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산비를 양계농가에 떠 넘기나?
왜 생산비를 양계농가에 떠 넘기나?
  • 김창권 기자
  • 승인 2016.05.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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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산지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몇 년 만에 1000원 선이 붕괴되면서 닭을 키우는 양계농가가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하림을 비롯한 마니커, 동우, 체리부로 등의 닭고기 계열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에 나서면서 닭고기의 공급과잉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국내산 닭 산지가격이 1㎏당 900원까지 떨어져 가격 최저 방어선인 1000원대가 무너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300원대를 유지하던 닭고기 값이 곤두박질 친 것이다.

닭 산지가격이 추락한 이유는 공급과잉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닭고기 시장에서 하림과 마니커, 동우, 체리부로 등 주요 닭고기 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으로 가격 결정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닭고기 계열사들은 지난 3년간 경쟁적으로 도계장을 늘리면서 도계 수도 점차 늘어났다. 각 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보를 이유로 생산물량을 확대하면서 사육두수와 종계(어미닭)수도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육계 사육두수는 8200만 마리로 전년보다 5.3% 증가했다. 또한 종계수도 대략 800만수로 대한양계협회가 추정하는 적정 수량인 680만수보다 30%가량 초과된 상태다.

문제는 육계업체들의 ‘치킨게임’으로 인해 양계농가의 피해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육계 농가 90%가 계열사들과 위탁계약을 맺어 사육하고 있는데, 닭고기 산지가격이 하락하자 계열업체가 생산비와 인건비 등의 부담을 직간접적으로 위탁 사육농가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살아있는 닭이 도계장으로 넘어갈 때는 그나마 900원을 받지만, 도계를 한 상품은 신선도가 점차 떨어져 품질이 하락하기 때문에 600, 700원의 덤핑으로도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열업체들 중 재무 건전성이 좋은 곳은 치킨게임에도 버틸 수 있지만 중‧소 업체들은 결국 파산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계열업체의 위탁을 받은 양계농가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중견 계열업체 ‘청정계’가 업계의 경쟁심화로 인해 경영실적이 악화되자 사업을 접었다. 결국 이곳에 납품하던 농가 수십 곳만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어려움을 겪게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계열업체들이 소속돼 있는 한국육계협회는 부화중인 종란 300만개를 폐지해 사육두수를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생산량 조절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장 자율경쟁 체제에서 사육두수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닭고기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사육두수 조절을 통해 시장에서 안정화를 이뤄야 하지만 오히려 늘리고 있어 양계 농가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이지경제 = 김창권 기자]


김창권 기자 fiance26@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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