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판결사고 수감돼도 특혜받는 재벌들
돈으로 판결사고 수감돼도 특혜받는 재벌들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5.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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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밤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최유정변호사를 보석 혹은 집행유예를 받아내 주겠다며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 소유주 송모 씨로부터 100억 원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검찰의 고강도 수사는 법조계는 물론, 정ㆍ관계와 재계 인사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 네이처 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 = 뉴시스>

정 대표의 법정 로비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말이다. 4월12일 착수금 반환 문제를 논의하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정 대표를 찾아간 최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며 15일 고소장과 함께 전치3주의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22일부터 언론은 ‘상습도박 재벌과 부장판사출신 변호사가 얽힌 수십억대 수임료 법정 로비 분쟁’으로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잇달은 보도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재판부 교제, 청탁 등을 제안하며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송모(40) 대표 등 2명으로부터 수임료 명목으로 각 50억씩 모두 100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 약속한 보석허가를 받아내지는 못했고 받은 50억 가운데 30억을 돌려줬다.

법조계는 최 변호사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그가 수임료로 받은 100억원 중 반환한 30억원을 제외한 70억원, 보유 부동산 등은 몰수 또는 추징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더불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수임료로 최소 6억원을 받은 것이 12일 확인됐다. 이전까지 홍 변호사는 “수임료는 1억5000만원”이라고 말해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최근 정 대표를 소환해 “홍 변호사에게 변호 대가로 6억원가량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회사인 네이처리퍼블릭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별도의 고문료도 받았다.

현재 검찰은 정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2014년 당시 불기소의견 송치로 판결이 나는 과정에 부장검사 출신의 홍 변호사가 ‘전관’ 영향력을 행사하며 가담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2014년 정 대표의 혐의에 대해 같은해 7월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의견 송치했고, 2015년 1월에도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재벌과 관련한 법정 로비가 최근 계속해서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4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뉴욕에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KE086기의 일등석에서 매뉴얼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받았음에도 승무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하며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이륙을 준비하던 항공기를 돌려세우고 사무장을 내리게 만든 조 전 부사장의 행태에 대해 여론과 언론은 “재벌 오너 일가의 갑질”이라며 뭇매를 들었고, 이례적으로 빠른 검찰의 수사에 해를 넘기기 전에 조 전 부사장은 구속 수감됐다.

2015년 1월 7일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부사장에게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과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폭행,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법원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제는 수감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 전 부사장이 구치소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수감중 변호사 접견을 전세 낸 것처럼 사용하거나 외부의료진을 불러들여 진료를 받기도 했다.

또한 조 전 부사장과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의 구치소 편의를 봐주겠다는 브로커에게 한진렌트카의 정비용역 사업을 대가로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1997년 대한항공 보잉747기 괌 추락사고 당시 유가족대책위원장을 맡으며 한진그룹과 인연을 맺어온 브로커 염씨는 지난해 2월 한진그룹 서 모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지인을 통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조 전 부사장의 편의를 부탁하겠다"고 제안하고, 그 대가로 같은 해 7월 한진렌터카 소유의 차량 307대에 관한 자동차정비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혐의를 받았다.

실제 염씨는 서울남부구치소 의료과장과 보안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외부 병원 의사가 진료를 위해 방문하면 해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잘해 달라', '다른 재소자와 분리돼 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 등 조 전 부사장의 편의를 청탁하기도 했다. 결국 법원은 염씨에게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 대표와 조 전 부사장의 사례가 파장을 만들다 보니 여론은 재벌들의 뉘우침 없는 자세를 비난하고 있다. 돈으로 판결을 사고, 수감중에도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죄의 댓가조차 성실하게 치루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정 대표에 대한 고소를 준비중인 한 시민단체 대표는 “돈으로 안되는게 없는 세상이지만 보석을 받기위해 수십억을 써대는 모습은 대표 개인을 넘어서 회사 전체를 비양심으로 일궈 낸 성과로 보게 만든다”라며 “정 대표가 하는 모양새를 보니 네이처리퍼블릭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했는지가 보인다”라고 비난했다.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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