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MK <1탄>, “적통성보다 시장원리”?
비정한 MK <1탄>, “적통성보다 시장원리”?
  • 김영덕
  • 승인 2010.11.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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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현대건설 위기때 뭐했나‥주요외신 ‘현대차, 현대건설 인수 부적절’

 

현대건설 인수전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묻어두었던 행적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는 15일 현대건설 본 입찰에 들어가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이달 말에 결정짓게 된다. 이후 본 계약은 12월 말로 예정돼 있다.

 

현재 현대그룹은 그룹의 사활을 걸고 현대차그룹을 공격 중에 있다. 이런 가운데 정몽구 회장이 지난 2000년 11월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때 행적 등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

 

'비정한 MK' 논란, 왜? ‘적통성 보다는 시장원리 중요’

 

재계에서는 '비정한 MK'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현대차를 긴장케 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정 회장측이 내놓은 인수 참여 이유는 “현대건설 인수는 명분이 아닌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가진 상징성과 의미는 경제논리를 떠나 범현대가에 있어서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지경제>와 통화에서 ‘현대건설 인수전’과 관련해, “범현대가가 아닌 다른 재벌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가 있다”며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다른 ‘재벌가’에 대한 예의가 있고 적통성을 존중하는 관행이다. 다른 가문 기업을 건드렸다가는 재계 모임(전경련회의 등)등에 참석치 못하고 왕따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는 경제논리만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의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운 굴지의 건설기업이자 현대그룹의 모태이자 무엇보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선도해온 기업으로서 상징성과 기업 가치는 그 이상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현대건설의 기업 가치는 임직원을 비롯한 전 직원의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요약돼 ‘현대정신’이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에 현대건설 노조는 지난 5일 ‘현대건설 M&A에 대한 7,000 현대건설 가족의 입장’이란 광고문을 게재해 “63년을 지켜 온 현대건설의 자부심과 현대인들의 정열이 남긴 발자취가 훼손되지 않고 역사와 전통, 기업문화가 이어져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의 주장은 높은 인수가보다는 적통성과 ‘현대정신’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조의 주장을 반영하듯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측은 연일 광고를 통해 “현대건설을 바르게 키우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의지를 줄곧 유지해온 유일한 기업이다.

 

MK, 현대건설 부실책임 없는 가? “기아차 인수로 인한 유동성 위기”?

 

반면 현대차그룹은 명분이 아닌 철저히 경제논리를 앞세우고 있지만 도덕성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을 때 정몽구 회장의 행적이 들어난 것.

 

당시 현대건설이 경영난을 겪을 당시 정몽구 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은 모두 최고 경영진의 위치에 있었다. 일차적 책임은 고 정몽헌 회장이다. 고 정 회장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현대건설 경영도 겸직했었다. 현대건설의 최고경영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몽구 회장은 책임이 없을 까. 정 회장 역시 1995년부터 2000년(1998~2000년은 고 정몽헌 회장과 공동회장)까지 5년간 현대건설을 이끌었다.

 

특히 현대건설이 부실사태에 이르렀을 때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가면서 현대건설 정상화를 위해 애를 썼지만, 정몽구 회장은 동생의 지원요청도 거절하고 현대건설 회생지원에 등을 돌렸다.

 

2000년 11월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당시 현대차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건설을 도와줄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때문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비정한 형’으로 묘사되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정몽헌 회장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여론에 떠밀려 정몽구 회장은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던 정몽헌 회장과 현대건설 회생을 위한 합의를 체결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경영안정화와 실익이 있는 것만 지원한 것이다. 이듬해인 2001년 3월, 정몽구 회장은 또다시 ‘시장원리’를 주장하며 지원방침을 철회해 결국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을 잃게 된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재계의 관계자는 “당시 현대자동차는 현대건설 지원을 명분으로 우량기업의 지분만 인수해갔다”며, “당시에는 지원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꼬리 짜르기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관계자는 <이지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시 현대차그룹에서 현대건설을 위해 4,400억을 투입할 여력이 없었다”며 “고사가 위기 놓였던 기아차를 인수하면서 자금 압박을 받았다. 내 회사부터 챙기는 게 우선순위가 아닌 가”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에 대한 비전과 성장을 위해 인수전에 참여 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점이 현정은 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부실 당시에는 모른 척 하던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 MK 현대건설 인수 ‘부적절‥시너지효과 의문’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효과에 대해 주요외신들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은 지난 9월 28일 “현대차는 이미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개는 어떤 식으로든지 자동차 산업과 연관되어 있어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는 사업 유사성의 관점에서 보면 논리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월 스트리트는 ‘현대차가 밝힌 입장’에 대해 “친환경 발전 사업에서부터 충전 시스템과 연계된 친환경 주택 및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시너지 창출”에 대해 “이상한(bizarre) 논리”라며 꼬집었다.

 

이 신문은 또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점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업이 자동차 대리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Bloomberg)는 27일 “현대건설 인수로 신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현대차의) 중심을 잃게 할 위험이 있다”며 “현대차가 아직도 자동차산업에서 성취해야 할 많은 일이 있는데 벌써부터 현대건설이 현대차에 어떻게 기여할 지 판단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신영증권 박화진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인용해 보도했다.

 

같은 날 세계적 투자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oyal Bank of Scotland Group)도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의 비핵심분야에 대한 투자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데다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부를 수 있다”며 “만약 현대차가 현대건설 인수자로 결정된다면 투자심리가 부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와 S&P도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무디스와 S&P는 현대차가 현재 받고 있는 신용등급보다 더 뛰어난 재무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현대건설 인수가 가져올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재무부담 증가가 등급의 추가상향에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4일 S&P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올려 잡으면서도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S&P는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현대건설의 지분 35%를 인수하기로 한 결정에서도 보여지듯 자동차산업 이외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전략은 잉여 현금흐름 측면에서 재무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이는 자동차-건설이라는 이종산업간 낮은 사업연관성으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인수를 통한 주력기업 다양화는 자칫 집중투자 및 육성이 어려워져 현대차의 전반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엠코’가 있는 데 왜 인수하나? “경영승계냐 합리적인 시장원리야”

 

특히 현대차그룹은 이미 국내시공능력 19위의 종합건설사 ‘현대엠코’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 인수 시 자기시장 잠식으로 사업통폐합, 인력감축 등 비효율적 조직운용이 불가피해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즉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정의선 부회장 후계구도 완성을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건설을 인수한 이후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와 합병을 통해 후계구도 작업을 완성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박사는 “엠코를 현대건설과 합병한 뒤 상장하면 대주주들이 주식매각을 통해 엄청난 현금을 챙기게 될 것”이라며 “이 자금을 지주회사가 될 계열사 지분 확보에 쓰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현대차 노조도 사내 소식지를 통해 연일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대건설 참여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노조는 “현대건설 인수는 재벌3세로의 경영권 대물림 시도로써 현대차를 사지로 몰아가는 행위를 중단하고 자동차 전문그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대엠코를 통한 경영승계 시나리오는 전혀 사실과 무관하다”며 “현재 현대기아차 노조가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했다고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 상위 노조인 금속노조의 주장이다. 현재까지 노조가 현대건설 인수에 공식적으로 반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증권 노조가 직접적인 반발을 하지 않았는 가”라며 “엠코와 현대건설의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경제 논리를 말하는 것은 약한 명분과 경영권 승계 의혹을 덮기 위한 것일 뿐, 어느 쪽이 명분과 실리가 높은 지는 종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범 현대家의 모태기업을 누가 갖느냐와 ‘시숙’와 ‘제수’간의 자존심 경쟁으로도 전개되고 있다. 또 인수후보들의 도덕성 논란과 현대차그룹의 향후 경영권까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누구로 결정 될지는 이달 말이면 결론이 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승자의 후유증은 커질 전망이다.


김영덕 rokmc3151@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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