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기댈 언덕이 없다
세입자가 기댈 언덕이 없다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6.03.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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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주택매매가격 상승 추세가 지난 2013년 9월 이후 29개월 만에 꺾였다. 그러나 지난달 전·월세 가격은 0.06% 상승하는 등 꾸준히 상승 중이며, 특히 수도권 지역의 전세가격은 0.16%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가격의 상승은 전·월세 거래량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은 14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6%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여파로 주택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주장하는 등 부동산 가격에 급격한 변동이 있을 거란 주장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전국의 매매가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은 0.1% 상승한 73.7%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월세 거래량 역시 14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담보 대출규제 강화와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우려로 매매시장이 위축되면서 매매수요가 전·월세수요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2월부터 수도권에서 시행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여파로 매수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것. 남북관계 냉각,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역시 관망세를 확대하고 매매전환 실수요도 감소에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전·월세 가격 상승률은 지난 1월 0.09%에서 2월에는 0.06%로 상승폭이 줄어들었지만 꾸준히 상승 중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볼 경우 전세가격은 0.11% 상승했다. 임대인의 월세전환과 임차인의 전세선호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4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도권이 0.16%로 지방의 0.08% 보다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전까지 소폭 상승했던 월세가격은 0.01% 하락했다. 유형별로는 월세와 준월세가 각각 0.05%, 0.03% 하락한 반면 준전세는 0.06% 상승했다.

부동산 리서치 인포의 관계자는 “대치동이나 강남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면 전세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은 매매가의 80% 정도이고 전국 편균을 비롯한 수도권 평균이 73% 이상이기 때문에 이미 전세가격은 심리적 저항선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세 계약의 가치평가를 담당하는 한국감정원 관계자 역시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월세전환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낮은 전월세전환율과 전세가격 상승여력 둔화 영향으로 전·월세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 내외의 가격 상승여력이 남아있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실제적인 전·월세 가격 상승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지난달 9일 발표된 '2015년 서울시 인구이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떠난 인구는 172만7000명으로 서울로 들어온 인구(158만9000명)보다 13만7000명 많았다. 서울을 떠난 인구가 많았던 이유는 주택 문제(내집 마련·전월세 계약기간 종료·주택규모 변경·집세와 재건축 등으로 이사)가 49.2%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가족문제(결혼·독립으로 이사) 22.5%, 직업(취업·구직·사업으로 이사) 17.5% 순이었다. 실제적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서울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서울로 전입·전출을 가장 많이 하는 지역은 경기도인데, 경기에서 서울로 유입인구(23만9557명)보다 유출인구(35만9337명)가 11만9780명 많았다. 이는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던 사람들이 주택을 직접 매매하기 시작하면서 서울보다 집값이 싼 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비싼 집값과 전세난에 지쳐 서울을 떠난 '탈(脫) 서울 인구'가 14만명에 육박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른 주택 수요 변동과 엮어, 인구 감소 여파로 주택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인구는 오는 2030년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요한 주택 수요층인 45~49세 인구는 2018년을 정점(약 436만 명)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처럼 수요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주택 수급 불균형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다. 베이비부머 세대(55~63년생)의 은퇴는 수요 감소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와 함께 집을 팔고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가격의 하락에 따른 전·월세 가격의 하락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다만 인구가 줄더라도 주택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인구는 감소하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수요는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앞으로 1인가구 비율은 35%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앞으로 이들의 자가수요가 높아지면서 주택수요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 원장은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더라도 이들이 전세나 월세로 돌아서기 보다는 계속 집을 소유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베이비부머 은퇴로 주택수요가 당장 급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 악재로 주택 가격이 전세보증금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를 '역전세', 혹은 '깡통전세'라고 부른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이나 다른 외부요인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깡통 전세가 나올 수 있다"며 "이전에도 역전세난을 경험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2017년 말이나 2018년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 난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전세난이 발생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집을 팔아서 보증금을 빼 주더라도 이미 집값이 보증금보다 떨어진 상태라면 경매 등을 통해 집을 처분하더라도 세입자의 피해를 피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전세 가격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전세보증보험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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