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청구했다 감옥 가는 세상 올까?
보험금 청구했다 감옥 가는 세상 올까?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4.0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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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찬성 국회의원 명단. <사진=보험이용자협회 제공>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이 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처벌 강도가 강해짐에 따라 잘못된 보험계약이 감소하고 보험사기 범죄도 차츰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악마의 법?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이 법이 “기울어진 악마의 법”이라며 이 법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이 법이 공정하지 않고, 보험사가 보험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지적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최고 독소조항은 ‘제 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다. 제 3조의 내용은 보험사기행위(보험자를 기망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의 조사·방지 및 보험사기행위자 처벌에 대해서는 타 법률에 우선해 새로 통과된 법을 적용한다고 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보험사가 보험사기행위를 조사하겠다는 것인데 보험사기 방지 관련한 특별법을 악용, 보험금의 삭감·지체·거부하는 행위를 자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보험이용자와 보험사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사기행위가 의심된다고 금융위에 보고하면, 보험이용자가 보험사기 행위 의심자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보험사기특별법 제 4조에는 ‘보험사는 보험계약자 등의 행위가 보험사기로 의심할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으면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 6조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 보험사는 보험계약자 등의 행위가 보험사기로 의심할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 하도록 규정됐다.

이들 조항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안을 발견하면 이것을 금융위에 보고하게 되고 금융위는 이것을 다시 수사기관으로 넘긴다. 수사기관은 수사권을 이용해 보험이용자를 조사해서 보험사기 혐의가 있는 경우 이를 처벌한다.

결국 보험사는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금융위와 수사기관 등을 이용, 보험이용자를 조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기행위 조사, 처벌 등과 관련, 다른 법에 우선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 3조는 보험사가 수사기관을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소지를 법적으로 마련한 셈이다.

이렇게 보험사가 금융위를 통해 수사기관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상 보험사가 수사권을 장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견해다.

이렇게 보험사가 수사기관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과는 달리 보험이용자는 보험사의 사기가 의심될 때는 이용자 스스로 증거를 확보해야만 수사기관에 고소를 할 수 있다. 그것도 개인별 고소다. 또한 고소를 했다가 유죄 입증을 못할 경우 무고죄로 처벌을 받는다.

이번에 입법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수사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입원적정성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심평원은 ‘입원적정성’을 심사한 다음 그 결과를 수사기관에 알려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입원적정성이란 정말 보험이용자가 실제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평가한 결과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소비자단체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입원적정성에 대한 법적 근거나 구체적 개념, 평가 기준 등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정해진 바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 악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보험 이용자가 입원보험금을 보험사기를 쳐서 받았다고 보험사가 주장하기 이전에 심평원이 병원에 지급한 보험금이 잘못 집행됐음을 알았다면 심평원이 먼저 병원이나 의원에 지급한 보험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 대표는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보험금을 내준 심평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이 우선”이라며 “보험사 보험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입원보험금에 대해서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행정 조치”라고 질타했다.

또 일부 소비자단체 인사들은 앞으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진행될 입원적정성 재심사에 대해 보험이용자가 입원할만한 지를 심사하는 것이 합법이라면 보험사에서 내놓은 입원보험금에 대해서만 재심사를 할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입원보험금을 받은 경우를 포함한 입원보험금 지급 전체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보험이용자가 입원할만한지 판단하는 기준이 적합한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험이용자가 ‘입원적정성 심사’라는 이름의 심사를 받고 입원을 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법으로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이 법을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심평원이 그동안 해왔던 입원의료비 심사에 대해 부실 심사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실 심사를 해왔는지 조사를 하지 않고 입원적정성에 대한 법을 만들면 잘못된 심사 기준들이 그대로 법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입원할만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요양기관(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할 의료비를 청구한 병원과 의원)은 환자가 입원하기 전에 환자에게 그 결과를 알릴 의무를 가져야 한다. 또 이것을 알리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떤 제재를 받는지 분명한 규칙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소비자 단체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입원일수와 관련된 제도 상 허점도 지적하고 나섰다.

특정 질병으로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은 며칠인지, 또는 갑 병명과 을 병명으로 함께 입원치료 해야 한다면 입원 적정한 입원일수는 며칠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적정하다고 판정된 일수를 넘긴 입원일수에 대해 요양기관과 환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법으로 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관련 시행령에서라도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적법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통과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보험사기 범죄 처벌이 강력해짐에 따라 범죄가 줄고 보험사 재정 건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생명보험협회 측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하고 보험사기 범죄자 보험금 지급 제한 근거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생보협회 관계자는 이번에 통과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소비자에게 손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소비자 보호제도가 분명히 언급이 됐다”고 잘라 말했다. 보험금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가 굉장히 엄격해지는 등의 이유가 있어 특별법이 금융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편 보험 설계사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보험사기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특별법은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을 막는다는 취지보다는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을 줄이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금융소비자단체 인사들은 이번 보험사기방지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을 계기로 보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험관련 법안이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를 위한 보장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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