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높고 배려는 낮은 금융계의 민낯
연봉은 높고 배려는 낮은 금융계의 민낯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4.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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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금융공기업들이 30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면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사용자, 정부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금융공기업이 임단협 개별 교섭을 시도할 경우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의 산별교섭 상대다. 산별교섭이란 각 산업 단위로 진행되는 단체교섭을 말한다. 7개 금융공기업의 사용자협의회 탈퇴 이유는 금융당국이 역점을 두고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개별 협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금융인 연봉 너무 높은가

이번 임단협 최대의 이슈인 성과연봉제는 이름 그대로 성과에 따라 연봉을 받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대다수 금융회사가 기존의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지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표면상의 이유는 저 성과자 문제다. 그렇지만 금융계에서는 성과연봉제가 금융 인력을 줄이고 인건비를 감축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 현장에서는 점점 인력의 필요성이 줄고 있다. 금융업 자체가 점점 전산화, 자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공기업에 성과연봉제를 먼저 적용하고 앞으로 은행과 기타 금융사로 대상을 넓혀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현재 금융권 종사자들의 고소득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금융권 종사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국내 은행을 예로 들면 임원이나 직원 모두 상당한 급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와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임금체계 개선방안’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4년 금융권의 ‘월 총 급여’는 498만원이었다. 이것은 산업 총 평균 ‘월 총 급여액’(323만원)과 비교하면 54% 높은 금액이다.

더군다나 금융권의 월 총 급여는 2006년에서 2014년까지 한 번도 줄지 않고 매년 상승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런 금융권 급여 형성의 원인이 정부의 지배를 받는 거대한 금융 독과점 구조에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금융권은 정부의 지배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업자가 함부로 시장에 진입할 수 없어 기득권을 보호받고 있다.

두 번째로 금융권 노조가 막강하다는 것도 금융사 임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주로 은행 노조 중심인 금융노조는 인원만 해도 10만명에 이르며 이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국내 금융은 마비된다. 금융이 마비된다는 것은 이 나라 경제의 피가 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에서는 금융권에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기득권을 가진 금융노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금융노조가 생각하는 한국 금융 산업 발전방안은 관치금융을 없애는 것이다.

한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기본적 존립 의무는 조합원들의 임금복지를 사수하고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한국 금융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율경영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인사들은 금융노조의 이런 주장이 금융계 대결구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빠진 상태에서 사용자들이 막강한 금융노조와 맞서기에는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다.

일부 경제계 인사들은 현실적으로 금융사 고위 간부들과 금융노조의 기득권을 빼앗지 않으면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금융사의 속성 상 인건비 비중이 높은데 인건비를 줄여야 금융서비스의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인 연봉 적당하다

그러나 금융인들의 연봉 문제에 대해서는 금액의 평균에 있어서는 현재 수준이 오히려 적당하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금융경쟁력이 낮으면서 연봉만 많이 챙겨간다는 것이므로 우수한 인재로 ‘금융인력 물갈이’를 하면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금융사별 영업이익을 각 금융사 총 직원 숫자로 나누는 방식으로 1인당 생산성을 계산해 봤을 때 주요 카드사들은 1인당 평균 연봉에 비해 생산성이 훨씬 높았던 반면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각 금융사 간 큰 차이가 나타났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임금은 생산성 수준과 부합해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며 “금융분야가 부가가치 창출이 미흡하므로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금융인력 물갈이와 금융권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노조와의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정부 및 사용자와 대결에 나설 기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금융사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현재 금융사들은 중년 이상의 연령대 직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만일 실직할 경우 새 직장 얻기는 극히 힘들다. 따라서 어떻게든 정부의 개혁을 결사반대할 수 밖에 없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내세우는 이유는 성과연봉제가 금융 산업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에 경쟁을 강요하면 금융사와 금융사 직원들이 돈만 생각하게 되어 사회적 약자들은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될 것이란 이야기다. 금융노조는 임금 4.4% 인상, 성과주의 임금제도 금지 등의 요구를 내놓고 정부 및 사용자와 맞서고 있다.

일부 금융인들은 금융노조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의 사회적 약자들이나 서민들이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금융사들의 사회적 약자나 서민들에 대한 배려가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또 금융인 연봉 평균을 지금 수준으로 하되 다만 실력에 따라 차이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5대 은행 직원의 2014년 평균 보수는 14만8740달러이고 미국 금융계 임원이나 최고 경영자들은 막대한 액수의 급여를 받는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통계에 나오는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6421달러임을 감안하면 미국 금융인들도 상당히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높은 급여를 줘야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금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유능한 인재에게는 연봉을 더욱 많이 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인과 정부·사용자 모두 양보를

일부 경제계 인사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모든 협상 주체들이 양보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금융인들은 자신들의 급여와 복지혜택을 줄여 사회적 약자나 서민을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부와 사용자도 금융인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련에 봉착했을 때 서로 도우면 같이 살 수 있지만 자신만 살려고 하면 같이 망한다는 이야기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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