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업무비하로 불거진 노사갈등 2라운드
조종사 업무비하로 불거진 노사갈등 2라운드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3.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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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조종사들의 업무가 힘드냐고 반문한 SNS 발언으로 인해 노조간의 갈등에서 시작된 분쟁이 조종사들에 대한 대한항공의 오너십 문제로 번지고 있다. 조종사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인식되는 만큼 향후 대한항공의 운영까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지난 13일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조종사가 비행 전 수행하는 업무가 많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조 회장은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는 댓글을 직접 달았다.

해당 SNS 발언은 항공사의 핵심인력인 조종사에 대한 업무를 비하하고 있는 뉘앙스의 발언이라서 조 회장이 직접 SNS 발언을 한 것인지 부터 논란이 됐다. 그리고 확인 결과 조 회장이 직접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조 회장은 이어 "알파고도 실수를 하죠. 그래서 조종사가 필요합니다'라는 댓글도 남겼다. 조종사의 업무가 자동비행의 실수를 보완하는 역할에 불과하다는 조 회장의 인식이 거듭 드러난 것이다.

해당 발언은 2015년 임금협상 결렬 후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했다. 11년만에 쟁의행위에 돌입한 대한항공 노조는 사측의 잇달은 법적 조치와 조 회장의 트윗까지 더해지면서 강경일변도의 자세를 내비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과정에서 위법소지가 있었다며 쟁의행위의 위법성을 알려왔다. 이규남 조종사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서울 강서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앞서 지난 달 22일에는 '24시간 내 12시간 근무규정' 준수를 이유로 운항을 거부한 노조 교육선전실장 박모 기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의 SNS 발언은 불난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기존 ‘준법투쟁’을 통한 쟁의행위를 추구하던 조종사 노조의 투쟁방식이 강경대응으로 선회할 조짐이다.

15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조양호 회장의 SNS 댓글과 관련해 "항공사 CEO로서 자격 미달"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조 회장은 엉터리 지식을 가지고 거대한 항공사를 경영해왔다"며 "놀라움을 넘어 당황스럽고 창피할 따름"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조 회장과 경영진의 무능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의 부채율이 1000%가 넘고 영업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항공사의 핵심인력인 조종사의 업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능한 CEO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조는 "조 회장은 이번 SNS 직원 무시 발언을 통해 2천명이 넘는 조종사들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혔다"며 "우리 조종사들은 무너진 자존심을 딛고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해 노조의 강경대응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오랜 항공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첨단 비행장비의 발달과 운항통제센터의 지원으로 조종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을 페이스북이라는 SNS 소통 채널에 개진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노사 갈등과 별도로 일반 조종사들도 조 회장의 발언으로 혼란에 빠져있다. 한 조종사는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며 조 회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님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조종사는 “조종사가 없다면 항공사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실수 하지 않을 알파고와 함께 대한항공을 운영하기 바란다”라며 “조종사로서의 양성과정과 조종사의 가치를 우습게 보는 오너의 무식함은 땅콩회항과 함께 대한항공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혹평했다.

한편 한국항공대학교의 일부 학생들과 인천지역 주민들도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항공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조 회장 일가의 오너십이 조종사 양성에 부적합 하다는 주장이다. 항공대와 인하대를 보유하고 있는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은 조 회장이다. 올해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 역시 정석인하학원의 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실재로 이들의 학원내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대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조 회장 일가의 부적절했던 발언들을 다시 끄집어내며 조 회장 일가가 “정석인하학원과 조종사양성을 담당할 그릇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2005년 70대 노인에게 욕설과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던 조 사장과 지난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적을 도마위에 올렸다.

더불어 그간 한진그룹의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지적해온 시민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인하대 병원의 수익인 임대차 수익이 조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겸 정석기업 대표이사에게 몰아주고 있다”며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는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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