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조종 자동차 운전보다 쉽다?
여객기 조종 자동차 운전보다 쉽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3.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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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조종사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한진그룹 회장)이 또 다른 논란에 불을 붙였다.

조 회장은 지난 13일 대한항공 김 모 부기장이 쓴 페이스북 게시글에 “여객기는 자동차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며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댓글을 직접 적었다.

일부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조 회장의 발언에 대해 “잘못된 생각”이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네티즌들도 조 회장이 조종사들을 비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

이번 논란은 대한항공 부기장 김 모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며 여객기 조종사가 비행에 나서기 전에 준비하는 것들을 적어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 글에 조 회장이 직접 댓글을 입력하고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가 있어도 대한항공은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며 “조종사는 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적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반격

조 회장의 주장이 나오자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조종사들의 불만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열린마당에서 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측에 따르면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글을 쓸 수 있는 이들은 조합원과 준 조합원인데 이들은 모두 대한항공 조종사들이다.

조종사들은 “대한항공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거의 없다”고 반박하는 등 사측과 조 회장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회장님’이란 닉네임을 쓰는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글을 남기고 “운전보다 쉬운 항공기 운항인데 대체 왜 1년 반 훈련을 하고 비싼 외국인들 데려다 쓰시는 것인가?”라고 묻고 “조종사 없어서 너무 힘든데 버스, 택시 기사님들도 많이 모셔 와서 쓰세요”라고 일침을 놓았다.

‘운항조종사’라는 닉네임의 조종사는 대한항공 운항관리사에 대해 “운항서류에 스테이플만 찍어서 올려놓는 게 운항관리사의 일은 아니다”라며 “충분히 능력 있는 그들이지만 인력이 모자라니 그 능력을 발휘해서 안전운항에 이바지 할 기회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우리나라 모든 항공사의 운항관리사 인원관리가 과연 적절한지 조사해 주시길 바란다”며 “안전에는 그만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과 대한항공 조종사들 간 벌어진 설전을 지켜 본 조종사들은 실제로 비행기가 이륙 이후 자동으로 운항하는 것은 맞지만 조 회장이 항상 안전운항을 위해 긴장하고 준비해야 하는 조종사들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군을 전역한 한 조종사는 “조 회장 말이 일리가 있지만 조종사들은 항상 높은 수준의 비행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고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며 “조종사들이 화가 날만도 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대한항공 조사 나선다

대한항공이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국토교통부도 움직이게 됐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주장대로 운항관리사가 부족한지 국토교통부가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한항공 담당 감독관들을 투입해서 운항관리사가 실제로 부족한 지 확인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올린 댓글로 인해 일어난 논란에 대해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오랜 항공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첨단 비행장비의 발달과 운항통제센터의 지원으로 조종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을 페이스북이라는 SNS 소통 채널에 개진한 것”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조종사들과 대중들의 반발이 거세 앞으로 상당한 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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