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벌써 잊었나?
‘가습기 살균제’ 참사 벌써 잊었나?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6.05.19 10: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진국들의 규제 환경과 신산업 분야의 빠른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관계부처가 규제개혁 속도전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규제를 '잡초'에 빗대는 등 특유의 비유화법도 여전히 나타났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나타나듯 규제 개혁의 이면에는 국민들의 안전이 담보로 잡혀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어 신산업 분야의 규제혁파 방안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20일 1차 회의를 주재한 이래 2014년 9월3일 2차 회의, 2015년 5월15일 3차 회의, 2015년 11월6일 4차 회의까지 모든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해 왔다.

박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에 투자활성화복이라 불리는 붉은색 옷을 입고 나왔다. 박 대통령은 증권가에서 상승세를 대변하는 붉은색 옷을 주요 경제 관련 일정이나 행사 때마다 착용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밝혀 왔다. 이는 속도감 있는 규제개혁으로 드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신산업을 일으켜 경제활성화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에는 없는 규제로 우리 신산업 성장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도 거듭 '속도'를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 "신산업 규제혁신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신산업의 변화 속도에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경쟁국가에 그냥 빼앗길 수 있다. 더 이상 규제 때문에 투자가 제한되거나 제품 출시가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자신이 쓴 수필을 언급하면서 규제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금세 피고 지는 꽃에 비유했다. 박 대통령은 "제가 수필가이기도 한데 지금 많이 쓰지는 않지만 그때 제가 쓴 수필 제목 중에 하나가 꽃구경을 가는 이유라는 게 있다"며 "꽃구경을 가는 이유는 꽃이 잠시 피지, 영원히 피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특별한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재나 제도적 노력이 미래성장동력이 될 텐데 이런 기회를 이 시간에 놓치면 우리는 (기회를) 영원히 잃는다"며 "꽃은 내년 봄에도 볼 수 있지만 이것(신산업 시장선점)은 그런 것도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빨리 따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오래된 대기업집단지정제로 인해 과도한 규제를 받게 됐다는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의 건의도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속도전으로 응답했다.

박 대통령은 "속도를 내서 빨리 해결해야 한다. 너무 시대에 안맞는 규제 때문에,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인데 우리만 꽁꽁 묶고서 산업 발전을 바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빨리 회의라도 해서 이것은 시대에 맞게 고치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할 일이라는 게 불필요한 제도나 규제를 빨리 제거해서 민간 기업이 활발하게 모든 역량을 발휘하고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정부가 있는 거잖냐"며 "제도 때문에 더 뻗어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라면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정부가 개선하기로 한 대표적인 '손톱 밑 가시' 현장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단순 광고 대행업이나 디자인 업무 같은 것은 집에서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옥외광고업은 반드시 사무실을 갖춰야만 등록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빵집에서 분식점으로 업종을 전환하려면 반드시 해당 연도에 식품위생교육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1월 초에는 불가능하다. 식품위생교육이 1월에는 실시되지 않기 때문인데, 결국 식품위생교육을 기다렸다가 교육을 받고 업종을 전환해야 한다"

"수출 업체들이 통관 업무 인증을 받으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종합인증 우수업체'(AEO)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인증을 심사할 때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 같은 심사 기준을 적용받는다. 대기업을 포함한 같은 업종의 평균 부채비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첫 번째 사례의 경우 정부는 사무실 확보 규정을 한시적으로 2년간 유예키로 했다. 두 번째 사례에 대해서는 업종 전환 이전 1년 이내 교육 이수 시 해당 교육을 신규영업자 교육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세 번째 경우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동종 업종 중소기업의 평균 부채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뽑아도 뽑아도 한없이 자라나는 것이 잡초이듯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이 규제개혁인 것 같다"며 "옛 말씀에 '풀을 베고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싹은 옛것이 다시 돋아나기에, 그 뿌리까지 확실히 없애라'는 참초제근(斬草除根)이란 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규제는 꾸준함과 인내심을 갖고 뿌리째 뽑아야 성공할 수 있다"며 규제 개혁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줄 것을 지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규제 개혁을 하는 것도 좋지만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규제를 무차별적으로 풀어줄 경우 또다른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손발을 걷어 올리고 나서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중이지만 신약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이나 화학물질 등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기업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후대를 위해서는 좀 더 진솔한 대화를 통해 관련 사항을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