌려 다니고 있는 것 뿐”이라며 “현재 인수참여에 대한 경영진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해 경영진들 사이에서 인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내부적으로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민 위원장은 현대그룹 내부에서도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그룹 내에서도 인수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마디로 인수전에 가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많은 임직원들이 현대그룹과 계열사의 미래를 심히 걱정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인수로 현대건설이 재부실화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노 위원장은 “이들 역시 우리 노조처럼 노동자의 입장에서 현대그룹이 막무가내로 현대건설 인수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건우회와 현대증권 노조 간 연계 가능성에 대해 “접촉한 적도 없고 그럴 일이 전혀 없다. 우리 노조는 독자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고 일축했다.

 

현대그룹은 이와 관련해 현대건우회가 현대차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헐값 매각을 부추기는 등 형법상 입찰방해죄에 해당된다며 형사고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그룹 인수를 방해하기 위해 건우회를 비롯, 현대증권 노조 이해관계자들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민 위원장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회삿돈이 인수 자금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대그룹 계열사가 현대증권 인데 현대기아차그룹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며 반박했다.

 

인수 라이벌인 현대기아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쪽이 적합하냐’고 묻자, 민 위원장은 “자본가들의 싸움이기 때문에 뭐라고 왈가왈부 할 수 없으며 우리 노조는 중립을 지킬 뿐”이라고 밝히면서도 “인수자금이 수월한 쪽이 유리하지 않겠냐”며 사실상 현대기아차의 승리를 점쳤다.

 

현재 노조 측은 현대그룹이 인수전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보유한 현대증권 주식 91만주를 이용해 주주대표소송도 불사할 것이란 방침이다.

 

민 위원장은 “현대증권이 인수전에 참여하게 될 경우 나가는 자금이 3000억원 이상이 될 수 도 있다. 이 같은 회사 자금이 회사 발전에 써야 될 판에 인수 자금에 흘러가서는 안 된다”며 “최근 집회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채권은행단에 참여한 뒤, 소액주주와 연대해 최후에는 주주소송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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